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마 겪었던 수원 華城 방재 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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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연합뉴스) 김경태 기자 = 국보 1호인 서울 숭례문이 화재로 소실되는 사태가 발생하자 이미 여러 차례 화마를 겪은 세계문화유산인 경기도 수원 화성(華城.사적 3호) 문화재에도 비상이 걸렸다.
수원시는 2006년 서장대 화재 이후 화성 내 목조건축물에 CCTV와 무인경비시스템 등 화재예방 시스템을 새로 구축하고 있으나 여전히 개방된 공간에 흩어져 있는 여러 문화재를 보호하기에 역부족이다.
◇수난 잇따라 = 2006년 5월 1일 새벽 술을 마신 20대 남성이 화성 서장대 누각에 올라가 옷을 불을 붙여 바닥에 던지는 바람에 화재가 발생해 2층 목조 누각이 소실됐다.
팔달산 정상(해발 128m)에 있는 서장대는 1920년대 일제강점기때 인공강우기 실험 중 진동으로 붕괴된 후 1979년 복원됐으나 준공 하루 전 벼락을 맞아 타 버렸고 1994년에도 방화로 소실된 적이 있다.
지난해 6월 1일 일용직 노동자가 술을 마신채 홧김에 화홍문을 망치로 부수다 붙잡혔으며 지난달 15일에는 잃어버린 휴대전화를 찾던 여중생들이 서북각루 앞 억새밭에 불을 질러 성곽과 누각이 피해를 입을 뻔했다.
화성사업소 정반석 시설보호팀장은 11일 "화성 주변에는 20-30여명의 노숙자들이 외국인 관광객을 상대로 구걸하고 있는데 이들은 언제든지 방화범으로 돌변할 우려가 있다"며 "숭례문 화재를 모방한 범죄 가능성을 우려해 긴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방재시스템 아직 구축 중 = 수원시는 화성 문화재 화재가 잇따르자 문화재 주변의 흡연 및 음주행위를 조례로 제한하는 한편 화재예방 시스템 정비에 들어갔다.
그러나 서장대 화재 이후 2년이 다 되도록 CCTV와 무인경비시스템은 아직 공사가 끝나지 않았다.
문화재 훼손없이 공사를 하기 위해 현상변경 허가절차와 공사가 까다롭기 때문에 시간이 오래 걸렸다는 것이 수원시의 설명이다.
화성에는 이달 말까지 팔달문 등 화성 4대문과 서장대, 동장대, 동북공심돈 등 7곳에 무인경비시스템을 갖추는 한편 화홍문 등 목조건축물 23곳에 31대의 CCTV가 설치된다.
현재 화성 성곽 5.7㎞를 따라 CCTV 배선.배관 공사를 벌이고 있으며 공사가 끝나면 CCTV가 촬영한 목조시설물 내부영상을 화성사업소 상황실에서 관찰하면서 문화재 훼손이나 화재 등에 신속히 대응할 계획이다.
CCTV에는 방송장치가 함께 설치돼 문화재 주변에서 담배를 피우거나 술에 취한 행동으로 문화재를 훼손할 우려가 있을 경우 즉시 계도방송을 통해 사전 제지할 계획이다.
CCTV는 이상한 움직임이 감지될 경우 신속히 대처할 수 있도록 동작감지시스템으로 구축된다.
수원시 화성사업소는 서장대 화재 전에 주간에만 순찰하던 방식을 개선해 주간에는 직원 28명과 청원경찰 10명이 교대로 2-3차례 순회하고 야간(오후10시-오전3시)에는 당직자 1명과 청원경찰 3명이 세 차례 순찰활동을 벌이고 있다.
화성사업소 측은 "그동안 한 번 순회하는 데 1시간반이 걸리는 순찰활동에 의존해왔으나 CCTV가 설치되면 화재 초기 발견과 진화에 도움이 되는 것은 물론 방문객들의 경각심을 높여 예방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선진 문화재 소방시스템 구축 절실 = 지난달 서북각루 앞 억새밭 화재 때에도 시민들이 먼저 신고할 정도로 도보 순찰만으로는 역부족이다.
그렇다고 CCTV와 무인경비스시스템이 설치된다해도 이번 숭례문 화재처럼 진화가 지연될 경우 훼손이 불가피하다.
현재 화성 내 4대문 목조건축물에는 각각 4대의 분말소화기만 설치돼 있다. 화재감지기나 스프링클러 등은 문화재 외형을 훼손하고 동파 우려 등으로 인해 설치하지 않고 있다.
자주 수난을 당하는 서장대의 경우 고지대로 수돗물 공급을 할 수 없어 소화전이 없다. 목조 건축물에는 방염처리를 하고 있으나 단청에 영향을 줄 우려가 있어 이마저 한계가 있다.
소방당국의 문화재 화재 진압방식도 여전히 주먹구구식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지적이다.
2006년 서장대 화재는 이번 숭례문의 소극적인 진화방식과 달리, 화재 자체 보다는 고압의 소방수로 인한 과잉 진화로 오히려 피해를 키웠다는 주장이 나왔다.
수원시 관계자는 "사방이 막혀 있는 숭례문과 달리 서장대는 벽면이 없는 개방형 구조여서 진화방식도 달랐어야 했다"면서 "서장대 화재 당시 소방당국이 물대포로 문화재를 더 훼손했다는 지적이 나왔다"고 말했다.
목조 문화재가 많은 일본의 경우 건물 외곽 지하에 저수공간을 설치해 화재에 대비하고 있고 문화재 내부에는 방화가스 분출장치를 갖추고 있다.
화성사업소 김준혁 학계연구사는 "숭례문 화재를 계기로 우리 목조 문화재에도 일본 처럼 선진 소방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며 "지금의 방식으로는 화재가 발생했을 때 역부족일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수원시는 숭례문 화재를 계기로 이날 화성 문화재에 대한 특별 소방점검에 들어갔다.
ktkim@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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