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국제영화제 폐막작 나는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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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연합뉴스) 김병규 기자 = 부산국제영화제가 올해 폐막작으로 선택한 나는 행복합니다는 삶의 고달픔에 관한 영화다.
영화의 배경은 정신병동. 이 곳에 막 도착한 더벅머리 총각 만수(현빈)와 간호사 수경(이보영)이 중심 인물이다. 영화는 두 사람의 과거와 현재를 번갈아 보여주며 이들이 왜 지금의 지경까지 왔는지 차분하게 보여준다.
허우대가 멀쩡한 총각 만수는 과대망상증 환자다. 메모지를 백지 수표라고 믿는 까닭에 돈이 필요하면 그저 액수를 적고 서명하면 수표가 된다고 생각하고 있다.
어머니는 스위스에 사는 부자라고 믿고 있다. 오토바이를 타고 시속 200㎞로 달려 어머니의 저택에 도착하면 그곳에는 잘 빠진 미녀들이 그를 기다리고 있다는 망상에 빠져있다.
병세가 과대망상증인 만큼 그의 현실은 생각과는 정반대다. 치매에 걸린 어머니는 자꾸 집을 나가고 사람 좋던 형은 지금은 도박에 빠져 툭하면 찾아와 "돈 내놔"라며 주먹질이다. 성실하고 착한 이 청년에게 삶은 너무나 고달픈 것이다.
외형으로 보면 이 정신병동의 수간호사인 수경이나 정신병자인 만수나 별 차이는 없어 보인다. 적어도 며칠은 안 감은 것 같은 머리에 잠도 제대로 못 잔 듯 입술은 터서 딱지가 져 있다.
알고 보면 수경 역시 괴로운 삶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다. 예전 남자친구인 의사는 지금은 다른 여자와 보란듯이 연애 중이다. 게다가 아버지는 병원에서 죽을 날만 기다리고 있다. 병원비가 늘어나며 빚독촉에도 시달리고 있다.
환자와 간호사로 정신병동에서 만나게 되는 두 사람은 간혹 서로에게 위안을 주기도 하지만 각각의 삶은 오히려 나빠지기만 한다.
만수는 점점 강도 높은 치료를 받게 되지만 상태가 좋아지지 않는다. 어머니가 찾아와도 알아보지 못하고 형의 사진을 보여줘도 화만 낼 뿐이다.
수경 역시 월급이 압류당하고 다른 병동으로 쫓겨날 위기에 처한 데다 아버지의 상태가 점점 나빠지면서 괴로워한다.
두 사람의 괴로움을 들춰내던 영화는 결국 관객들에게 질문을 던진다. 정신병원의 만수는 밖에서보다 불행한 걸까. 이렇게 삶에 버거워하는 사람들에게 결국 행복이라는 것이 있을 수 있을까.
영화 제목 나는 행복합니다는 결국 반어적인 의미여서 영화는 어두울 수밖에 없지만 후반부 이들이 괴로움을 넘어설 가능성이 있음을 보여주는 까닭에 한편으로는 어슴푸레한 희망도 가지고 있다.
이 영화의 희망과 절망이 설득력이 있었다면 이는 현빈과 이보영 두 배우의 열연에 힘입은 바 크다. 현빈은 온 몸으로 부딛치며 슬픔 속에 아른거리는 희망을 보여주며 인터넷 얼짱 스타에서 발전하는 연기자로 거듭났으며 이보영 역시 다양한 감정을 그려내며 전작들을 압도하는 연기를 펼쳤다.
빼어난 데뷔작으로 화제가 됐던 소름(2001년)으로 등장한 뒤 청연(2005년)에서 한국 최초 여류비행사 박경원의 삶을 그렸던 윤종찬 감독의 3번째 영화로, 최근 작고했던 이청준의 단편 조만득씨가 원작이다.

영상편집 : 전현우 기자

bkkim@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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