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 호모 엑세쿠탄스 출간 이문열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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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은 정치적 수단 아니다, 소설로 봐 달라"
"막말로, 엎어져도 왼쪽으로 엎어져야 하나"
"많은 사람들의 종말론적 인식에 기반한 소설"

(서울=연합뉴스) 김정선 기자 = "우리 시대가 이상해져서 달을 가리키면 달을 봐야 하는데 그것을 가리키는 손가락에 주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떤 이는 현실정치를 풍자한 정치소설로 생각하는데, 그런 내용이 들어간 부분은 원고지 2천800장 분량 가운데 200장을 넘지 않습니다."

대통령 탄핵안 가결 등 우리 사회 주요사건을 거론하면서 현 정권과 386세대 정치인 등을 비판한 일부 내용으로 출간 전부터 논란을 빚은 장편 호모 엑세쿠탄스(전 3권ㆍ민음사)의 소설가 이문열(59)씨가 2일 시내 음식점에서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자신을 향한 비난이 서운했다는 이씨는 1권 머리말에 "호모 엑세쿠탄스에 투영된 작가의 정치적 견해는 용서 못할 문학적 반칙이라도 되는 것처럼 욕부터 하고 덤비는 까닭을 알 수 없다"며 "문학적이지도 문화적이지도 못한 비방이요, 상식도 갖추지 못한 정치적 시비로만 들린다"고 적었다.

또한 "막말로, 엎어져도 왼쪽으로 엎어져야 하고 자빠져도 진보 흉내를 내야 한다는 소리와 다름이 없다"며 "특정 이념이나 정치적 노선에 동조해 발언하는 것은 치열한 작가의식이요, 투철한 산문정신이요, 상반되는 이념이나 정치적 성향을 드러내는 것은 온당치 못한 문학이고 무책임한 정치 개입이 되는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씨는 "문학평론가라기보다는 설익은 정치평론가 여러분, 아니 지각한 좌파 논객 제군, 제발 소설은 소설로 읽어 달라"며 "근거 없는 문학론으로 재단된 선입견을 심어 독자로부터 이 소설을 차단하려 들지 말라"고 머리말에 덧붙이기도 했다.

이씨는 이날 "인간의 얘기를 하는 소설이 정치와 무관할 수는 없다"면서 "과거 빈부 격차와 노동 탄압 같은 자본주의의 그늘이나 군사정권 또는 권위주의 통치, 미 제국주의에 대한 비판 없는 소설이 도대체 소설 행세나 할 수 있었던가"라고 되물었다.

그는 3년 전 이번 소설을 구상했을 때 구원과 해방, 당대의 절박한 문제 해결이라는 말이 점점 동의어가 되어가는 우리사회 종말론적 인식에 주목했고 새 소설의 여러 코드 가운데 묵시록을 염두에 뒀다고 밝혔다. 이 묵시록은 닫힌 종말이 아닌 창조, 복원으로 새롭게 열릴 세계를 위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현재 한국사회가 종말론적이냐"라는 질문에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지만 1980년대부터 이대로는 안된다는 논의가 있었고 그런 인식이 상당 부분 동의를 얻고 있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통일의 경우 이전에는 추상적 차원으로 여겨졌지만 이제는 그런 차원을 넘어 구체적으로 성취해야 하는 시대가 됐고 사회 양극화문제도 마찬가지라는 것.

하지만 그는 "그런 인식은 이미 앞선 시대에 있어왔다"며 "이런 현상은 소수의 인식이 과장되고 확대된 것이며 어떤 사람들은 자신이 무엇에 동의하는지 구체적으로 모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많은 사람들이 갖고 있는 종말론적 인식에 기초했고, 소설 속에 나타난 문제를 해결하려는 사람들의 가치 판단은 자신의 생각을 보여주는 것이지만 극단을 보여주는 구상은 소설의 한 장치일뿐 정치적 수단은 아니라는 것이다.

또한 동족 간의 학살로 끝나는 유대 전쟁사를 끌어온 것은 민족주의를 악용했을때 어떤 결말이 나타나는가를 보여주려 했다는 설명이다.

그는 "정치적 부분이 전부인양 부각돼 불안하고 초조하고 난감했다"며 "소설 전개방식에도 신경을 쓰는 등 재미있는 소설을 쓰려 했다"고 강조했다.

1990년대 후반 자신의 소설 선택이 가부장제 질서를 옹호한다며 여성단체로부터 비난을 받은 것에 대해서는 "당시에는 공격하기 좋은 공동의 적이었지만 이번에는 내 소설에 대한 일부 정치적 배척은 있을 수 있겠지만 그때와는 상황이 다르다"고 밝혔다.

그는 "이전에는 사과하고 앞으로 더 잘하겠다고 말도 했는데 이번에는 실수도 내 몫이고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여기까지 뿐이니 모두 내가 책임지겠다는 생각"이라면서 "요즘 문화는 교정이 불가능한 문화여서 한번 떠오르면 수정이 안된다"고도 덧붙였다.

자신이 보수 우파로 불리는 것과 관련해서는 "남들이 그렇게 결론 내린 지 이미 10년이 지났다"면서 "좌파, 중도만 있으면 재미 없을테니 내가 기꺼이 보수, 우파로 불리는 짐을 지겠다"고 말했다.

소설가이지만 소설보다 자신의 정치적 견해가 주목받는 것에 대해서는 "자업자득인 측면도 있지만 적어도 문화부 기자라면 그것을 구분해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자신을 둘러싼 이전 정치적 논란에 대해 "비참한 측면도 있고 굉장히 소모적이었다. 글쓰기에 부담이 돼 어느 정도 거리를 유지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내가 호전적이고 부정적이 되는 것이 별로 좋은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는 "우리사회의 어떤 부분은 진전됐고 회복이 불가능한 부분도 있다"면서 "그 중에는 더 진전돼서는 안되는 부분도 있다"고 말했다.

미국에서 머물다 잠시 귀국한 이씨는 2월 보스턴으로 떠날 예정이다. 현재 총 6만부가 발행된 호모 엑세쿠탄스 가운데 4만부 가량이 팔렸다.
jsk@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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