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교 찾은 `야동 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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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는 항상 백지상태로 스탠바이해야"
서울대 철학과 출신 이순재 모교서 강연

(서울=연합뉴스) 장하나 기자 = 최근 종영한 KBS 드라마 `엄마가 뿔났다와 MBC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 등에서 젊은 연기자 못지 않게 왕성한 활동을 보이고 있는 연기자 이순재(73) 씨가 30일 모교인 서울대를 찾았다.

이 씨는 MBC 일일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을 통해 `야동 순재라는 애칭을 얻으며 젊은 층에서도 많은 인기를 얻고 있는 대표적인 중견 연기자.

1958년 서울대 철학과를 졸업한 이 씨는 이날 서울대 기초교육원 주최로 열린 `관악초청강연에 `이순재, 나는 왜 아직도 연기하는가라는 주제로 모교 강단에 올라 자신의 인생 철학 등을 소개하며 최근의 실태를 비판하기도 했다.

`과연 연기라는 게 무엇이냐고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진 이 씨는 "연기를 오래 하다 보니 본질을 조금 이해하게 됐다"며 "연기라는 것도 그냥 맹목적으로 주어진 대로 하다 보면 거기서 끝이 난다. 파고 들어가다보면 한이 없다"고 연기 철학을 설파하기 시작했다.

이 씨는 "이순재는 이순재 나름대로, 최불암은 최불암 나름대로, 신구는 신구 나름대로의 연기가 있다"며 "같은 인물도 내가 할 때와 최불암, 신구가 할 때가 다르듯 연기는 한계가 없고 항상 창조의 욕구를 촉발시키는 작업"이라고 말했다.

그는 "요즘 연기는 아무나 한다고 한다"며 졸속으로 진행되는 현재의 드라마 제작 여건과 `발음이 엉망진창인 후배 연기자들에 대한 쓴소리도 잊지 않았다.

1990년대 대표적인 드라마 `사랑이 뭐길래에서 가부장적인 한국 아버지의 모습을 대변했던 `대발이 아버지 역에 대해서도 "그 이미지로 5∼6년을 우려먹을 수 있었지만 재연한 적은 없다"고도 했다.

이 씨는 흰 종이를 들어 보이며 "배우는 항상 백지 상태로 스탠바이(대기)하고있어야 한다. 새로 그려야 하고 항상 창조의 여지가 남아 있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아무리 상업적인 멜로 드라마라도 역할을 어떻게 만들어 나갈지를 고민하면 해 볼 만한 작업이다. 최소한 머리 색깔과 표정 등의 변형이 가능하다. 하지만 요새는 드라마를 오늘 찍어서 내일 내보내야 하니 그럴 여지가 없다"며 현 드라마 제작 실태를 꼬집었다.

국회의원으로도 잠시 활동했던 이 씨는 후배들에게 정치에서 얻은 경험은 대중화라고 정리하며 리더는 대중을 끌고 다닐 수 있는 힘과 정성, 자신을 반대하는 사람도 같은 편으로 만들 수 있는 노력과 의지가 있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지금도 연기를 잘 선택했다고 생각한다"며 "이 직종의 장점이 누구를 등치고 사기쳐서 돈 버는 직종이 아니다. 나를 다 털어내고 평가를 받아서 수익을 올리는 거라 일단 남에게 피해를 안 입힌다. 또 정년이 없다"고 말해 좌중의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
다.

이날 강연에는 `야동 순재의 인기를 반영하듯 200여명이 넘는 학생과 교직원들이 강의실 계단까지 가득 메우고 이 씨의 열강에 집중했다.

강연을 마친 뒤에는 서울대 국문과 출신 연기자 심양홍 씨와 허남진 철학과 교수, 정근식 사회학과 교수, 김학천 건국대 신문방송학과 명예교수 등이 패널로 참여해 얘기를 나누기도 했다.
hanajjang@yna.co.kr

취재 : 장하나 기자(사회부), 편집 : 조싱글 VJ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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