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3명뿐인 희소병 아이들 지켜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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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프팅 장병증 예린이의 어느 특별한 날

(서울=연합뉴스) 소원천사’로 불리는 한 자원봉사팀이 희소병을 앓는 8살 예린이의 병실을 찾았습니다.
현장음) 예린아, 언니 데리고 왔어. 초반에는 이렇게 어려워요. 예린이 오늘 머리 너무 예쁘다. 누가 해줬어?
벌써 다섯 번째 방문인데도 예린이와 친해지기가 쉽지 않습니다.
현장음) 예린아 언니가 예린이 좋아하는 하트(스티커) 갖고 왔다.
하지만 예린이의 마음을 열기가 쉽지 않아 보입니다. 투병 생활이 8년째 계속되면서 몸도 마음도 많이 지쳤기 때문입니다.
오늘 할 일은 예린이의 소원이 무엇인지 알아내는 것.
현장음) 예린이 또 뭐 갖고 싶다고 했잖아? 피아노. 진짜?
피아노를 갖는 싶다는 작지만 소중한 소망.
예린이에게 소원을 들어준다는 것은 잃어버린 희망을 찾아주는 특별한 의미가 있습니다.

외출에서 돌아온 예린이는 어김없이 몸에 붙여놓은 장치에 영양제를 공급하는 호스를 연결합니다.
소장이 제 기능을 다 못해 영양분 흡수가 안 돼, 매일 맞는 영양제가 삶을 이어가는 유일한 방법입니다.
인터뷰) 간호사 / 서울대병원 소아과 병동
“(음식을 먹어도) 소장에 갔을 때 흡수가 잘 안 되니까 그걸 영양제로 보충을 시키려고 그래서 맞는 거에요.”
정확한 병명은 ‘터프팅 장병증
소장의 융모 세포가 제대로 자라지 못해 음식에 들어있는 영양분을 흡수하지 못하는 병으로, 전 세계적으로 20명, 국내에선 단 3명뿐인 희소병입니다.
예린이와 남동생 민성이 그리고 옆자리의 26개월된 아기가 고통을 받고 있습니다.
예린이는 갑작스런 설사로 하루에 보통 스무 번에서 많게는 마흔 번까지 화장실 신세를 져야 합니다.
필요한 영양분을 공급받기 위해 정맥과 수액 호스를 연결하는 ‘케모포터’라는 작은 장치를 몸속에 지닌 채 생활하고 있습니다.
오랫동안 정맥에 주사 바늘을 꼽다 보니 이제는 호스를 연결할 정맥자리 마저 남아있지 않습니다.
인터뷰) 김연옥 / 34세, 송예린 엄마
“이게(정맥) 마지막이라고 했어요. 그러니까 (사용 할 정맥이) 없는 거죠. 이게 만약에 혹시 감염이 돼서 이걸 빼고 다른 정맥에 해야 되는 데 다른 정맥을 찾지를 못하면 그게 이제 문제가 되는 거에요. 그러면 이제 방법이 없어요.”
매일 달고 사는 영양제로부터 자유로워지는 마지막 방법은 소장 이식수술.
하지만 세계적인 희소 질환인 탓에 현재로선 수술도 쉽지 않습니다.
2001년 국내의 한 대학병원에서 이 수술을 시도한 적이 있지만 수술 후 부작용으로 3개월 만에 환자가 사망한 이후 지금까지 성공 사례는 없습니다.
인터뷰) 두기원 / 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발병 원인은 현재 정확하게 밝혀져 있지는 않고 환자의 치료법 또한 정확하게 밝혀져 있지 않은 상태입니다. 그래서 궁극적으로 환자가 나을 수 있는 방법은 소장 이식인데요. 이것은 국내에서 성공한 예가 한 예도 없는 상태입니다.”
터프팅 장병증’이라는 예린이의 병명을 알기까지도 결코 쉽지 않았습니다.
생후 2개월 만에 병원을 찾았지만 의사들도 쉽게 진단을 내리지 못했습니다. 각종 검사를 거듭하다, 입원 6개월, 생후 8개월 만에 드디어 병명을 찾았습니다. 병명이라도 알게 해달라던 부모의 애타는 마음이 뭔지 모를 분노와 원망으로 변해버리는 순간이었습니다.
인터뷰) 김연옥 / 34세, 송예린 엄마
“내가 죄진 것도 없는데 내가 왜 이래야 되나? 정말 그런 생각 많이 했어요. 하느님이 있다고 믿지도 않았어요.”
입원과 퇴원을 반복하다 보니 병원비만 해도 몇 천만 원에 이릅니다.
지금은 의료보호 1종 혜택과 몇몇 단체로부터 도움을 받지만 5살인 동생 민성이 역시 같은 병을 앓고 있어 남매의 한 달 병원비만 백만 원이 훌쩍 넘습니다.
인터뷰) 김연옥 / 34세, 송예린 엄마
“지금도 만약에 TPN(종합정맥영양수액)이 보험이 된다면 집에 갈 수가 있어요. 그런데 보험이 안 돼서 사실 못 가고... 경제적인 게 안 되니까 못 가는 거죠.”
엄마로서 해 줄 수 있는 게 무엇일까 고민 끝에, 지난 3월 난치병 어린이의 소원을 들어주는 ‘한국 메이크어위시(Make-A-Wish)재단에 도움을 청했습니다.
발벗고 나선 사람들은 이 재단과 공동으로 봉사활동을 펼치는 한국동서발전의 자원봉사팀.
소원을 이뤄주는 ‘위시 데이’를 며칠 앞두고 깜짝 공개할 부모님 영상편지를 담기 위해 병실을 찾았습니다.
예린이가 자원봉사팀 언니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동안 아빠는 딸 몰래 영상편지를 촬영합니다.
현장음) “예쁜 공주님 안녕. 예린이가 바라는 대로 아빠가 병원에서 있도록 노력할게. 예린이 사랑해요.”
하고 싶은 말은 많은데 미안한 마음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한 것 같아 아빠는 아쉽기만 합니다.
인터뷰) 송권투 / 34세, 송예린 아빠
“아이가 바라는 것을 내가 들어줬으면 하는데 그게 아니라 제가 원하는 것만 이야기 한 것 같아서 그게 좀 아쉽네요.”
인터뷰) 이재홍 / ‘소원 천사’, 한국동서발전 대외협력팀
“평소에는 아빠 엄마가 병원에 같이 있어도 속에 있는 진심을 말하기가 쉽지 않잖아요. 그런데 이런 기회를 통해서 아빠 엄마가 정말 예린이를 얼마나 사랑하고 예린이에게 얼마나 미안한 마음을 갖고 있는지 그런 것을 전달해 주고 싶어서 이런 것을 생각하게 됐어요.”
집에서는 엄마가 예린이에게 영상편지를 씁니다.
현장음) “사랑해 앞으로도 더 건강하고 예쁘게 다 같이 집에서 꼭 살자. 사랑해.”
인터뷰) 김연옥 / 34세, 송예린 엄마
“(엄마 진심을 전달) 하려고 했는데 예린이가 잘 받아들일지 모르겠네요.”
위시 데이(Wish Day)를 코앞에 두고 자원봉사팀이 마지막 점검을 위해 모여 아이디어를 찾는데 몰두합니다.
현장음) “예린아 엄마 아빠가 또 할 말이 있단다 이러면서 넘어가고, 그러면서 예린아 내가 지금 안방에 있거든 안방으로 올래 뭐 이런 식으로...”
지난 20일, 손꼽아 기다리던 ‘위시 데이’ 날입니다.
오늘의 주인공 예린이가 갖고 싶어한 피아노가 도착하자 자원봉사팀의 손길이 더욱 분주해집니다.
현장음) 이요한 / 한국 메이크어위시 대외협력팀 간사
“(예린이가) 들어오면 (보일 수 있게) 구름하고 꽃 풍선을 몇 개 붙여서 장식을 하려고 하거든요.
인터뷰) 김연옥 / 34세, 송예린 엄마
"저희도 이렇게 해주고 싶었는데 이렇게 못 하니까 감사할 따름이죠.”
현장음) “하얀 털옷을 입은 예쁜 아기 곰 언제나 너를...
예린이를 위해 준비한 노래도, 실수가 없도록 다시 한 번 입을 맞춰봅니다.
이 시각 아무것도 모르는 예린이는 동네 학원에서 피아노 건반 익히기에 푹 빠졌습니다.
인터뷰) 박진옥 / 피아노 강사
“피아노 좋아하고요, 음악 좋아하는 것 같고 집중력도 있고 좀 그래요...”
깜짝 이벤트를 위해 만들어진 어둡고 낯선 상황에 8살 꼬마는 많이 놀랐나봅니다. 하지만 스크린에 보이는 엄마 아빠의 얼굴에 이내 얼굴에는 웃음꽃이 핍니다.
현장음) 엄마 아빠 영상 편지.
방문을 열자 터져 나오는 환호에 예린이도 감동한 모양입니다.
현장음) “지금부터 우리 송예린 어린이 ‘위시 데이’를 시작하겠습니다.”
깜짝 이벤트에 어리둥절하기만 한 예린이.
예쁜 공주 드레스에 근사한 여왕관까지 쓰니 희소병을 앓고 있는 예린이의 평소 모습은 찾아보기 힘듭니다.
현장음) “우리 예린이가 가지고 싶은 게 뭐지? 예린아 뭐 갖고 싶어? 피아노
하나 둘 셋! 우와...“
엄마, 아빠와 자원봉사자 언니, 아저씨들이 하나가 돼 사랑을 선물한 오늘이 예린이에겐 생애 가장 큰 기쁨으로 간직될 것입니다.
kgt1014@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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