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판인쇄 시집으로 부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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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활자 인쇄 방식 시집 2권 출간

(서울=연합뉴스) 황희경 기자 = 이제는 출판계에서 거의 그 자취를 찾아볼 수 없는 납활자 인쇄 방식을 사용한 책이 다시 등장했다.

활판인쇄는 1960~1970년대까지만 해도 출판 인쇄의 주류를 이뤘으나 이후 대량고속인쇄가 가능한 오프셋 인쇄와 전산조판 등 디지털 출판 기술의 도입과 함께 점차 사라지기 시작해 지금은 거의 그 명맥이 끊긴 상태다.

그러나 활판 인쇄의 쇠퇴를 안타까워하던 시월출판사의 박한수 대표와 북디자이너인 정병규 씨, 시인 박건한 씨 등이 뜻을 모아 경기 파주 출판단지 안에 인쇄공장 출판도시 활판공방을 마련하면서 활판 인쇄가 되살아나게 됐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납 활자 인쇄 공정을 사용하는 활판공방은 그 첫 작품으로 최근 이근배 시인의 시집 사랑 앞에서는 돌도 운다와 김종해 시인의 시집 누구에게나 봄날은 온다를 펴냈다.

시집 제작은 조판부터 인쇄, 제본까지 모든 과정이 수작업으로 이뤄졌으며 활판 인쇄에 적합하도록 특수 주문 제작한 전통 한지를 사용해 보존성을 높이고 고서의 분위기를 풍기도록 했다.

각 시집에는 시인이 직접 고른 자신의 대표시 100편씩이 수록됐으며 특히 이근배 시인은 자신의 책 한 권 한 권마다 육필로 시 구절을 적고 책의 종이를 직접 재단하기도 하는 등 정성을 들였다.

책은 각각 1천부 한정으로 제작돼 일련번호가 매겨졌으며 전국 교보문고 영업점을 통해 판매된다.

가격은 권당 5만원으로 시집의 가격으로는 상당한 고가지만 출판사는 활판인쇄의 특성상 다시 찍을 수 없는 책인 만큼 장서 수집가 등의 구매 수요가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월출판사는 조만간 정진규 시인과 허영자 시인, 오세영 시인 등 한국시인협회 회장을 지낸 시인들의 시집을 활판 인쇄 방식으로 출간하며 향후 10년간 총 100권의 시집을 활판 인쇄 방식으로 출간한다는 계획이다.

이근배 시인은 "한정판을 만들어 그 가치를 높이는 외국의 명품들처럼 소장할 가치가 있는 시집을 만들어냈다"면서 "현대시 탄생 100년을 맞아 시로써 활자 문화를 복원할 수 있게 돼 그 의미가 크다"고 평가했다.
zitrone@yna.co.kr
촬영=장대연 VJ, 편집=김성수 VJ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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