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은행 매각 다시 원점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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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김문성 최현석 김호준 기자 = 영국계 은행 HSBC가 외환은행004940 인수를 포기함에 따라 3년 가까이 끌어온 외환은행 매각 문제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HSBC의 이런 결정은 외환은행 대주주인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와 벌인 인수가격 재협상이 결렬된 것이 가장 큰 요인으로 풀이된다. 우리 정부가 외환은행 매각을 언제 승인할지 불투명한 점도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따라 외환은행을 조속히 팔고 투자금을 회수하겠다는 론스타의 계획은 차질을 빚게 됐으며 새로운 인수자를 물색할 것으로 보인다.

◇ 가격 재협상 결렬에 포기
HSBC는 "세계 금융시장에서 현재의 자산가치를 포함한 모든 관련 요소들을 고려해 외환은행 인수를 포기한다"고 밝혔다.

미국발 금융위기로 국제 금융시장이 혼란에 빠지고 증시 침체로 외환은행의 몸값이 크게 떨어졌는데 애초 계약대로 외환은행을 인수할 수 없다는 것이다. HSBC는 외환은행 지분 51.02%를 60억1천800만 달러(약 6조 원)에 인수하기로 론스타와 계약을 맺고 있었다.

HSBC와 론스타는 지난 7월 말인 외환은행 매매 계약을 파기하지 않고 가격 재협상을 벌여왔다. HSBC는 작년 9월 3일 론스타와 주당 1만8천45원에 외환은행 인수 계약을 한 뒤 올해 들어 현금 배당 등을 반영해 1만7천725원으로 조정했지만 외환은행 주가는 이달 18일 현재 1만2천650원으로 떨어졌다.

HSBC는 이를 감안해 주당 인수가격을 1만2천800원으로 낮춰줄 것을 요구했으나 론스타가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HSBC는 "작년에 체결된 인수 조건을 지속적으로 추진하는 것은 주주들의 이해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밝힌 것이 이를 보여준다.

최근 유동성 위기로 주가가 급락한 리먼브라더스와 모건스탠리 등 해외 투자은행(IB)의 매물이 많은 상황에서 외환은행을 비싼 값에 사들일 경우 주주들의 반발을 살 수 있다는 것으로, HSBC는 현재 모건스탠리의 인수 후보로도 거론되고 있다.

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HSBC가 론스타가 수용하기 힘들 정도로 주당 인수가격을 대폭 낮출 것을 요구한 것은 계약을 연장할 의사가 없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금융위원회가 그동안 보류하던 외환은행 매각 심사를 지난 달 착수했지만 승인 시점이 불투명한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전광우 위원장은 최근 "HSBC의 외환은행 인수 자격에는 별다른 문제가 없다"고 말했지만 승인 시기는 언급하지 않았다.

HSBC와 론스타는 그동안 우리 정부에 9월 말까지 승인해 줄 것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HSBC 관계자는 "가격 재협상도 문제였지만 금융위가 언제 승인해 줄지 모르는 상황에서 주주들에게 마냥 기다리라고 설득하기는 힘들었다"고 말했다.

금융위측은 이에 대해 지난 달 11일 HSBC가 보완자료를 제출한 이후 승인절차를 진행해왔기 때문에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비난을 받을 소지는 없다는 입장이다.

◇ 론스타 어떻게 할까

론스타는 HSBC의 외환은행 인수 포기에 따라 두 가지 시나리오 중 하나를 선택할 것으로 보인다.

첫째는 외환은행 보유 지분을 금융위의 승인이 필요없는 10% 미만으로 쪼개 파는 것이다. 금융위가 2003년 외환은행 ?값 매각 사건의 1심 판결이 나올 때까지 외환은행 매각 승인 여부를 결정하기 힘들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는데 따른 것이다.

단기 투자 성향이 강한 론스타가 투자자로부터 자금 회수 압박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에 이 같은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외환위기 직후 한국 금융시장에 뛰어든 론스타는 국내에 있는 부실채권과 투자 자산 등을 대부분 매각해 막대한 차익을 얻었으며 현재 외환은행 만 남겨두고 있다.

둘째는 국내외에서 새로운 외환은행 인수자를 물색하는 것이다.

2005년 외환은행 인수전에 뛰어들었던 국민은행과 하나금융지주 등이 인수 의지를 포기하고 있지 않고 있어 국내에서 인수자를 찾는데는 무리가 없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해외 금융기관은 미국발 금융위기로 어려움에 처해 있기 때문에 외환은행 인수에 나설지 불투명하다.

론스타로서는 보유 지분을 나눠 팔 경우 경영권 프리미엄을 받을 수 없고 그만큼 손해를 보기 때문에 자신의 보유 지분을 모두 살 수 있는 인수자를 찾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다만 이 경우 외환은행 매각이 늦어지는 것은 물론 주가 하락으로 인해 HSBC와 당초 계약한 금액보다 낮은 가격으로 팔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론스타가 우리 정부를 상대로 법적 대응을 할지 주목된다. 론스타는 지난 7월 외환은행의 매각 승인 절차가 지연될 경우 소송을 제기하겠다는 서한을 보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시 금융위의 승인 지연으로 외환은행 매매계약이 파기될 경우 론스타가 경영권 프리미엄 손실분을 포함해 20억 달러(약 2조 원) 정도 규모의 소송을 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이번 계약 파기에 대해 국제 금융계가 어떤 반응을 보일지도 관심사다.

그동안 해외 투자자들은 외환은행 매각 지연에 대해 우려를 표시했으며 정부 또한 해외 자본 유치를 위해서는 외환은행 문제의 조속한 해결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은행을 외국회사에 넘기는 것에 대한 국내의 부정적 여론을 의식해 선뜻 해결책을 내놓지 못했다.

권순우 삼성경제연구소 거시경제실장은 "HSBC의 외환은행 인수는 외자조달 측면이 있는데 인수포기를 선언해 부정적이나 시장에 주는 충격이 크지는 않을 것"이라며 "인수합병에는 다양한 재료와 변수가 있어 한국 정부의 탓으로 돌릴 수만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촬영:지용훈 VJ, 편집:심지미 VJ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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