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국 60년, 60일 연속 강연 (29) 정옥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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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향된 역사해석 경계해야"

(서울=연합뉴스) 김태식 기자 = 최근 들어 부쩍 한국사회 화두로 등장한 양극화는 경제라는 관점에서 접근해 빈익빈 부익부라는 현상과 동일시하는 일이 많지만, 실상 이만큼이나 심각한 양극화는 역사 분야에서도 뚜렷이 감지된다.

특히 한국 근현대사를 어떻게 볼 것인가 하는 문제는 한국사회 전체를 보수와 진보의 양극으로 단순히 나누는 데 그치지 않고, 이로 인한 극심한 사회분열과 대립을 조장하기도 한다.

11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건국 60년, 60일 연속강연 스물아홉번째 주자로 나선 정옥자(66) 국사편찬위원회(이하 국편) 위원장은 이날 강연 주제로 사관(史觀), 즉, 역사에 대한 해석을 선택했다.

그는 강연을 시작하면서 역사란 무엇이며 그것을 왜 알아야 하는지를 "역사를 알아야 현재를 알 수 있고, 현재를 알아야 미래를 알 수 있기 때문"이라는 말로 대신하면서 더 나은 미래를 위해서는 "편향된 역사해석을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 근현대사를 둘러싼 극심한 대립을 예로 들면서 "과거는 돌아보고 반성하면 되지, 그것에 지나치게 집착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우리는 그렇지 못한 것 같다"면서 역사(역사학)가 제 역할을 하지 못했고, 극심한 좌우대립이 빚어진 데 그 원인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팩트(fact.사실)는 하나인데 그에 대한 해석이 극심하게 다른 사례로 정 위원장은 역대 한국 왕조와 중국 왕조 사이의 관계를 특징짓는 이른바 조공과 책봉 문제를 거론했다.

그는 "이런 관계를 지배와 피지배라는 이분법으로만 보면 자칫 역사를 오해한다"면서 "우리가 중국에 조공하는 만큼 중국은 그에 상응하는 등가의 예물(禮物)을 주어야 했으며, 그런 점에서 조공은 국가간 예물의 교환이며, 공무역이고, 외교형식이었다"고 말했다.

조공품으로서 조선이나 고려왕조는 중국에 양각삼(인삼의 일종)이나 명경지(종이의 일종), 황모필(붓의 일종), 혹은 화문석을 보내고 그 대가로 "서적이나 비단, 우리에게는 없는 약재 등을 얻었다"면서 "그런 조공 책봉관계는 등가의 교환이었으며, 심지어 너무도 유명한 북송시대 소동파는 송나라가 고려에 너무 퍼주는 것이 많다는 이유를 들어 고려와의 관계를 끊어야 한다고도 했으니, 이는 요즘 말로 보면 (중국으로서는) 무역 역조를 빚었기 때문"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한국 근현대사를 둘러싼 진보와 보수의 극심한 대립 현상에 대해서는 양비론을 전개했다.

먼저 진보적인 역사관을 예로 들면서 "역사를 비판론적 인식에 기초해 해석한 의의는 평가할 만하다"면서도 "너무 좌편향적인 시각에 입각하다 보니 (우리 역사를 스스로 비하하는) 자학사관에 빠지고 말았다"고 말했다.

그에 대한 대안을 표방하며 최근 뉴라이트 계열 지식인들이 선보인 대안교과서에 대해서는 "역사를 현실론적으로 인식하고자 한 공로는 인정할 만 하지만, 교육인적자원부 의뢰로 국편에서 65개 항목에 걸쳐 그것을 분석해 본 결과 크게 세 가지 문제점이 나타났다"면서 "첫째, 일제 식민지배를 합리화하고, 둘째, 1876년 이후 1910년까지 소위 개항기 관련 기술에서는 그동안 학계가 이룩한 연구성과가 제대로 반영되지 못했으며, 셋째, 현대사를 전체 역사의 맥락에서 파악하지 못한 점이 그것"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잘못된 역사 인식으로 한국전쟁의 기원 문제를 거론하기도 했다.

"저는 전쟁이 터졌을 때 9살이었습니다. 북한군이 쳐 내려오는 것을 제 눈으로 직접 봤습니다. 한국전쟁은 명백히 남침입니다. 이런 팩트를 외면하고, 북침설을 주장한다거나, 미국이 남침을 유도했느니, 아니면 (전쟁 원인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도 없이 희미하게 그 무렵에 삼팔선 부근에서 소요가 있었느니 하는 식으로 어물쩍하게 넘어갈 수는 없습니다. 제가 국편 위원장으로 있는 한, 이런 식의 교과서 기술은 없을 것입니다."

http://blog.yonhapnews.co.kr/ts1406
taeshik@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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