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사회, 나라가 효자다

2008-09-08 アップロード · 380 視聴


양로원은 구식 복지..집이 우선

(뒤셀도르프=연합뉴스) 하채림 기자 = "독립적이고 조용한 환경을 좋아하기 때문에 요양시설에 들어가기 보다는 될 수 있으면 오래 동안 집에서 여생을 보내고 싶어요"

독일 뒤셀도르프 주택가에 혼자 사는 바우어 할머니(71)는 노인요양보험 재가서비스를 받고 있다. 근육강직을 앓고 있는 할머니는 노인요양보험 2등급(3등급이 가장 중증)으로 자신의 힘으로는 일어서지도 못하고 손을 겨우 움직이는 정도지만 요양시설이 아닌 자기 집에서 혼자 산다. 노인요양시설에 들어가려는 대기자가 늘어선 우리나라와는 한참이나 앞선 모습이다.

◇간호사 보내고 집도 고쳐주고 = 거동을 거의 할 수 없는 바우어 할머니가 혼자 집에서 살 수 있는 것은 독일 노인요양보험의 재가서비스에서 간호사와 생활 도우미들을 파견해 주기 때문. 뒤셀도르프 지역 재가서비스 제공 시설(Caritasverband)에 소속된 김혜숙씨를 포함해 간호사가 하루 4-5회 방문해 바우어 할머니의 식사, 배변, 목욕 등 일상생활을 돕는다. 청소와 세탁을 담당하는 인력은 1주에 2-3 차례, 서류정리를 돕는 인력도 매주 1회 바우어 할머니를 방문한다.

수발인력 파견이 전부가 아니다. 거동이 불편한 노인이 집에서 생활하려면 환자용 침대와 이동보조기구가 필요하다. 이 기구들은 노인요양보험이 모두 지원한다. 바우어 할머니가 사는 집 역시 휠체어가 쉽게 이동할 수 있도록 문의 턱을 없앴을 뿐만 아니라 가전제품이 휠체어 높이에 맞춰져 배치돼 있고 심지어 싱크대 위 서랍장에 연결된 버튼을 누르면 서랍장 자체가 아래로 이동하도록 만들어져 있다. 만에 하나 휠체어에서 떨어지거나 쓰러질 때를 대비해 집안 곳곳에 비상연락을 위한 버튼도 설치돼 있다.

바우어 할머니에게 간호사를 파견하는 재가서비스 기관의 간호과장 이병숙(간호사)씨는 "장애 정도가 가장 약한 1등급의 경우 간호사가 매일 20-30분씩 방문해 개인청결을 돕는다"며 "가족이 직접 보살피는 경우 재가 서비스 제공기관 간호사들이 1년에 2-4회 방문해서 노인을 제대로 보살피는지 살펴보고 노인요양서비스 질관리 기관에 보고한다"고 말했다. 보험에서 가족이 노인을 돌보는 방법을 교육하는 프로그램도 제공한다. 요양시설을 이용하지 않고도 큰 부담 없이 노인을 보살필 수 있는 기반이 잘 마련돼 있는 셈이다.

◇시설은 최대한 집 같이 = 독일, 오스트리아 등 노인요양 서비스 선진국들은 노인들을 시설로 보내기보다는 가능한한 자신의 집에 머무르면서 수발 서비스를 받도록 유도하고 있다.

장애 상태가 악화돼 더 이상 자택에서 생활할 수 없을 때에는 요양시설로 들어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요양시설 역시 집에 있는 것과 같은 생활환경을 만드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오스트리아 빈 소재 남부 소시알메디치니세 병원 내 파보리텐요양원은 요양시설이지만 개인생활을 최대한 존중할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

192명의 입소자들은 대부분 개별 화장실이 딸린 1인실에 머무른다. 방에는 자신이 아끼던 가구나 소품으로 장식할 수 있고 곳곳에 가족과 친지들의 사진이 놓여 있다. 식사와 사교활동을 위한 공간은 공동으로 쓴다.

종사자들이 노인들을 처음부터 도와 주기보다는 스스로 생활할 수 있도록 배려한다. 예를 들어 세안 등 개인 용무를 할 때 충분한 시간을 기다린다. 노인들이 존엄성을 누릴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요양시설의 책임자 엘리자베스 투마(E. Tuma)씨는 "개인생활을 최대한 누리면서도 사회생활을 경험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용 더 들더라도 삶의 질 중시 = 독일이나 오스트리아도 과거에는 요양시설을 공급하는 데 주력했지만 지금은 가능하면 자택에 머무르도록 유도하는 쪽으로 방향이 바뀌었다. 비용은 재가 서비스가 오히려 더 많이 든다. 하루 3시간 이상 서비스가 필요한 노인은 요양시설이 더 경제적이라고 한다.

비용이 더 많이 드는데도 재가 요양을 독려하는 이유는 "노인들의 삶의 질을 위해서"라는 게 이들 나라 노인복지 담당자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오스트리아 빈 주정부 프리드리히 그룬데 노인국장은 "시설에서의 삶은 희망이 없지만 평생 아끼던 물건이 있고 이웃을 만날 수 있는 집에서는 삶이 지속된다"며 "노인들이 돌아가실 때까지 삶의 질을 유지하도록 하기 위해 재가 서비스를 유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가정에서 요양을 하려면 노인요양보험제도만으로는 부족하다. 난방시설 등 주택 개조와 함께 사회적으로도 노인에 친화적인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룬데 국장은 "사회의 모든 편의시설, 예를 들어 교통시설 등에 엘리베이터를 설치하는 등 노인들이 자택에 계속 거주하는 데 불편함이 없도록 사회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tree@yna.co.kr

취재:하채림 기자(산업부), 편집:심지미 VJ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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