[노컷]K-1 정부경"운동 하고 싶어 발버둥 치는느낌"

2008-03-05 アップロード · 138,592 視聴

2000년 시드니 올림픽 남자유도 60kg급 은메달리스트 정부경(30·팀尹). 그가 종합격투기 선수를 한다고 했을 때 엄마는 울면서 "죽어도 안 된다"고 말렸다. 심장이 약해서 아들의 유도경기도 잘 보지 못했던 엄마다. 그러나 정부경의 확고한 결심을 꺾진 못했다.

어느새 가족 모두가 '격투기 박사'가 됐다. "남자로서 해 볼만 하다"며 처음부터 그의 결정을 지지했던 아빠는 격투가들의 주특기를 줄줄 꿴다. 그렇게 반대하던 엄마도 인터넷으로 아들의 경기 동영상과 뉴스를 몰래 챙겨본다. 아들에게 하루 삼시 세끼 영양식을 차려주는 것도 엄마 몫. 가족은 그의 가장 든든한 후원자다.

정부경은 3월 15일 일본 사이타마 슈퍼아레나에서 열리는 K-1 드림(Dream) 라이트급(70kg급) 그랑프리 개막전(16강 토너먼트)에 출전한다. 아직 상대는 미정. 그는 "이번엔 유도 기술로 상대를 넘겨보고 싶다"면서 "유도가의 색채를 띠는 기술로 승부하겠다"고 했다.

'도복을 벗고 처음으로 만났던 너'-아오키 신야

"막상 맞으니까 정신없었죠. 그렇게 아플 줄 몰랐어요."

정부경 밝히는 종합격투기 데뷔전 소감이다. 그는 지난해 12월 31일 '야렌노카! 오미소카!'에서 일본의 대표적인 그래플러 아오키 신야(25)와 데뷔전을 치렀다. 비록 0-3 판정패했지만 경기 일주일 전 급작스럽게 출전이 결정됐고, 한달 반이라는 짧은 훈련기간을 감안한다면 성공적인 데뷔였다.

물론 본인은 "경기 내용에 절대 만족하지 못한다"고 했다. 정부경은 경험 부족 탓에 1라운드에 두 차례 결정적인 암바 찬스를 놓쳤다. 코너에서 파운딩 펀치도 많이 허용했다.

"1라운드 2분 무렵 눈을 맞는 순간 '번쩍' 했죠. 눈에 뭐가 흘러서 만져보니까 다행히 피는 아니고 눈물이더라구요," 왼쪽 눈이 감겨서 거리 조절에 애를 먹었다. 하지만 유도시절 감각을 앞세워 본능적으로 움직였고, 타격이 약한 상대의 압박을 잘 견뎌냈다.

경기 후 팬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그 흔한 악플도 자취를 감췄다. "'아쉽다'는 반응도 있었고, 주변에서 격려를 많이 해주셨죠. '여기서 할 만 하구나' 힘을 많이 얻었죠."

데뷔전에서 인상적인 활약을 펼친 정부경. 3만명이 운집한 K-1 무대에 처음 섰을 때 떨리진 않았을까.

"유도선수 시절 올림픽 같은 큰 무대에 많이 서봤기 때문에 절대 기죽을 필요 없다고 생각했죠. 상대가 워낙 잘 하는 선수니까 내 기술만 보여줘도 '절반의 성공'이라는 마음도 있었구요." '옷 벗고 링에서 해보자'며 전의를 불태웠다. "20년간 유도를 했다는 자부심도 투지를 불렀다"고 그는 말한다.

첫 경기 후 숙제가 더 많아졌다. 정부경은 도복을 벗고 경기하는 게 아직 영 어색하다. "(윤)동식 형도 '도복 벗었을 때 알몸을 보여주는 것 같아서 창피했다'고 하더라구요. 도복 입었을 때 잘 들어가던 기술이 안 되니까 당황스럽구요."

또 하나는 타격 보완. 정부경은 "타격실력이 데뷔전 때보다 2배 정도 성장했다"고 자평했지만 타격에 대한 두려움을 완전히 떨치진 못했다고. "연습할 때 상대 주먹이 날라오면 움찔해요. 많이 맞다보면 언젠간 개선되겠죠. 뭐"(웃음) 진정한 격투가의 길로 가는 길은 멀고 험난하다.

▲ 윤동식과의 질긴 인연

"팀尹 분위기요? 유도할 때와는 달리 자유롭고 개방적이에요. 맘이 홀가분하고 편해요."

윤동식과 정부경은 유도선수 시절 수년간 한솥밥을 먹었다. 한국마사회 유도팀에선 코치와 선수로, 대표팀에선 선수로 함께 활약했다. 지금은 종합격투기팀 '팀尹'에서 같이 운동한다.

정부경이 유도할 때 '메치기'가 아닌 '굳히기'를 주특기로 갖게 된 것도, 종합격투기로 전향한 후 가장 많은 도움을 받은 사람도 윤동식이다. "유도할 때 동식 형이랑 굳히기로 스파링을 많이 했죠. 당시엔 괴로웠는데, 어느새 굳히기 기술이 하나 둘 발전하니까 재밌더라구요."

종합격투기를 하는 지금도 정부경의 스파링 상대는 '미스터 암바' 윤동식. "동식 형이랑 같이 그라운드 기술 훈련하다 보면 정말 좌절감 느껴요."(웃음) 그러면서도 정부경은 "기술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많은 걸 배운다"며 윤동식에 고마움을 표시한다.

"3년 동안 동식 형이 격투기 무대에서 숱한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얻은 귀중한 경험을 저희에게 한 번에 가르쳐주니까 유익하죠." 또 '시합을 즐겨라. 지더라도 좋은 모습 보여주라'는 윤동식의 조언은 경기에 대한 부담감을 떨쳐준다.

물론 숨겨진 애로사항도 있다. 정부경은 처음엔 '스승' 윤동식과 '때리고 맞는' 타격훈련을 하는 게 선뜻 내키지 않았다고. "손톱만 긁혀도 미안했죠. 근데 하다보면 격해져요. 맞으면 성질이 나니까 쓸리고 까지는 건 개의치 않게 되더라구요. 저도 당하고 있을 수만은 없잖아요?"(웃음)

▲ 다시 신인으로 돌아가다

"공기 메치기로 졌다는 건 말도 안돼요."

정부경은 "2000년 시드니 올림픽 60kg급 결승전을 아직도 잊을 수 없다"고 했다. 아쉬움이 너무 큰 탓이다. 당시 한체대 4학년이었던 그는 대표 최종선발전에서 최민호를 재시합 끝에 누르고 올림픽에 나갔다. 결승전 상대는 일본의 노무라 타다히로. 그다지 위협적인 상대는 아니었다. 하지만 정부경은 경기 시작 14초 만에 어이없이 한판패 당했다.

"그때 제 도복에 밟혀서 넘어졌어요. 운이 없었죠." 그런데 일본 언론은 '노무라가 공기 메치기로 이겼다'며 떠벌렸다. 공기 메치기는 기합만으로 상대를 제압하는 기술. 물론 부풀려진 보도였다. "힘이라도 한 번 써보고 졌으면 억울하지 않을 텐데 허무하게 져서 맘이 아팠죠."

시드니 올림픽에서 한국유도는 정부경의 은메달이 최고 성적이었다. 그러자 언론은 '한국유도 노골드 수모'라며 고생한 선수들을 질타했다. "한국에선 1등 못하면 죄인 취급받잖아요." 정부경은 또 말한다. "유도할 땐 메이저대회에 못 나가면 좌절감이 컸어요. 메달 못 따면 '정신력이 해이하다', '한물 갔다'고 하고, 메달 따도 잠깐 '반짝'하고 끝나구요."

그래서일까. 정부경은 종합격투기를 시작한 후 "오랜만에 '운동하고 싶어서 발버둥 치는 느낌'이 든다"고 했다. 열정도 많고 투지도 넘친다. 그의 눈이 반짝반짝 빛난다. "유도할 땐 기술이 너무 많이 노출된 탓에 지면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는데, 지금은 기술을 하나씩 배워나가는 재미가 있어요."

"종합격투기에선 신인이니까 도전하는 자세로 한다"는 정부경의 목표는 뭘까. "올 시즌엔 K-1 라이트급 토너먼트에서 준결승까지 오르고 싶고, 최종 목표는 안 다치고 롱런하는 거에요."

정부경 "신인의 자세로 돌아가 열심히 하겠다"

노컷뉴스 문수경기자/김송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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