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수재민 컨테이너 내년 1월 20일 반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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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제=연합뉴스) 이상학 기자 = "더위에 이어 다가오는 추위 고통에..그저 막막하기만 합니다"

입동 추위가 이어지는 10일 강원도 내설악 장수대에서 불어대는 찬바람은 이미 초겨울 동장군의 기운으로 여간 매서운 것이 아니었다.

임시로 마련된 컨테이너에서 석달 넘게 생활하고 있는 강원도 인제군 수재민들은 하나같이 "겨울이 코 앞인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그저 막막할 뿐"이라며 깊은 한숨만 내쉴 뿐이었다.

지난 7월 15일 집중적으로 쏟아진 호우로 인해 18명이 숨지고 11명이 실종되는 등 29명의 인명 피해와 함께 564가구 1천444명의 수재민이 발생한 인제지역은 현재 200여 가구의 수재민들이 각 마을에 설치된 컨테이너에서 생활하고 있다.

예년 같으면 절정을 이룬 가을단풍 관광객으로 분주했던 한계리 일대는 아직 수마(水魔)가 할퀴고 간 상흔은 치료되지 않은 채 임시로 설치된 컨테이너에 거주하고 있는 수재민들은 추위를 막기 위해 외부 단열재 보강과 함께 세탁장 등 공동 이용시설의 동파방지시설 설치 공사가 한창이었다.

김장김치를 담그며 바쁜 일손을 놀리던 김춘옥(62.여.한계2리)씨는 "내설악 계곡에서 아침, 저녁으로 불어대는 찬바람이 컨테이너에 스며들면서 너무 춥다"며 "무더위를 참고 나니까 이젠 추위가 엄습하고..내년 1월 20일은 다가오고.."라며 말을 흐렸다.

함께 있던 이웃주민은 "집단 이주할 터가 아직 완료되지 않은 상태에서 무작정 컨테이너를 비워달라고 하면 도대체 어디로 가야할지 모르겠다"며 인제군청에서 보내 온 안내문을 펼쳐 보였다.

컨테이너 사용에 따른 안내문에는 원활한 주택복구를 위해 보급된 임시 컨테이너는 지급일로부터 6개월 간만 사용하도록 되어 있으며 기존 전기, 통신, 수도 요금 면제가 내년 1월 20일로 종료돼 서둘러 주택복구를 완료해 달라는 내용이었다.

특히 세입자들에게는 전.월세금 6개월 분을 대신해 임시 컨테이너를 공급했으며 새로운 주거시설을 마련해 컨테이너 회수에 협조를 부탁하는 내용도 있었다.

이주할 곳이 없는 수재민들과 세입자들은 앞으로 임시 컨테이너의 사용기간이 만료되면 추운 겨울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 더 큰 고민에 빠져 있었다.

이호성(68.덕산리)씨는 "지난 여름 무더위의 고통을 견더낸 컨테이너 촌 수재민들이 이젠 다가올 겨울추위에 맞서야 하는 것도 너무 큰 고통인데 아직 이주 공간도 준비되지 않은 상황에 임시컨테이너 사용 만기를 알리는 안내문을 받았을 때에는 정말 막막했다"고 말했다.

세입자인 안모(50.여)씨는 "세입자에 대한 대책은 전혀 찾아 볼 수 없는데다 안내문에 무작정 컨테이너를 비워주어야 한다고 하니까 집 없는 설움을 또 당하는 것 같아 억울한 게 한 두 가지가 아니다"고 울분을 토했다.

수재민들은 인제군 측의 기본적인 사실을 알리는 안내문일 뿐 구체적인 회수계획은 없다는 의견을 접하고도 여전히 안도하지 않은 표정인 듯 어두워 보였다.

울퉁불퉁 비포장 길을 지나 많은 인명피해가 발생한 가리산리와 덕전리 방향으로 향했다.

덕적리 컨테이너에서 생활하는 한 수재민은 "1월 20일이면 한겨울인데 컨테이너를 회수한다고 하니까 막막하죠. 아마도 강제로 내쫓지는 않겠지만 설마 그게 사실이라면.."이라며 말끝을 흐렸다.

정석심(53.여.덕적리)씨는 "우리는 그나마 정부로부터 2천여만원을 지원받고 수천만원을 융자해 새로 집을 지어 이주할 예정이어서 한시름 놓았지만 땅이 없는 주민들은 그야말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딱한 사정"이라고 안타까워 했다.

현재 인제읍 덕산리를 비롯해 덕적리, 가리산리와 북면 한계2,3리 95가구 수재민들은 집단 이주를 실시할 계획이며 나머지 159가구는 올해 말까지 개별적으로 주택을 복구하기로 했지만 기한까지는 사실상 이주가 어려운 수재민들이 대다수인 상태다.

서영희(43.여.한계2리)씨는 "어차피 주택을 신축한다 하더라도 빚더미에 올라앉을 수 밖에 없는 실정"이라며 "1월 20일까지 컨테이너를 비워달라고 하니까 집단이주 공간을 빨리 마련하거나 실질적인 기반을 마련할 수 있는 지원이 이루어 졌으면 좋겠다"며 말을 맺었다.

여름 내내 찜통더위를 참으며 하루하루를 보낸 수재민들은 컨테이너에서 겨울 추위에 맞서야 하는데다 최근 컨테이너 사용에 대한 만기 안내문까지 받아든 수재민들은 그야말로 3중의 고통 앞에 내몰리고 있었다.

hak@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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