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망산업현장◀ (16) ㈜한국인식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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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연합뉴스) 김병조 기자 = "새로운 글씨체가 계속 쏟아져 나오고 있는 만큼 문자인식기술도 끊임없이 발전해야 합니다"

13년 동안 `문자인식기술이라는 한 분야만을 개척해 온 ㈜한국인식기술의 송은숙(42.여) 사장은 끊없는 기술개발을 강조했다.

㈜한국인식기술은 대전 서구 괴정동에 자리한 임직원 20여명 규모의 중소 벤처기업이다.

2004년 문자인식기술을 바탕으로 명함글자를 파일로 변환해주는 명함리더기 `하이네임(Hi-Name)을 출시한데 이어 2005년에는 `기업인맥관리솔루션을 개발하는 등 해마다 괄목할만한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2002년 말 창업주이자 남편인 고(故) 이인동 박사가 43세의 젊은 나이로 세상을 떠난 뒤 경영일선에 뒤어든 송 사장은 "누구에게나 시련은 있겠지만 어떻게 이를 돌파하느냐가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 "문자인식기술을 개발하라" = ㈜한국인식기술은 1993년 30대의 젊은 과학도였던 고 이인동 박사가 창업한 회사다.

대전의 한 연구소에 근무하던 이 박사는 평소 수많은 연구논문에 파묻혀 지내면서 종이에 인쇄된 내용을 간편하게 파일로 전환할 방법을 고민하던 중 국내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던 `문자인식기술에 눈을 돌리게 됐다.

이 박사는 창업과 함께 본격적인 연구에 착수, 6개월 만에 인쇄문자를 인식해 파일로 전환해주는 프로그램인 `글눈 개발에 성공했다.

`글눈은 출시되자마자 연구원과 교수진 등 전문가 집단을 중심으로 빠르게 퍼져나갔고 각종 신제품 발표회 때마다 벤처기업 관계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글눈은 출시 당시 1대당 가격이 198만원에 달했지만 문자인식 기능에 목말랐던 `얼리 어답터(early adopter)들에게는 `가뭄 끝의 단비와 같았다.

◇"갑자기 닥쳐온 시련..기로에 서다" = `문자인식기술은 국내에서는 미개척 분야였던 만큼 ㈜한국인식기술은 성장가도를 질주할 여건을 마련했다.

1996년 다산기술상에 이어 1999년 정보문화상 대통령상, 2002년 국무총리 표창 등 벤처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굵직한 상들을 잇따라 휩쓸었다.

`대박을 터뜨릴 수 있는 기회인 코스닥 등록에도 도전해 수 차례의 재심사 끝에 2002년 8월 코스닥위원회의 심사를 통과했다.

하지만 코스닥 등록을 불과 한 달여 앞둔 2002년 11월 회사의 운명이 갑자기 변했다. 창업주이자 연구의 중핵심이었던 이인동 박사가 심장마비로 쓰러져 다시 일어나지 못하게 된 것이다.

선장을 잃은 회사는 곤두박질치기 시작했다.

2002년 80억원에 달했던 매출은 이듬해 8억원으로 뚝 떨어졌다. 코스닥위원회는 `매출액을 더 올려야 한다, `박사급 연구원을 늘려야 한다며 엄격한 기준을 제시했고 결국 코스닥 등록은 무산됐다.

주변에서는 "회사의 핵심이 쓰러져 회복이 어려울 것이다" "벤처기업의 생로병사 가운데 `사(死)단계에 들어섰다"는 등의 말들이 나돌기도 했다.

◇ `제2의 도약을 향해 다시 뛰자" = 6개월 가량의 혼란 끝에 2003년 5월 이인동 박사의 부인 송은숙 사장이 경영일선에 나섰다.

10여년 간 교사로 재직하며 회사경영에는 전혀 참여하지 않았기 때문에 송 사장이 사령탑을 맡는 것에 대한 우려섞인 목소리도 있었다.

그러나 송 사장은 취임과 동시에 대대적인 구조조정에 나서는 등 과감한 `회생 프로젝트를 가동했다.

40여 명이던 직원을 절반 수준으로 줄이고 비주력 사업을 정리하는 대신 `명함리더기 개발에 총력을 기울였다.

이듬해인 2004년 3월 송 사장의 첫 작품인 명함리더기 `하이네임(Hi-Name) 1.0이 세상에 나왔다.

송 사장은 와해되다시피 한 유통망을 복구하기 위해 제품을 들고 직접 뛰기 시작했다. 품질향상에도 힘을 쏟아 출시 1년여만에 2.0버전을 선보이고 올해 4월에는 문자인식률을 크게 향상시킨 3.0버전을 출시했다.

매출도 서서히 오르기 시작했다. 2003년 8억원이던 매출이 2년만인 지난해 16억원으로 뛰었으며 올해는 30억∼40억원까지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 "개인인맥에서 기업인맥까지 관리한다" = 역경을 딛고 일어선 ㈜한국인식기술은 개인용 명함리더기를 넘어 기업을 상대로 한 `기업인맥관리솔루션으로 고객확장에 나섰다.

`기업인맥관리솔루션은 직원들이 각자 관리하는 인맥을 중앙시스템에 공유하며 필요할 때마다 간편하게 열람하고 업무에 활용하도록 하는 업무지원시스템으로 이 회사가 지난해 12월 야심차게 내놓은 차기 주력상품이다.

송 사장은 "`하이네임은 명함을 자동인식해 정리함으로써 개인인맥을 관리해 준다면 `기업인맥관리솔루션은 기업차원의 인맥관리를 관리해줄 수 있을 것"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최근 이 시스템을 도입한 한 회사는 한달만에 14만 개의 인맥정보가 모였다"며 "사람이 자산과 정보인 시대인 만큼 `인(人)테크야말로 앞으로 모든 기업이 주목해야 할 분야"라고 강조했다.

㈜한국인식기술은 이 상품을 출시하면서 금융기관 등 잠재고객이 밀집한 서울 여의도에 영업소를 마련하고 적극적인 마케팅을 펼쳤다. 마침내 1년만에 20여개 기업이 이 시스템을 도입하는 성과를 거뒀다.

"우리나라 중소벤처기업의 가장 큰 어려움은 소비자의 신뢰를 얻기 힘들다는 것인데 기술과 실력만 있다면 언젠가는 성공할 수 있습니다"
송 사장은 4년 전 무산됐던 코스닥 등록의 꿈을 여전히 버리지 않고 있다.

그는 "언젠가 (코스닥 등록) 기회가 오면 놓치고 싶지는 않지만 지금은 회사의 덩치를 키우기보다는 작지만 알찬 기업을 일궈 `괜찮은 제품을 만드는 회사라는 평가를 받고 싶을 뿐"이라고 말했다.
kbj@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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