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창 때는 100명과 릴레이 소주 원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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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호 부산국제영화제 공동집행위원장

(서울=연합뉴스) 이경태 기자= 오랜만에 한국 영화가 관객들의 주목을 한 몸에 받고 있다. 잇단 흥행 몰이 속에 기나긴 부진 탈출을 예고하며 뜨거운 여름을 나고 있다.

관객들의 눈이 스크린에 쏠린 사이, 이를 흐뭇하게 내려보는 한국 영화계의 큰 산이 있다. 올해로 13회째를 맞이하는 부산국제영화제의 김동호 위원장.

1996년 동경영화제와 홍콩영화제로 대변되던 아시아 영화계에 부산 국제영화제란 브랜드를 들고 나와 결국 새우가 고래를 잡아먹는 기적을 이끌어온 그다.

부산 국제영화제는 출범 이후 아시아 대표 영화제에서 세계 6대 영화제로 성장했고 이 기간 한국 영화는 천만 관객 시대를 열어 젖히며 세계 3대 영화제의 본상을 석권하는 양적,질적 성장을 이뤘다.

다시 살아나고 있는 한국 영화의 생동감이 누구보다 반가웠을 그를 서울 종로구 통의동 부산국제영화제 사무실에서 만나봤다.

▲부산국제영화제의 놀라운 성장 동력 중 절반은 김동호 위원장의 마당발이란 평가가 있습니다. 김동호 위원장의 인맥 관리 요령에 세간의 관심이 많은데요?

--저는 일단 한번 만난 사람은 절대 놓치지 않는 특유의 친화력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서 후쿠오카 위원장을 저녁에 초대했는데 "돌솥밥이 굉장히 맛있다" 그러면 그 자리에서 직원들에게 돌솥을 하나 사서 오게 해서 선물로 주고 이런 식입니다.

김동호 위원장은 소문난 애주가다. 부산 국제영화제 첫해에는 자정이 넘어 술집이 모두 문을 닫자 길바닥에 신문지를 깔고 귀빈들을 앉힌 후 술을 마셨다는 일화가 유명하다. 김 위원장의 인간적인 접대에 감격한 귀빈들은 이를 스트리트 파티라고 이름 붙이며 기뻐했고 결국 각종 해외 영화제에서 유행처럼 번지기도 했다고 한다.

▲주량은 어느 정도 인지 궁금합니다.

--최근 2년 반 동안은 (나이 때문에) 술을 안 먹었지만 그전에는 국내외에서 알아주는 술꾼이었습니다. 이것이 인맥 관리에 굉장히 기여를 많이 했다고 봅니다.

▲그럼 전성기 때 주량은 어느 정도였나요?

--예를 들면 남양주 종합 촬영소 설립할 때 모든 주민의 동의를 얻어야 하니까 그러한 경우에는 백 명을 상대로 소주잔을 서로 주고 받고 동의를 얻기 힘든 사람과는 호형호제하면서 집중적으로 공략하고... 보통은 40~50명을 대상으로 술잔을 서로 주고 받았습니다.

▲연속으로 40~50잔을 드시는 겁니까?

--그렇게 봐야겠죠.

하지만 무조건 술을 많이 마신다고 될 일은 아니었다. 초창기 부산국제영화제는 지명도가 낮아 유명인사들에게 초청장을 보냈지만 반응이 시원찮았다. 특히 정작 영화를 공급해야 할 프로그래머들을 선택하는 일이 어려웠다고 한다. 이럴땐 인맥이 또 다른 인맥을 부른다고 했다.

▲인맥이 닿지 않는 경우는 어떻게 하나요?

--특별한 건 아니고 또 다른 인적 네트워크를 최대한 가동합니다. 예를 들어 영화제 초기에 인터내셔널 프로그래머인 전향준씨는 자기 나름대로 영화제를 많이 다녔기 때문에 자기 나름대로 인맥이 있었고 해외에 있는 몇 사람들의 지인들을 동원해서 현지에서 교섭하게 만들고 총체적인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김동호 위원장은 선물의 활용법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하지만 미묘한 성질의 선물이란 매개체를 잘 이용하기 위해서는 노하우가 필요하다고 했다.

▲선물이란 것이 잘못하면 뇌물의 느낌을 줄 수도 있고... 선물할 때 방식이나 철학이 있습니까?

--저는 매년 영화제 때마다 개인비용으로 대략 4~5만원 범위 내에서 선물을 줍니다. 하지만 주요 영화제 인사들의 경우 1년에 한두 번 계속 만나다 보니 매년 똑같은 선물을 줄 수 없습니다. 그래서 어느 해는 어떤 선물을 줬다는 걸 항상 기록해 놓고 중복 안 되는 범위에서 사다주고 있습니다.

▲주로 애용하시는 물품이 있는지...?

--자개 열쇠고리, 자개명함 등 자개용품을 애용하는데 1년에 두 번씩 주다 보면 중복이 안돼야 하니까, 미술관이나 박물관에서 만드는 문화상품들 중에서 선정을 하는 편입니다.

김동호 위원장은 서양 사람들 중에는 한,중,일에 대한 개념이 명료하지 않은 경우가 많아 애를 먹었다고 했다. 하지만 이 문제 역시 선물을 이용해 풀었다.

▲외국의 여러 사람을 만나다 보면 중국과 일본을 안다는 이유로 한국에 관심을 별로 안 가지는 경우가 있는데요?

--그런 경우 해외에서는 한국음식점에 초대를 하고 한국문화를 익히게 하고 더러는 한국문화를 소개하는 DVD나 비디오를 주기도 합니다. 그리고 중국, 한국, 일본 문화의 차이점을 설명해 줍니다.

김 위원장은 해외의 모 영화관계자와 사소한 일로 관계가 틀어진 경험이 있다고 했다. 하지만 그 후 무려 4년간이나 공을 들여 그 사람의 마음을 다시 돌려놓는데 성공했다고 했다. 김동호 위원장의 인맥 관리에 대한 열정을 느낄 수 있게 하는 대목이다.

▲작년에 국제 영화제라는 명성에 걸맞지 않는 실수들이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엔니오 모리코네 사건이라든지...이번 영화제를 준비하면서 부담이 될 수 있을 텐데요.

--저희가 지난해에 여러 가지 운영에 미숙한 점이 많았습니다. 세계적인 음악가 엔니오 모리코네를 개막식에 초청해놓고 불편한 몸으로 20분 정도 기다리게 한 후에 입장을 했다는 점이나 대선주자 세분이 예고 없이 참석함으로써 의전이나 개막식 시간이 다소 지체가 되기도 했고... 영화제를 끝나고 저희는 굉장히 많은 평가도 하고 자성을 하면서 똑같은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보완책을 마련하는데 시간을 소요했습니다.

▲엔니오 모리코네에게 나중에 연락은 해보셨나요...?

--그 이후 로마 영화제 가서도 잠깐 뵈었고 (사고 내용의) 일부는 잘못 전달된 점도 있습니다. 그 부분에 대해 본인은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고 말했죠. 본인이 행사를 다 끝내지 못하고 가신 것은 몸의 컨디션 때문에 가셨다고 했습니다. 그 이후로 많은 오해들이 풀렸습니다.

▲국제 영화계의 마당발이란 별명을 갖고 계신데 휴대폰엔 몇 명의 전화번호가 등록이 돼 있나요?

--많지는 않습니다. 현재 600명 넘게 있습니다.

▲혹시 1번으로 저장돼 있는 사람은 누구입니까?

--우선은 가까운 사람들... 단축번호로 보면 1번부터 10번까지는 가족이고 20번부터 30번 까지는 프로그래머들이고 직접 관계되는 사람들은 50번까지 단축번호를 이용하고 있습니다. 그 다음에는 영화인들하고 자주 전화하다 보니까 전화이용률이 높습니다.

▲외국어 실력은 어느 정도입니까?

--영어 이외에 다른 외국어는 전혀 못합니다. 영어도 원래 영화진흥공사 사장 전까지는 공직 생활하면서도 영어를 쓸 일이 없는 자리였기 때문에 거의 못했습니다. 그런데 영화진흥공사 사장으로 발령받고 외국인들을 많이 만났습니다. 공사생활 4년 일하면서 새벽에 학원을 다니는 등 노력을 많이 했습니다. 무턱대고 외국인 만나서 못하는 영어로 의사소통을 시도하다 보니 그럭저럭 의사소통에는 지장이 없습니다.

▲영화계 안팎에서 관심을 가지고 있는 부분 중에 하나는 위원장 임기에 대한 부분인데요.

--어차피 13년 되었으니까 적당한 기회에 물려줘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후계자 구도를 위해서 지난해 총회 때 공동집행위원장 제도를 신설했고 부위원장을 유능한 사람으로 선정해 놨습니다.
지금 현안은 전용관인 부산영상센터를 건립하는 문제입니다. 이 부분만 조기에 해결되면 제가 할 수 있는 부분은 다 했다고 봅니다. 그때쯤이면 제가 물려줘야 할 시기인 거 같습니다.

▲부산영화제가 많은 관심과 인기를 끌고 있는데 스폰서 문제는 잘 해결되고 있습니까?

--항상 어려움이 있습니다. 1회 때는 22억 원의 행사를 치렀는데 부산광역시에서 3억 원만 지원받았습니다. 3회부터는 정부 지원도 받고 해마다 액수는 늘어나고 있습니다. 올해에 90억 원 예산이 들어가면 정부에서 14억 원, 부산시에서 32억 원 정도를 지원받게 됩니다. 나머지 44억 원은 스폰서나 입장료 수입으로 충당해야 하는데 아직도 이 부분이 굉장히 취약합니다. 다만 세계적 영화제인 칸이나 베를린 영화제를 살펴보면 예산이 우리 돈으로 300억 원 정도 규모인데 그 중 절반 정도를 정부가 보조해줍니다. 그런 면에서 부산영화제에 대한 정부 지원 폭이 굉장히 작다고 봅니다.

▲ 만약 세계 영화제에 축구처럼 랭킹이 있다면 부산 국제영화제의 세계 랭킹은 몇 위 정도
입니까?

--영화제에 등급을 매긴다는 것 자체는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의미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1999년 이후 세계영화제 정상회의나 영화제 집행위원장 공동 기자회견 등에서 항상 부산국제영화제가 아시아권, 아프리카권, 중남미권에서는 유일하게 끼어왔습니다.

실제로 지난 5월 칸 국제영화제 개막식에서 김동호 위원장은 베를린과 베니스 영화제 집행위원장보다 높은 수준의 의전을 받아 화제가 되기도 했다.

--저는 6개 영화제 집행위원장들이 참여하고 있는 세계영화 제작자 연맹의 이사 신분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저에 대한 대우를 고려한다면 세계영화계에서 부산영화제를 바라보는 시각이나 생각하는 비중은 꽤 높다고 생각합니다.

◇ 김동호 위원장은 서울대 법대를 나와 문화 부처의 요직을 두루 지낸 관료 출신이다.
88년 영화진흥공사 사장이 되면서 영화인들에게 ‘낙하산 인사’라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매일 영화인들을 만나며 신뢰를 얻어냈고 매해 100편 이상의 영화를 보면서 스스로 진정한 영화인으로 거듭났다.
자신을 스스로 단순한 ‘로비스트’라고 칭하는 김동호 위원장, 그러나 김 위원장은 변방에 머물던
한국영화를 세계 영화계 중심에 사뿐히 착륙시킨 이 시대 최고의 문화전도사로 꼽힌다.

영상취재 : 전현우 기자, 김태호 PD, 김영훈 VJ

ktcap@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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