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분화구형 람사습지 제주 물영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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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귀동식물 다수.."보호대책 필요"

(제주=연합뉴스) 김호천 기자 = 람사습지인 제주도 서귀포시 남원읍 물영아리오름 입구에서 풀을 뜯던 다섯마리의 노루가족은 갑자이 들이닥친 이방인을 보자 한껏 경계의 눈초리를 보내다 이윽고 숲속으로 사라졌다.

제10차 람사르총회 개막을 하루 앞둔 27일 오후 찾은 물영아리오름은 완연한 가을색으로 탐방객들을 맞이했다.

언뜻 보아서는 습지가 있을 것처럼 보이지 않지만 해발 508m의 작은 화산구(火山丘)인 이 오름의 정상에는 세계적으로 보기 드문 습지가 숨어 있었다.

이곳의 자연해설사인 제주환경운동연합의 정상배 씨는 "물영아리 습지는 한국에서 유일한 분화구형 습지로 전 세계 어떤 습지와 비교해도 제주만이 갖고 있는 기후와 지형적인 특색을 잘 보여주고 있다"며 그 중요성을 강조했다.

경사각이 30도는 넘을 듯한 거의 일직선으로 놓인 계단을 따라 15분 가량 올라가니 움푹 패인 정상부의 습지가 한눈에 들어왔다.

숲은 울창했지만 이미 쌀쌀해져가는 날씨 속에 단풍은 떨어지고 습지의 다른 식물들도 이미 겨울 준비를 하는 듯 누렇게 물들어가고 있었다.

정씨는 "제주의 기생화산 분화구는 송이라는 화산쇄설물로 이루어져 물을 보유하기 어려운 조건임에도 불구하고 이곳 물영아리는 어떤 자연적인 요인과 사람들의 이용에 의해서 물을 많이 담고 있는 습지로 발달했다"며 설명을 시작했다.

그는 이어 "외국에는 백두산과 같은 대형 호수는 많지만 이런 소형 분화구 형태의 습지는 없다"며 "물영아리 습지는 화구호 중에서도 호수가 육지화되는 중간 과정을 잘 보여주는 대표적인 늪 형태의 습지"라고 말했다.

그는 "물영아리 습지는 한라산 국립공원을 제외한 지역에서 자연적인 원형이 가장 잘 보존된 곳"이라며 "제주지역 습지의 생성과정과 특색 등을 보여주는 교육 중심 또는 연구 중심의 습지로 보존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씨는 그러나 "물영아리 습지는 규모면에서나 성격면에서 많은 사람들이 함께 와서 체험할수 있는 공간이 아니다"며 "세계자연유산 지구에서 시행되고 있는 사전 예약제 등을 실시해 관람객을 적절히 통제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2000년 한국에서 습지보전법이 시행된 이후 처음 보호지역으로 지정된 물영아리 습지에는 가칭 영아리난초라는 국내 미기록종 난초를 비롯해 멸종위기동식물 2급인 백운란, 으름난초, 애기뿔소똥구리, 물장군, 맹꽁이, 유혈목이, 큰오색딱다구리 등 총 201종의 습지식물과 8종의 양서.파충류, 47종의 육상곤충이 서식하고 있다.

제주도 기생화산구의 대표성과 전형적인 온대산지습지의 특징을 간직한 물영아리오름의 습지보호지역 지정 면적은 30만9천244㎡다.

이곳은 습지보호지역 지정 이후 6년간 출입이 금지됐다가 2007년 국내에서 5번째, 세계 1천648번째 국제 람사협약 습지로 등록되면서 일반에 개방됐다.

이곳에는 현재 환경부와 위탁관리협약을 체결한 제주환경운동연합에서 정씨를 포함한 2명의 자연해설사와 주민 2명이 매일 상주하며 감시.관리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환경부 영상강유역환경청 제주사무소는 지난 2005년 1억7천여만원을 투입해 탐방로와 안내소, 동.식물해설판, 울타리 등을 설치했으며 올해 7천여만원을 들여 탐방안내소를 확장하고 발효식 화장실과 주차장도 설치할 계획이다.

제주사무소는 또 국립환경과학원에 의뢰해 효율적인 습지 보전방안 마련을 위한 생태계 정밀조사를 실시중이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물영아리 습지가 한국의 대표적인 습지로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치단체의 보존 노력은 거의 전무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실제로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될 당시의 소재지 기초자치단체였던 남제주군은 물론 행정계층구조가 제주도로 통합된 지금까지 자치단체에서 물영아리 습지 보존을 위해 추진한 사업은 전무하다시피 하다.

제주지역 환경단체의 한 관계자는 "제주도의 경우 환경단체들이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해야 한다고 요청했을 때부터 크게 관심이 없다가 지정된 뒤 약간의 생식은 내고 있지만 지금까지 환경부 소관이라고 하면서 거의 관심을 갖고 있지 않다"고 꼬집었다.

그는 또 "환경부도 습지를 보호하기 위한 교육 효과를 낼 수 있는 교육장 개발 등의 방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큰 관심을 갖고 있지 않다"며 "이번 람사르총회를 계기로 한국에서의 습지의 중요성이 다시 한번 재인식되고 정부와 자치단체의 적극적인 보존 노력이 이어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khc@yna.co.kr

촬영,편집 : 홍종훈 VJ(제주취재본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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