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식량난 1990년대보다 심각"..탈북자들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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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심규석 기자 = "얼마 전 북한에 있는 엄마한테서 편지가 왔는데, 대학생 조카는 못 먹어 얼굴에 눈 밖에 보이지 않고, 그렇게 좋아 보였던 언니는 우리 아이 몸무게도 안 되고...내가 북한에 있었던 1998년보다 식량난이 더 심각하다고 하더라구요."

1990년대 중반 북한에서 수백만 명의 아사자가 발생했던 고난의 행군을 경험한 일부 탈북자들은 16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대북 인권단체인 좋은벗들(이사장 법륜 스님)이 주최한 기자회견에서 북한 주민들이 겪고 있는 식량 사정에 눈물을 흘리며 정부의 20만t 긴급 식량지원을 호소했다.

지난 2004년 입국했다는 장미옥(가명)씨는 북한에 거주하는 어머니가 보내왔다는 편지 내용을 소개하며 "지금도 애를 낳은 산모가 배고픔을 못 이겨 농장에 가서 덜 익은 옥수수를 뜯어 먹는 것이 북한의 현실"이라고 밝히고 "지금도 그 때(고난의 행군 시기) 생각을 하면 한밤중에도 잠이 안 온다. 제 마음이 북한에 있는 어린아이들이나 어르신들에게 가 닿았으면 하는 생각에서 하루 한 끼를 굶으며 살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의 농업관련 기관에서 일하다가 2000년 탈북했다는 이석철(가명)씨는 "김정일이나 그 체제만을 놓고 본다면 쌀 한 알도 보내고 싶은 생각이 없지만 북한 동포들의 처지를 생각하면 아니 보낼 수도 없는 상황인 것 같다"며 식량지원의 시급함을 강조했다.

김일성 주석 생전에 함경북도는 240만∼250만명에게 필요한, 1인당 하루 500g씩 총 50만t의 식량 생산계획을 세웠지만 실제로는 30만t도 생산하지 못했다고 밝힌 이씨는 "개인적으로 북한의 지난해 곡물생산이 200만t도 어렵지 않나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북한의 경작지는 논 60만 정보(㏊) 밭 70만 정보 등 총 130만 정보로, 정보당 평균생산량을 1.5t으로 계산할 때 곡물 생산량은 195만t, 정보당 2t으로 계산하면 260만t 수준이지만 지난해 수해에 따른 감소량을 10%로 볼 때 175만5천∼234만t에 불과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이씨는 북한에 살 때 자신도 남한 민간단체가 지원한 옥수수를 배급받은 사실이 있다면서 "인도적 지원문제는 그 어떤 정치적 논리로 접근하거나 이러저러한 의심을 갖지 말고 그냥 도와줄 필요성이 확실하면 도와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중국의 탈북난민이나 월경자 등을 활용해 북한 내부소식을 전하는 격월간지 림진강 편집장인 최진이씨는 "청진 병원의 과장급 의사 월급이 평균 150원, 많아야 몇백 원에 불과한데 장마당 쌀값이 4천500원까지 뛰었다"면서 "최근의 식량가격 폭등 상황으로만 볼 때 1990년대 고난의 행군 때보다 심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 정부가 북한의 대규모 아사자 발생과 같은 "위기상황 관리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평남 개천14호 정치범수용소에서 태어나 자란 뒤 탈북에 성공해 2006년 입국한 신동혁씨도 "식량난의 실상이 어느 정도 공개되기를 기다린다면 이미 많은 아이들과 노인들이 굶어 죽고 난 다음일 것"이라며 "제발 북한 주민들에게 긴급히 식량을 보내줘 그들이 남한 국민이 보내 준 식량으로 끼니를 이어나갈 수 있는 조치를 취해 달라"고 말했다.

행사에 참석한 탈북자 20여 명은 이명박 대통령에게 보내는 호소문을 통해 "어찌해 우리들 모두는 매일같이 내 부모, 내 형제들이 저 북한땅에서 떼죽음의 물결에 말려들어 아침이슬처럼 사라지지나 않을까 싶은 초조와 불안, 고통으로 살아가야 하느냐"며 "대량아사가 예견되는 상황에서 그 어떤 조건도 앞세우지 말고 이달 안에 20만t의 쌀이 북한에 가 닿을 수 있는 조치를 취해달라"고 요청했다.

이날로 22일째 단식 중이라는 법륜 스님은 "국민이 자신의 건강을 위해 촛불을 들고 거리로 나오지만 북한 주민이 굶어 죽어가는 데 대해서는 촛불을 드는 이가 없다"며 "북한 정부를 미워하더라도 주민들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지원에 나서달라"고 호소했다.

이날 행사에서는 신동혁씨가 20만t의 쌀을 상징하는 쌀포대를 담은 손수레를 끌고 나오는 공연을 펼쳤다.
ks@yna.co.kr
영상취재.편집:조동옥 기자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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