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국 60년, 60일 연속 강연 (32) 조동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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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착한 기업의 시대가 온다"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 "자선과 사회적 기업을 넘어 지속경영의 기업으로 21세기 경영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습니다"

한국 경영학계의 `거목으로 꼽히는 조동성(59)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는 21세기에 들어서면서 이익과 공익을 동시에 추구하는 `좋은 기업들이 주목을 받고 있으며 장수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14일 세종문화회관 예술의 공원에서 열린 `건국 60년 60일 연속강연의 32번째 강연자로 나선 조 교수는 지난 30년간 바람직한 기업상에 대한 인식의 변화와 그 과정에서 나타난 이론과 현실의 괴리를 예로들며 강연을 풀어갔다.

조 교수는 1970년대 중반부터 1980년대 중반까지는 이익보다 매출액이 큰 기업이 호감을 사는 분위기였다고 소개했다.

그는 "1976년 29세의 나이로 서울대에서 최고경영자과정 강의를 맡아 40∼50대 기업인들과 만났는데 한 기업인으로부터 내 강의가 현실과 다르다는 지적에 화를 내며 따진 적이 있었다"고 일화를 꺼냈다.

그는 "매출액 1천억원에 이익 10억원짜리 기업과 매출액 100억원에 이익 10억원짜리 기업 중에 좋은 기업을 고르라는 말에 당연히 전자를 골랐다가 `이익을 극대화하는 기업이 좋은 기업이라고 강의하지 않았느냐는 반박에 할 말을 잃고 말았다"고 말했다.

매출액과 이익을 동시에 중요시하는 1980년대와 미래 이익의 흐름을 주주 입장에서 현가로 따지는 시가총액이라는 개념이 중시된 1990년대 중후반을 거치면서 이론과 현실의 괴리가 사라지는 것 같았다는 설명이 잇따랐다.

조 교수는 "매출액 1천억원에 이익 10억원짜리 기업과 매출액 500억원에 이익 10억원짜리 기업이 있는데 전자가 이익을 내지 않는 500억원 규모의 사업을 없애버리면 기업가치가 올라간다"며 "이게 외환위기 때 구조조정의 근거였고 매출액과 이익을 둘러싼 현실과 이론의 차이가 없어진 것으로 우리는 믿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조 교수는 2000년대에 들어 매출액과 이익만큼이나 중요하게 평가되는 가치가 떠오르면서 이론과 현실의 괴리가 다시 불거져 학자들이 당혹스러워 하고 있다며 함께 호흡하던 청중에게 또 다른 고민거리를 던졌다.

매출액 500억원에 이익 10억원짜리 회사와 매출액 500억원에 이익 5억원짜리 기업이 있는데 전자가 국민의 경멸과 비판을 받는다면 어떤 기업이 좋은 기업이냐는 질문.

300여명의 청중은 국민의 경멸과 비판이라는 조건이 붙지 않았을 때는 모두 전자를 골랐지만 조건이 제시되자 모두 후자를 선택했다.

"바로 이 부분이 현재 경영학의 과제입니다. 이윤극대화가 필요조건이지만 국민으로부터 존경과 사랑을 받는다는 게 중요하다는 이론을 개발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은 경영학자의 잘못이고 지금 와서 연구의 새 출발점입니다."

그는 1920년대 이후 미국 포천의 500대기업(Fortunes 500 Largest Industrial Corporations)을 중심으로 연구된 경영이론이 세계 각국의 다양한 기업에 적용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한 매출액과 이익이 많은 `큰 기업을 위한 이론 못지 않게 존경과 사랑을 받는 `착한 기업을 위한 이론의 정립이 필요하다는 그의 지론도 소개됐다.

조 교수는 "`좋은 기업은 사회로부터 존경과 사랑을 받으며 사회로부터 부여 받은 역할, 즉 사회적 책임을 잘 수행하는 기업"이라고 단정하고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자연→자연인(사람)→사회→법(상법)→법인(기업)이라는 사회가치의 파생단계를 볼 때 사람이 자신을 탄생시킨 자연을 보호할 책임이 있듯이 기업 또한 자신을 만들어준 사회를 지켜줄 책무가 있다는 것이 지론의 대전제.

조 교수는 "장수하고 승승장구하는 기업의 조건은 2가지"라며 "하나는 필요조건으로서 좋은 서비스와 제품을 만들어 경쟁력을 지니는 `전사적인 품질경영이고 다른 하나는 경영자가 사회에 대해 철저한 윤리의식을 가지고 이윤창출과 사회공헌을 동시에 추구하는 `전사적 윤리경영"이라고 말했다.

두 가지 조건을 충족하면서 `좋은 기업으로 발전해가는 단계로 그는 ①자선사업 ②사회봉사 ③세계시민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저소득층을 소비자로 삼는 BOP(Bottom of Pyramid) 전략 ④방글라데시 그라민뱅크가 추구하는 것과 같은 사회기업 ⑤사회기업으로서 모든 고객을 아우르고 복지와 환경보호까지 추구하는 지속경영기업을 꼽았다.

조 교수는 "어려운 사람을 고객으로 돕고 사업을 번창시키는 그라민뱅크 같은 사회적 기업(Social Enterprise)은 4∼5년 사이에 급속히 확산하고 있는 개념"이라며 "지속경영기업은 사회적 기업처럼 서민뿐만 아니라 모든 고객을 대상으로 하되 이익과 매출액을 포기하지 않고 사회에 더 나은 발전을 불러오는 이상적 기업"이라고 강조했다.

지속가능경영의 예로 그는 일본의 자동차기업 토요타를 들었다.

정부가 환경에 대한 기준을 올릴 때 미국 등지의 대다수 기업들이 기준강화를 막으려고 변호사를 고용하거나 로비하려는 경영을 하는 반면 토요타는 기술자를 고용해 친환경 자동차를 만들고 오히려 환경규제 강화를 정부에 건의하는 경영철학을 고수한다는 것.

조 교수는 "`착한 기업의 시대가 온다"며 "토요타와 GE(제너럴 일렉트릭)와 같은 세계적 기업들은 이미 지속가능경영으로 발 빠르게 변화하고 있고 이것은 전환기에 선 한국 기업에 새로운 경영 패러다임"이라며 강연을 마무리했다.

jangj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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