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이지2010 야스미나 레자의 스페인 연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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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강일중 기자 = 야스미나 레자(Yasmina Reza)는 유대계의 프랑스 여성 극작가입니다. 배우로부터 출발했던 그는 우리나라 연극 팬들에게도 아트(Art)라는 작품으로 널리 알려져 있지요. 그는 프랑스 작가로서 모국에서는 물론 해외에서도 매우 큰 인기를 누리고 있습니다. 아트는 서른 개가 넘는 언어로 번역돼 무대에 올려졌습니다. 한 통계에 따르면 아트의 미국 초연이 이뤄진 1998년 이래 2006년말까지 북미 지역의 전문 극단들이 제작한 레자의 작품은 모두 170편에 이른다고 합니다. 그중 아트는 150편에 달했다고 하지요.

서울 대학로의 경우 아트는 2004년 학전블루에서의 첫 공연 이후 총 아홉 팀의 배우가 시기를 달리해 출연하면서 객석점유율 103%, 총 입장관객 수 12만 명을 기록했다는 것이 공연제작사인 ㈜악어컴퍼니의 설명입니다. 한 때 아트의 출연배우였던 유연수가 연출한 아트는 현재 대학로의 SM아트홀에서 공연되고 있습니다.

그 레자의 2004년 작품 스페인 연극이 지금 대학로 무대 위에 올려지고 있습니다. 며칠 전 대학로의 상명아트홀1관에서 공연을 시작한 스페인 연극(연출 백은아.극단 거울 대표)은 배우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작품입니다. 이 연극은 언뜻 보기에 복잡한 구조를 갖고 있습니다. 극의 주된 내용은 한 스페인 작가가 쓴 연극의 공연입니다. 그러니까 연극 속에 스페인 연극의 공연이 있는 것이지요.

극중극 스페인 연극의 내용은 대충 이렇습니다. 『페르낭이라는 연하의 공동주택관리사를 사귀고 있는 60 가까운 나이의 필라르는 딸들이 있다.그 중 40대 중반에 접어든 맏이 오렐리아는 별로 두각을 나타내지는 못하고 있으나 열정을 가진 연극배우이며 40세인 둘째 누리아는 잘 나가는 영화배우이다. 맏사위 마리아노는 사사건건 아내 오렐리아의 구박을 받으면서 아름다운 처제에게 관심을 나타낸다. 이들 등장인물 다섯은 극이 진행되면서 극도로 신경이 날카로워진다. 엄마 필라르는 딸들로부터 페르낭과의 관계를 인정받고 싶어하지만 딸들은 별로 관심이 없다. 두 딸들은 각자의 문제를 갖고 있고, 마리아노는 아내를 비난하면서 처제나 다른 사람들의 편을 든다. 신경이 날카로워지면서 이들은 서로에게 상처를 주는 말들을 마구 쏟아낸다.』

스페인 연극의 구성이 복잡한 것은 이 다섯 등장인물들이 스페인 작가의 연극, 즉 극중극에서 빠져나와 상상의 인터뷰, 상상의 대담, 고백, 독백 등의 형식으로 모두가 배우 자신의 얘기들을 해대기 때문입니다. 또 스페인 작가의 연극에 연극배우로 나오는 오렐리아가 자신이 출연하게 되는 불가리아 작가의 연극 연습을 하는 장면이 나오면서 관객 입장에서는 혼란스럽다는 느낌을 가질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극 중 현실, 극중극, 극 속의 극중극 등의 3중구조는 연극적 트릭일 뿐입니다. 배우가 상상의 인터뷰를 통해 자신의 얘기를 하던, 스페인 연극의 등장인물 또는 불가리아 연극의 등장인물로서 얘기하던, 모두가 개인이 겪고 있는 고독을 통해 배우, 더 나아가 현대 사회를 살아가고 있는 인간의 모습을 그려내고 있기 때문입니다. 등장인물들은 현실과 극, 또 극 안의 극을 연습하며 정체성의 혼란을 겪게 되지만 결국은 그 모습들이 모두 자신의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스페인 연극은 아트에 비해 사색적이고, 40대 중반을 넘긴 야스미나 레자의 인생에 대한 고독, 회한 같은 것들이 굉장히 진하게 묻어져 있는 작품이예요. 대부분의 보통 관객들은 스페인 연극이라는, 이야기가 있는 작품을 공감하면서 볼 수 있을 것 같고, 연극을 한다든지 예술을 한다든지, 좀 더 이 작품을 깊게 들여다 볼 수 있는 사람들은 독백, 상상의 인터뷰, 상상의 대담 같은 것에 관심을 더 많이 두고 볼 수 있을 것 같애요. 또 40-50대 관객은 흘러가는 시간의 무상함이나 소통이 안되는 고독함 같은 것을 맛 볼 수 있을 것 같구요." 백은아 연출의 말입니다.

그는 스페인 연극이 배우들의 얘기이고 배우들의 연기관이나 삶, 또는 예술에 대한 얘기를 많이 담고 있기 때문에 좋은 배우들을 만나서 이 작품을 잘 만들어 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왔다고 말합니다. 또 극중 오렐리아의 경우 자신 처럼 40대 중반을 향해 가는 나이에 연극을 오랫동안 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추구했던 것들이 결실을 보지 못한채 고통스러워 하는 모습에서 많은 공감을 느꼈다고 얘기하기도 했습니다.

◇ 스페인 연극 = 올해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예술창작 및 지원 선정작. 공연은 상명아트홀 1관에서 11월16일까지. 작품 번역은 이용복. 출연배우는 정재진(페르낭 역), 이혜경(필라르 역), 이상구(마리아노 역), 박남희(오렐리아 역), 이혜원(누리아 역). 드라마투르그 최영주. 무대디자인 최승연.김혜지. 조명디자인 조성한. 의상 김경인. 공연문의는 02-764-7462(바나나문 프로젝트)

kangfam@yna.co.kr

영상취재 : 강일중 기자(편집위원실), 편집 : 심지미 VJ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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