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마서 누스바움 시카고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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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화된 애국주의가 필요하다"

(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 "민족주의 혹은 애국주의에도 순수하고 희망적인 것이 있습니다"

한국을 방문 중인 마서 누스바움(61) 미국 시카고대 석좌교수는 25일 순화된 애국주의(Purified patriotism)가 필요하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누스바움 교수는 미국 정치철학계를 대표하는 당대의 석학이다.

그는 노엄 촘스키, 움베르토 에코 등과 함께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가 선정하는 세계 100대 지성에 2005년과 올해 두 차례나 뽑히기도 했다.

세계적 철학자인 그가 주목한 가치는 예상외로 낡은 장롱 속에나 있을 법한 먼지가 잔뜩 내려 앉은 애국주의라는 단어였다.

한국을 첫 방문한 그는 이날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애국주의의 순기능을 역설했다.
그는 애국주의나 민족주의를 통해 희망의 씨앗을 엿볼 수 있다고 말했다. 간디, 네루와 같은 인도의 성현(聖賢)급 지도자가 설파한 긍정적 애국주의를 통해서다.

누스바움 교수는 "간디나 네루는 국민의 애국심을 고취하면서 가난한 사람들을 배려하는데도 앞장섰다"고 말했다. 이어 "마틴 루터 킹 목사나 링컨 대통령은 흑인 등 소외받는 사람들을 포함하는 애국심을 역설했다"면서 "각 사회의 맥락안에서 긍정적인 애국주의가 발전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렇다고 그가 모든 민족주의 혹은 애국주의를 긍정하는 것은 아니다. 과잉된 감정으로 무장한 애국주의에 대해서는 경계의 날을 세웠다.

그는 중국의 민족주의를 언급하면서 인권문제를 지적했다. 애국주의라는 우산 아래 소수민족과의 통합을 내세우면서 정작 인권유린이 자행되는 곳이 바로 중국이라는 것.

누스바움 교수는 "중국과 같은 강대국이 애국주의를 말하면서 인권 문제는 외면하는 상황에 대해 매우 염려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또 예술의 공적인 영역에 대해서도 주목했다. 예술은 사회의 음지를 조명해 이를 양지로 드러내고 왜곡된 가치를 바로잡는 순기능이 있다는 말이다.

그는 미국 루스벨트 대통령의 정책을 그 예로 들면서 "사진 작가들을 지원한 정부의 정책은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인식을 변화시키는데 큰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다.

즉, 게으르기 때문에 가난하다는 생각에서 교육 등 환경 문제 때문이라고 국민들의 인식을 전환하는데 사진이 도움을 주었다는 것.

누스바움 교수는 "인간성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법의 제정이나 제도의 확립만으로는 부족하다"며 "공적인 부분을 건드리는 예술의 역할도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한편 한국학술진흥재단이 주최하는 석학과 함께 하는 인문강좌에 초빙된 누스바움 교수는 이날 고려대에서 순화된 애국주의는 가능한가를 주제로, 오는 27일에는 계명대에서 자유주의와 관용의 정신을 화두로 강의한다. 마지막 날인 29일에는 서울대에서 약자에 대한 배려 능력으로서의 공감에 대해 설파할 예정이다.

◇ 마서 누스바움 = 세계적으로 저명한 정치철학자 겸 법철학자, 윤리학자, 고전학자, 여성학자다. 1947년에 태어나 뉴욕대학에서 석사학위를 취득한 후 1975년 하버드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하버드, 브라운, 옥스퍼드 대학을 거쳐 현재 시카고대학 윤리학과와 법학과 석좌 교수로 재직 중이다. 나라를 사랑한다는 것(1996년), 클론 그리고 클론(1998년) 등의 저서가 있으며 현재 미국학술원, 영국 학술원 회원이다.
buff27@yna.co.kr

취재:송광호 기자(문화부), 편집:심지미 VJ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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