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 한달 유럽경제 `휘청..실물경제 확산 우려

2008-10-13 アップロード · 136 視聴

유럽 차원 공조 미흡.."미국보다 깊은 수렁에 빠질수도"
금융위기 속 유럽통합 정신 실종과 신뢰 추락은 장기적 부담

(베를린=연합뉴스) 김경석 특파원 = 한 달 전 전세계 금융위기의 도화선이 된 리먼 브러더스의 파산보호 신청 때만 해도 유럽은 세계 금융시장의 앞날보다 샤덴프로이데(Schadenfreude.남의 불행에 기쁨을 느끼는 심리)를 숨기는 것이 더 걱정인 것처럼 보였다.

지난달 21일 헨리 폴슨 미국 재무장관이 유럽 정부들도 미국이 했던 것과 비슷한 조치를 취해 달라고 요청하자 페어 슈타인브뤽 독일 재무장관은 "앵글로 색슨 식의 은행 체계가 과장된 수정이라는 결과를 낳았다"는 반응을 보였고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미친 제도가 뉴욕 금융시장의 붕괴를 불러왔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채 한 달도 지나지 않은 지난 6일 유럽경제의 기관차로 불리는 독일이 유동성 위기에 처한 독일 4위 은행 히포 리얼 에스테이트(HRE)에 대한 구제 방안을 발표하고 모든 개인예금에 대한 지급보증을 선언했다. 이를 신호탄으로 유럽 각국은 금융위기의 거센 파고에서 `생명을 부지하기 위해 연일 대책을 쏟아내고 있다.

그러나 이런 노력에도 아랑곳없이 금융위기가 실물경제로 확산되고 있다는 징후는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

더구나 미국과 같은 대담한 조치나 유럽 전체를 아우르는 공조는 이뤄지지 않고 있어 유럽이 어쩌면 위기의 진앙지인 미국보다 더 깊은 수렁에서 더 오랫동안 빠져나오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 끝 모를 위기 = 독일, 프랑스, 영국 등 유럽의 3대축 중 금융산업이 가장 발달한 영국이 맨 먼저 타격을 받았다. 리먼 사태 직후 영국 최대 모기지업체 핼리팩스의 모그룹 핼리팩스 뱅크 오브 스코틀랜드(HBOS)가 최대 보험사 로이즈TSB에 인수됨으로써 금융산업 지각변동의 서막을 올렸다. 지난달 29일에는 주택담보대출업체 브래드포드 앤드 빙글리(B&B)의 일부가 국유화됐다.

벨기에, 네덜란드, 룩셈부르크 3국은 벨기에-네덜란드 합작 금융그룹 포르티스의 파산을 막기 위해 112억유로의 구제금융을 지원하고 자국에 배분된 지분 중 49%씩 소유하기로 합의했다.

독일은 HRE은행을 살리기 위해 독일 역사상 최대 규모인 500억 유로를 지원하는 구제방안을 내놓았고 아이슬란드는 카우프싱, 란즈방키, 글리트니르 등 1-3위 은행을 모두 국유화했다.

특히 유럽의 대표적인 강소국이자 금융강국이던 아이슬란드는 국가부도를 막기 위해 러시아에 SOS를 보냈으나 제 코가 석자인 러시아의 지원엔 한계가 있다.

공포가 시장을 지배하면서 유럽 모든 국가의 증시는 연일 폭락하고 있다.

유럽의 대표주 동향을 보여주는 유로퍼스트 300 지수는 2003년 이후 5년만에 최저치까지 떨어졌고 영국 런던증권거래소의 FTSE100 지수, 프랑스 파리증권거래소의 CAC 40 지수, 독일 프랑크푸르트증권거래소 DAX 지수 등 유럽의 주요 지수들도 수년래 최악의 상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 실물경제 본격 확산 조짐 = 유럽연합(EU) 통계 기관인 유로스타트(Eurostat)는 지난 8일 올 2분기 유로존(유로화 사용 15개국) 국내총생산(GDP)이 직전 분기에 비해 0.2%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전세계적 금융위기가 촉발된 3분기, 그리고 금융위기가 실물경제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이는 4분기에도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할 가능성이 있다. 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은 이론상 경기후퇴로 규정된다.

금융위기는 그렇찮아도 하향곡선을 긋고 있던 유럽 경제를 아예 쑥대밭으로 만들고 있다. 주식시장이 과도하다 싶을 정도로 폭락하고 있는 것도 실물경제로 전이될 가능성 때문이다.

금융위기 초반 지수 하락을 이끌었던 금융주들이 각국의 대책 발표에 따라 급등락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들어 자동차주를 위시한 소위 볼트너트주와 원자재주가 연일 폭락하고 있는 것은 투자자들의 이같은 우려를 반영한 것이다.

실제로 유럽 자동차 업계는, 볼보가 지난 9일 직원 3천300명 감원을 발표하는 등 공장 가동 중단, 생산량 감축, 일시해고 등 비상조치를 잇따라 취하고 있다.

또 전세계적인 경기후퇴로 원유 등 원자재 수요가 급감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국제유가가 급락하고 관련주들의 주가가 폭락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 희망은 있나 = 영국 정부는 지난 8일 500억 파운드(미화 875억달러)의 공적 자금을 투입해 8개 주요 은행들을 부분 국유화하는 금융시장 안정 대책을 내놨고 프랑스도 같은 날 은행 파산을 막기 위한 법적 구제 기구의 창설을 발표했다. 독일은 HRE 구제와 예금 무제한 지급보증 조치에 이어 전체 금융시장 보호를 위한 방어막을 치는 플랜 B를 준비하고 있다.

문제는 이같은 유럽 각국의 독자적인 조치들이 국경을 넘나들며 몰아치고 있는 파도를 효과적으로 막아낼 수 있느냐는 것이다.

EU 의장국인 프랑스의 사르코지 대통령이 유럽 차원의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으나 영국과 독일은 공조의 필요성만 언급하고 있을 뿐 유럽차원의 금융구제펀드 조성과 같은 구체적인 조치들에 대해서는 반대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또 돈이 어디에 쓰이는지도 알 수 없는 큰 독에 자금을 쏟아 부을 생각이 없다"는 슈타인브뤽 독일 재무장관의 말이 독일과 영국의 의중을 대변하고 있다.

그러나 씨티그룹은 지난달 29일자 보고서에서 유럽 은행들이 미국보다 이익이나 이자수익 수준이 낮기 때문에 "긴장 상태나 손실을 흡수할 만한 여지가 적다"고 분석했다.

당장은 미국이 가장 큰 위기를 겪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미국만큼 기초체력이 튼튼하지도 않은 유럽 국가들이 그동안 입버릇처럼 얘기하던 유럽통합의 정신은 내팽개친 채 눈앞의 작은 국가적 이익때문에 안이하게 대처할 경우 이번 금융위기의 후유증은 미국보다 더 크고 깊을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 전문가는 "실효성 있는 대책은 거의 다 나왔기 때문에 주식시장은 떨어질 만큼 떨어지면 다시 올라갈 수 있겠지만 금융위기 과정에서 나타난 유럽통합 정신의 실종과 신뢰의 문제는 두고두고 유럽 전체에 큰 부담으로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kskim@yna.co.kr

영상취재 : 김진형 특파원(런던), 이명조 특파원(파리), 김영묵 특파원(브뤼셀) 편집 : 조싱글 VJ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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