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진해 장애인 작품전 눈물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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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해=연합뉴스) 최병길 기자 = 장애를 극복하기 위해 그림을 그리고 목공예를 하면서 살아온 2명의 장애인이 나란히 작품전을 개최했다.

주인공들은 양다리 마비와 오른손 마비로 1급 중증장애를 앓고 있는 박성남(64.여.진해시 여좌동)씨와 양다리 마비로 휠체어와 목발에 겨우 의존한 2급 장애를 가진 김영준(47.진해시 자은동)씨다.

박씨는 마비돼 굳어버린 다리 때문에 휠체어 조차 타지 못해 25년간 나들이 한번 하지 못했기 때문에 이번 작품전이 장애를 가진 뒤 처음으로 세상문을 활짝 여는 것이다.

박씨는 30년전 막내를 낳은 뒤 산후조리를 잘못해 심한 관절염을 앓았고 이후 다리를 전혀 움직일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한 마비증세를 겪었다.

졸지에 장애인이 돼 버린 박씨는 그때부터 세상과 문을 닫고 20여년을 지내다 바깥세상이 너무나 그리워 6년전부터 겨우 움직일 수 있는 왼손으로 혼신의 힘을 다해 붓을 잡고 자신의 고향집 풍경을 그리기 시작했다.

처음 그림 한장을 그리는데 걸린 시간은 2주일이었다.

그렇게 젖먹던 힘까지 발휘해 그려온 작품이 이제는 100여점을 넘어섰으며 대부분은 풍경화다.

박씨는 "언제나 가보고 싶었던 바깥세상에 대한 그리움을 그림으로 달랬다"며 "그토록 원했고 보고 싶었던 바깥세상에 작품들과 함께 나들이를 할 수 있다는 것이 정말 꿈만 같다"고 말했다.

박씨와 함께 나란히 목공예전을 여는 김씨는 소아마비 후유증으로 인한 양다리 마비로 2급 장애를 앓고 있다.

당초 작품전은 박씨 혼자서 갖기로 했다가 작품전을 도운 봉사단체인 한울타리회를 비롯해 지체장애인협회 진해시지회, 시와 장애인복지관이 김씨와 함께 작품전을 열면 훨씬 더 빛날 것이라고 제안했고 김씨도 흔쾌히 수용했다.

김씨는 장애에 대한 편견을 극복하기 위해 30여년전인 중학교 2학년때부터 목공예를 익히기 시작했고 이후도 쉼없이 목공예에 몰두해 실력을 쌓았다.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김씨는 실력을 인정받아 학생들이 자신처럼 장애를 극복, 재활의지를 불태우는 서울 신아재활원과 창원홍익재활원에서 목공예 교사로 10여년간 활동하기도 했다.

김씨는 현재 자신의 호인 목인석천(木人石天)을 딴 점포와 작업실을 만들어 끊임없이 장애인들의 예술활동을 장려하고 있다.

김씨는 "성경에 환란은 인내를, 인내는 단련을, 단련은 소망을 이룬다고 기록돼 있다"며 "나의 장애가 오히려 참을 수 있는 마음을 만들어 주었고 그것이 나를 단련시켜 결국 소망을 품을 수 있는 사람으로 이끌어 줬다"며 오히려 감사했다.

김씨는 또 "작품전을 통해 나같은 사람도 이렇게 소망을 가지고 사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고 스스로 장애의 벽을 쌓고 세상과 소통하지 않고 문을 닫고 사는 장애인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불어넣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날 열린 작품전 개막식은 너나할것이 모두 눈물의 바다로 변했다.

개막식장이 눈물바다로 변한 것은 박씨를 위해 헌신해온 남편 이종갑(68)씨의 사랑하는 나의 아내에게 바치는 편지와 박씨의 남동생 수근(60)씨가 직접 쓴 시 한편 때문이다.

이씨는 이날 편지에서 "결혼한지 사십년 세월이 물같이 흘러가 버렸오/아름다운 당신의 육신에 몹쓸병이 찾아와 30년이 다 되도록 바깥세상 출입도 못해보고/새장에 갇힌 새처럼 연금생활을 하면서 아픔을 이기기 위해/ 그린 아름다운 그림이 벌써 백여점이 넘었으니 정말 당신은 대견한 나의 아내요, 사랑하는 우리 아들.딸들의 어머니 입니다"

박씨는 양다리와 오른손 마비지만 휘어진 왼손으로 붓을 잡고 6년전부터 그리운 바깥 세상을 그림을 그려왔다.

이씨는 "나는 당신 곁에서 당신은 내곁에서/당신의 그 아름다운 마음으로 그 모습 그대로/우리의 따뜻한 사랑을 가슴으로 느낄 수 있는 것이 얼마나 눈물 겹도록 감사하고 고마운지 몰라요"라고 목이 메인 어조로 낭독했다.

이씨는 "여보 사랑하는 당신 나의 아내 박성남씨 두발로 일어서서 걸어봐요/모든 사람들처럼 당신이 일어서서 걸을때까지 그날이 올때까지 기다릴꺼요/그래서 모든 사람들에게 감사하며 더욱더 어려운 분들께 베풀고 봉사하며 살아갑시다/사랑하는 아내여 나죽는 그날까지 영원히 영원히 당신을 사랑합니다"라고 편지를 끝맺었다.

남편의 편지를 듣던 박씨는 물론 개막식에 함께 했던 관계자 100여명도 주체할 수 없는 눈물을 흘렸다.

장애없이 마음껏 뛰놀던 어린 시절 고향과 남편과 함께 가 본 설악산 장군봉 등 박씨가 그린 아름다운 풍경화 작품전은 오는 28일까지 세상사람들과 만난다.
choi21@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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