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가 대응 현장을 가다 화석에너지 없는 英 베드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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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과 태양.목재에너지만 사용하는 친환경 마을

(런던=연합뉴스) 김진형 특파원 = 고유가 시대를 맞아 석유, 천연가스 같은 화석연료를 사용하지 않는 친환경 주택이 새로이 주목받고 있다.

영국 런던 시내에서 자동차로 1시간쯤 걸리는 서튼에 위치한 작은 주거단지 베드제드(BedZED)는 화석 에너지를 사용하지 않는 친환경 주택 단지이다. 베딩턴 제로 에너지 개발(Beddington Zero Energy Development)에서 머리글자를 따온 베드제드는 화석연료가 아닌 바람과 태양, 목재쓰레기를 에너지원으로 사용한다. 화석에너지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뜻에서 제로 에너지 주거단지다.

베드제드에 들어서면 3층짜리 공동주택 지붕을 장식한 빨강, 노랑, 파랑, 초록 등 알록달록한 닭벼슬 모양 환풍기가 제일 먼저 눈에 띈다. 이 환풍기는 바람에 따라 회전하면서 외부의 신선한 공기를 실내로 공급하고, 실내 온도를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열교환기를 부착한 환풍기를 통해 바깥의 찬 공기는 실내 더운 공기와 섞이면서 따뜻해지기 때문에 따로 에너지를 사용하지 않고도 난방효과를 낼 수 있다.

모두 남향을 바라보는 집은 남쪽 벽면이 온통 유리창으로 돼 있어 온실처럼 태양열을 공급한다. 유리창으로 쏟아지는 햇빛을 받는 집은 전기를 쓰지 않아도 실내가 환하다. 유리창은 공기가 새어 나가지 않게 처리했고, 3중창이라서 에너지의 낭비를 최소화했다. 벽은 300㎜ 단열재를 두툼하게 넣어 두께가 50㎝ 가까이 된다.

지붕은 태양열 집열판과 잔디로 이뤄져 있다. 지붕 위 잔디는 비가 올 때 빗물을 흡수해 저장하고, 이 빗물은 파이프를 통해 지하 물탱크로 보내진다. 물탱크의 빗물은 정화과정을 거쳐 화장실과 정원의 물로 재활용된다. 이런 식으로 이 주택단지 주민들은 보통 주택에 사는 사람보다 물 사용량을 3분의 1 정도 줄일 수 있게 됐다.

주민들은 카풀제를 운영하는 시티 카 클럽을 통해 필요할 때만 자동차를 사용하거나 단지 내 전기자동차를 빌려 사용한다. 전기자동차는 지붕 위 태양열 집열판을 통해 얻은 전기에너지를 연료로 사용한다. 단지 내 주차장은 한 가구당 0.5대로 계산해 공간을 최소화했다.

실내 샤워나 수도꼭지는 물을 아낄 수 있도록 콸콸 나오지 않게 만들어졌다. 전기와 가스 계량기도 부엌 잘 보이는 곳에 설치해 주부가 늘 에너지 소비량을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이 주택단지에서 필요한 최소한 에너지는 단지 한쪽에 세워진 자가발전소를 통해 공급된다. 이 발전소에서는 석유나 석탄이 아닌 목재 찌꺼기를 태워 매일 100kw 전력을 생산한다.

쓰레기 매립장을 친환경 주거단지로 탈바꿈시킨 베드제드는 2002년 완공됐다. 베드제드는 영국에서 가장 먼저 건설됐고, 가장 규모가 큰 친환경 탄소 제로 마을이다. 베드제드에는 현재 82 가구가 살고 있고, 단지 내에는 커뮤니티센터와 사무실 등도 입주해 있다.

5년째 베드제드에서 살고 있다는 한 주민은 "전기료와 가스요금이 보통 집들보다 훨씬 싸고, 화석에너지를 쓰지 않아 단지 내 공기가 매우 맑다"며 "여기서 지내다가 다른 보통 집에 가면 숨을 쉬기가 어려울 정도"라고 말했다.

베드제드 주택 가격은 침실 4개짜리 아파트가 37만파운드(약 7억5천만원), 침실 2개짜리 아파트가 22만파운드(약 4억5천만원) 수준이다. 인근에 있는 보통 주택들보다는 다소 비싼 편이다.

베드제드는 친환경 건축가로 유명한 빌 던스터 씨와 저소득층 지원 자선기관인 피버디트러스트의 합작품이다. 그래서 주택 중 3분의 1은 저소득층에 임대해주고, 30%는 피버디트러스트와 입주자가 공동 소유하며, 나머지 40%만 일반에게 분양했다.

던스터 씨는 "영국에서만 베드제드 같은 친환경 주거단지를 12개 건축했고, 중국, 프랑스와도 합작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며 "베드제드는 탄소 제로 마을이 꿈이 아니라 현실이 될 수 있음을 입증한다"고 말했다.

"처음 베드제드를 건축할 때는 설계기간만 1년 걸렸지만 이제 하루면 끝난다"는 던스터 씨는 설계기간을 단축하고 부품을 규격화함으로써 건축비를 대폭 줄여 탄소 제로 마을이 충분히 상업화 가능한 단계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영국 정부는 저소득층에게 공급하는 공영주택 건설시 친환경 개념을 도입하고 있고, 내년부터는 신축되는 일반 주택도 친환경 건축 방식을 도입토록 의무화했다. 고든 브라운 총리는 지난해 기존 산업단지를 재개발해 이산화탄소를 적게 배출하는 친환경 에코타운 5곳을 조성하고, 여기에 10만 가구를 입주시킨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영국에서 활동 중인 한국인 건축가 이인선 씨는 "유가가 치솟고 있고, 석유자원이 고갈되고 있는 상황에서 친환경 주택은 고유가 시대의 새로운 대안이 될 것"이라며 "영국은 에너지 효율성을 높인 지속가능한 친환경 주택에서 매우 앞서가는 나라이며, 한국도 이제 친환경 주택에 관심을 돌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취재 = 김진형 특파원 (런던) , 편집 = 김지민VJ

kjh@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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