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분단 수도에 남은 마지막 장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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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방 앞둔 키프로스 분단의 상징 레드라 거리에서

(니코시아=연합뉴스) 권혁창 특파원 = 마지막 분단 수도(The last devided capital)라는 영문 글귀가 쓰인 작은 팻말이 눈에 들어왔다.

21일 저녁 키프로스의 수도 니코시아에서 분단의 상징으로 불리는 레드라(Ledra) 거리.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지 20년이 다 되도록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허리 잘린 수도로 남아있는 니코시아의 플라스틱 장벽도 곧 붕괴의 운명을 맞게 됐다.

남북 키프로스의 정상이 만나 통일을 위한 대화 재개에 합의하고, 그 신호탄으로 레드라 거리의 통행 개방에 합의한 이날 장벽 부근에는 하루종일 남쪽 니코시아 시민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남북 니코시아를 가로막고 있던 콘크리트 장벽은 1년 전 이미 해체됐고 5곳의 검문소를 통해 양측 주민들이 사실상 자유롭게 왕래하고 있지만, 정작 번화가인 이곳 레드라 거리의 플라스틱 장벽은 아직도 분단 현실을 웅변하듯 남아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역사적인 거리 개방이 선언된 이날 장벽도 자신의 운명을 알고 있는 듯 어둑해진 북녘 하늘을 배경으로 흰색 천을 몸 위에 걸치고 있다.

그 위에는 그 누군가가 두 줄의 터키어와 그리스어로 낙서처럼 휘갈겨 쓴 레드라 개방이라는 붉은 색과 검은 색의 글씨가 선명하게 빛났다.

바로 옆에는 대학생 30여명이 통일을 지지하는 궐기 집회를 안내하는 전단지를 끈으로 꿰어 만든 뒤 장벽 앞에 내걸고 있었다.

어머니가 북키프로스에 살다가 추방당했다는 여대생 맥컬리버는 "키프로스에 사는 모든 사람들이 함께 평화롭게 살기를 원한다"며 "분단 상황은 자유의 종말"이라고 단언했다.

터키계 북키프로스 출신인 친구와 함께 이 곳을 찾은 키프로스 대학의 지니는 "장벽이 해체되는 것을 보기 위해 왔다. 작은 섬나라가 통일이 돼서 함께 협력한다면 나라는 더욱 발전할 것"이라며 웃었다.

남키프로스는 2004년 단독으로 유럽연합(EU)에 가입했다. 올해 1월에는 유로화도 도입하는 등 경제적인 번영을 이루고 있지만 장벽으로 가로 막힌 분단 상황은 젊은이들에게 결코 편하지도, 유익하지도 않다는 것이다.

기자가 만난 대부분의 키프로스인들은 한결 같이 터키계 키프로스 주민들에 대해 적대감이 없을 뿐 아니라 예전에도 함께 잘 어울려 살았었다고 얘기한다.

그리스와 터키가 수백 년에 걸친 지배와 피지배의 숙적 관계를 이어왔지만 정작 분쟁의 당사자인 키프로스인들은 그리스-터키보다 훨씬 서로에 대해 우호적인 감정을 가지고 있는 것이 확실해 보인다.

건축업을 하는 올해 58세의 존 메이타니스는 "우리는 키프로스에서 함께 자랐다. 종교는 다르지만 같은 곳에서 같은 문화를 공유했다. 문제는 터키가 저쪽을 강점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스계 키프로스인 중에는 메이타니스 처럼 문제의 원인을 터키의 북키프로스 강점으로 보는 사람도 많지만, 분단 역사에 조금이라도 관심을 가진 지식인들은 다른 생각을 한다.

아무런 문제가 없는 작은 섬나라가 두동강 난 데 대해 이들은 비난의 화살을 강대국들의 책임으로 돌린다.

키프로스는 1878년부터 1960년까지 영국의 지배하에 있었다. 키프로스인들은 그래서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모두 영어에 능통하다. 그런데 영국이 키프로스를 떠나가면서 당시 주로 하층민을 이루고 있던 터키계 주민들의 반발을 부추겼다는 것이다.

또 많은 이들은 1974년 그리스와의 통합을 주장하는 군부가 쿠데타를 일으키고 이어 터키가 터키인 보호를 명분으로, 북키프로스를 강점했을 때에도 미국이 이를 묵인했다고 주장한다.

키프로스인들은 아무도 분단을 원치 않았지만 주변국과 강대국이 민족과 종교의 차이를 앞세워 키프로스를 분단의 질곡 속에 몰아넣었다는 논리다.

배경이야 어찌됐든 지금 니코시아의 레드라 거리는 장벽 붕괴와 나아가 통일에 대한 기대와 흥분으로 술렁이고 있다.

남측 니코시아 시장을 지냈던 무스타파 아킨치는 "분단의 상징이 이제는 통일의 상징이 될 지 모른다"고 레드라 개방의 의미를 서둘러 자평했다.

남키프로스는 2004년 국민투표에서 유엔의 통일안을 거부했었지만, 지난달 대통령 선거에서는 통일의 당위성을 역설해온 드리트리스 크리스토피아스를 선택했다.

크리스토피아스는 이날 정상회담이 끝난 뒤 "모든 문제가 하루 아침에 풀릴 것으로 기대해서는 안된다"고 신중함을 보였지만, 양측 주민들의 기대는 벌써 통일을 향해 달음질 치고 있는 듯 했다.

새뮤얼 헌팅턴은 문명의 충돌에서 키프로스를 터키 이슬람 교도와 그리스 정교도가 강한 적대감으로 폭력적 분쟁을 일으킨 문명의 단층선으로 바라봤다.

그러나 지금 키프로스에는 단층선 논리를 반증할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 고조되고 있다.

민족과 종교가 다른 이들이 함께 어울려 살아왔다는 이유로 통일의 장을 연다면 이는 같은 민족이 결합한 독일 통일보다 더불어 살기를 원하는 인류에 훨씬 더 큰 가치를 지닌 일임에 틀림없다.

같은 민족임에도 멀고 먼 통일의 길에 긴 한숨을 토하고 있는 한반도의 현실을 보면 이런 생각은 더욱 짙어진다.

faith@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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