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名人◀ 병영 장도장 임동훈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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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연합뉴스) 장영은 기자 = "상감기법을 이용한 울산 병영 은장도는 최고 수준을 자랑합니다"

국내에서는 유일하게 상감기법을 적용한 은장도를 만드는 젊은 장인이 울산에 있다.

울산광역시 무형문화재 1호 기능전수자인 장도장(粧刀匠) 임동훈(39)씨다. 장도장은 은장도를 만드는 장인을 일컫는 말이다.

은장도는 요즈음은 장식용이나 노리개 등으로 쓰이지만 조선시대에는 선비나 규방부인이 허리띠나 옷고름에 차고 다니던 필수 휴대품이었다.

울산 중구 병영동에서 만들던 `병영 은장도는 조선시대에는 서울(한양)에 진상품으로 올라갈 정도로 유명했다.

조선시대 병영에는 군사기지인 경상좌도 병마절도사영(兵馬節度使營)이 위치해 있어 군수품 생산업에 종사하던 우수한 장인이 많았다.

이후 병영은 병마절도사영이 없어진 뒤에도 군수품을 생산하던 장인들이 무기 대신 은장도와 담뱃대 등 생활용품을 생산하면서 은장도의 명산지로서의 명맥을 유지해 왔다.

이처럼 오랜 역사를 지닌 병영 은장도의 맥을 잇고 있는 젊은 장도장 임씨는 평생을 은도장 장인으로 살아오면서 1999년 울산광역시 무형문화재 1호로 지정된 고(故) 임원중씨의 아들이다. 임원중씨는 2004년 75세의 나이로 작고했다.

임씨 집안이 언제부터 은장도를 만들어 왔는지는 정확히 확인되지 않지만 임씨 부친은 10대이던 1940년대 사촌형인 임인출로부터 은장도 제작기술을 전수받았다고 한다.

임씨는 "어린 시절부터 힘들게 은장도를 만들던 아버지를 옆에서 지켜보면서 `나는 이런 힘든 일을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으나 운명인지 몰라도 25살때부터 아버지로부터 은장도 기술을 배우게 됐다"고 과거를 회상했다.

3남3녀 중 차남인 임씨는 뛰어난 손재주 탓에 아버지로부터 기술을 전수받으라는 권유를 받았다.

그러나 임씨가 장인이 되는 길은 순탄치 만은 않았다.

임씨는 기술을 익히기 시작한 지 6개월 만에 힘든 작업을 견디지 못해 가출까지 하게 된다. 6개월간의 방황끝에 다시 작업장으로 돌아왔지만 시련은 이제부터였다.

가장 힘든 작업은 버선코 같은 은장도 칼자루의 끝 부위를 부드럽게 만드는 과정이었다.

그러나 임씨는 수차례 시행착오 끝에 기술적 어려움을 차례로 극복, 부친이 작고하기 한해 전인 2003년 마침내 장도장 기능전수자가 됐다.

임씨는 "아버지는 은장도를 항상 손에서 놓지 않았다"며 "아버지는 돌아가실 때 말씀을 제대로 못한 채 무엇인가를 두드리는 손짓을 하셨는데 이는 `은장도 제작에 전념하라는
유언인 것 같았다"고 말했다.

정신적 지주이자 스승이었던 아버지의 유지를 받들어 은장도 제작에 매진하고 있는 임씨는 이제 아버지 처럼 무형문화재의 반열에 오르겠다는 꿈을 갖고 있다.

임씨는 중구 병영동에 위치한 4평 남짓한 작업장에서 이른 아침부터 밤까지 병영 은장도의 맥을 잇기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종합예술인 은장도를 만드는 데는 은, 철, 황동, 구리, 아연 등과 각종 도구가 필요하다고 한다.

특히 임씨가 만드는 병영 은장도의 가장 큰 특징은 상감기법을 사용한다는 점이다.

임씨는 "상감기법은 최고급의 기술"이라면서 "예로부터 상감기법을 이용한 병영 은장도를 최고의 은장도로 평가했다"고 설명했다.

은장도에 상감기법이 주로 사용되는 곳은 칼집과 칼자루를 이어주는 장식인 두겁 부분이다. 금과 구리의 합금으로 만든 오동판에 다양한 모양을 음각한 뒤 음각된 부분에 은을 녹여 넣는 작업이다.

이어 음각된 부분을 한지로 감싸고 보름 가량 삭힌 오줌을 묻히면 처음 보이는 붉은 색이 까만색으로 변해 은장도의 아름다운 장식이 만들어진다고 한다.

병영 은장도는 다른 지방에서 만들어지는 은장도와는 달리 날카로운 칼 부위도 단단하게 만들기 위해 담금질 과정에서 황토를 섞은 찬물에 급랭시키는 과정을 거치도록 한다.

임씨가 은장도 1개를 만들어 내는 데는 최소 이틀, 길게는 1주일 이상이나 걸린다고 한다.

은장도 1개의 가격은 최소 15만원이며, 장식품에 따라 150만원 이상의 고가로 팔리고 있다.

임씨가 만드는 칼은 은장도 이외에 감나무나 향나무,대추나무가 재료인 목장도, 뼈로 만드는 골장도, 금으로 된 금장도, 뿔로 만드는 뿔장도 등 다양하다.

임씨는 한 가지 고민이 있다. 기술을 전수받을 후계자가 없기 때문이다. 힘들고 돈벌이가 되지 않은 일을 피하려는 세태를 반영한 것이다.

전통의 맥을 잇는 장인 답게 그는 "전통기술이 사라지는 것은 한 순간이지만 그 기술을 다시 찾기는 너무나 어렵다"며 "누구든지 기술을 배우기를 원한다면 가르치고 싶다"고 작은 소망을 밝혔다.
youn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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