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역사문제 해법 유럽서 배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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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북아역사재단 학술세미나 개최

(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 일본 정부가 중학교 교육 지침으로 사용될 사회과 새 학습지도요령 해설서에 독도가 일본 고유의 영토라는 내용을 명기, 국내외 파문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유럽에서 역사갈등 극복을 위한 공동교과서에 대한 논의의 호흡이 빨라지고 있어 주목을 끌고 있다.

동북아역사재단은 28일 유럽과 동아시아의 공동교과서 편찬과 전망을 주제로 학술세미나를 개최, 불행한 과거를 되풀이 하지 않으려는 유럽국가들의 움직임을 통해 거미줄처럼 복잡하게 얽혀 있는 한.일 혹은 한.중.일 역사문제에 대한 해법을 모색했다.

한운석 고려대 교수는 폴란드.독일 공동역사교과서:역사화해를 향한 또 하나의 도전이라는 발제를 통해 2011년까지 공동역사교과서를 만들기로 최근 합의한 독일과 폴란드 정부의 노력을 조명했다.

한 교수는 "독일-폴란드 교과서위원회가 1972년에 만들어져 36년이 지났지만 양국이 공동의 교과서를 개발하기로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역사적 쟁점에 대한 양국 학자들간에 이견이 크지않은 만큼 그 미래는 낙관적"이라고 말했다.

한 교수는 그러나 "역사적 쟁점보다 문제가 되는 것은 폴란드인은 무질서하고 게으르다는 독일인의 편견"이라며 "이런 무지와 무관심에 대해 얼마만큼 극복할 수 있는가가 양국 화해의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2006년 8월에 출간된 마주보는 한일사 1,2의 제작 과정에 참여했던 박범희 중앙고 교사도 한일 공동교재 개발의 성과와 과제라는 발제를 통해 진정한 화해를 위해서는 서로에 대한 무지와 무관심의 벽을 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교사는 "실제 사무라이는 에도 막부 시기에 주로 행정 업무에 종사했던 하급관리였지만 한국 학생들은 거의 닌자에 가까운 이미지로 기억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교사는 "한국 학생들은 일반적으로 역사 수업을 통해 고대에는 한반도에서 일본으로의 활발한 문화전파를 통해 우월한 문화의식을, 중세의 임진왜란이나 근대 일본의 한국 식민지화에 대한 내용을 통해서는 은혜를 침략으로 갚은 일본에 대한 증오심을 배우고 있다"고 진단했다.

반면 "일본 학생들은 유럽과 미국에 대한 관심이나 동경은 크지만 한국은 매력이 없고, 일본과도 관계가 없는 나라로 한국을 생각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박 교사는 "증오와 무관심이 만나면 생각만해도 끔찍하다"며 "다양한 차원에서 서로의 역사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조에츠교육대학 우메노 마사노부 교수는 일한 관계를 둘러싼 역사교과서 내용의 과제를 통해 한 발 더 나아가 개별적, 구체적 사실에 대한 양국간의 이해의 폭을 넓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메노 교수는 "정치적 논의에서 요구되는 역사적 결론보다는 개별적이고 구체적인 각각의 사실에 집중해 논의를 해야한다"며 "역사적 장면을 구체적으로 재현할 수 있을 때까지 사실 확인을 하고, 교재와 교과서를 통해 그 내용을 보급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2005년 간행된 한.중.일 공동교과서인 미래를 여는 역사 집필에 참가한 김한종 한국교원대 교수는 한.중.일 공동 역사개발의 경험과 과제라는 발표를 통해 "구체적인 역사적 사실을 보는 관점이나 해석, 평가의 차이를 어떻게 좁힐 것인가도 개발 과정에서 부딪힌 어려운 문제"였다고 회고했다.

그는 "공동집필자들조차 다른 나라 역사에 대한 지식이 부족했을 뿐만 아니라 역사적 사실을 해석하고 그에 대한 평가를 내리는 것도 제각각이었다"며 "이 같은 차이를 좁히는 것이 향후 공동교과서 제작의 가장 커다란 과제"라고 역설했다.

김승렬 경상대 교수는 독일.프랑스 공동역사교과서를 주제로 발제하면서 "독.불 역사교과서의 가장 큰 장점은 한 책에서 양국의 서로 다른 입장을 비교 분석할 수 있었던 것"이라며 "독일과 프랑스 학생들은 역사를 통해 상대방에 대해 더 잘 알고, 유럽이라는 공동의 터전에서 역사를 바라보는 법, 즉 역사인식의 국경을 넘는 법을 배우게 됐다"고 주장했다.

이밖에 토론자로 나선 하종문 한신대 교수는 "독일과 일본, 유럽과 동아시아의 상황이 다르다는 것이 기본적인 일본 보수파의 인식이지만 (과거 갈등을 치유하려는) 독.불, 그리고 독일.폴란드의 움직임은 일본 보수파를 어떤 식으로든 압박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으며, 김용덕 한국외대 발칸연구소 책임연구원은 "독일과 폴란드가 모두 만족할 만한 내용의 역사 교과서를 만들 것이란 입장에는 회의적이지만 그간 유럽사에서 소외됐던 동유럽 및 폴란드의 역사가 공동교과서를 통해 서방세계에 알려진다는 점에서 이 같은 움직임은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buff27@yna.co.kr

취재: 송광호 기자(문화부), 편집: 정재현 VJ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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