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초대석 이장무 서울대학교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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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가 어렵지만 인재 사장시켜서는 안돼"
"초일류 대학 관건은 우수교수 확보와 경쟁"
"급변하는 환경에 맞춰 서울대 법인화 필요"

(서울=연합뉴스) 홍성완 편집위원= "경제위기로 기업들이 위축되면서 인원을 대폭 줄이고 사업을 접고 연구ㆍ개발(R&D)을 축소하는 경향이 많은데 그렇게 하기보다는 좀더 미래를 보면서 우수한 인재들을 많이 받아들여야 합니다."

서울대학교 이장무 총장은 25일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경제위기와 관련해 기업들에게 이같이 주문하고 정부기관과 대학에 대해서도 대학을 졸업하는 인재들이 취직이 되지 않더라도 희망을 갖고 계속 자기 능력을 개발해 나갈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주는 방법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총장은 특히 "이공계의 우수한 인력을 많이 배출할 수 있도록 정부가 파격적인 지원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면서 이공계 분야 학생들에 대한 장학금 대폭 확대와 병역특례제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이어 세계에서 손꼽히는 대학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전세계에서 우수한 교수를 초빙해오는 것과 교육과 연구에서 치열한 경쟁이 일어나게 해서 차별화를 통해 우수한 사람에게 더 많은 혜택이 가도록 제도적으로 뒷받침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이 총장 인터뷰 내용-.

-- 총장직을 맡으신 지 2년 4개월여가 지났는데 어떤 변화가 있었습니까.
▲ 두 가지를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가장 큰 변화라면 전방위적인 국제화를 통해 세계 속에 서울대의 인지도를 크게 높였다는 것을 들 수 있습니다. 몇 년 전만 해도 서울대는 100위권 밖이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만, 꾸준하게 상승해서 영국 더 타임스의 세계대학평가에서 종합순위가 2005년도 93위에서 금년에는 50위로 상승했습니다. SCI 논문 게재수에서도 지난 수년 간 32, 31위 이렇게 하다가 작년 기준으로 세계 24위에 올랐습니다. 프랑스 명문 에꼴 데 민이 평가한 글로벌 기업 CEO 배출 실적에서도 작년 32위에서 올해에는 16위로 뛰어올랐습니다. 괄목할 만한 국제적 성과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성과는 600여 개 해외 유수 대학과의 활발한 교류 활동 등 전방위적인 국제화 노력에 밑바탕을 두고 있는데 교류 대학이 제가 취임할 당시 370여 개에 달했던 것과 비교해 크게 증가한 것입니다. 또한 외국 대학과의 복수학위제, 공동 원격강의, 아이비리그 수준의 국제 하계강좌, 100명의 외국인 교수 유치 계획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서울대의 국제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해오고 있습니다.
또 한 가지 변화는 학문간 학과 간의 장벽이 크게 낮아졌다는 것입니다. 우리나라는 학문 간의 벽이 너무 높아 학문간 융합이나 협력이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서울대는 올해 2월 수원에 차세대융합기술연구원을 설립하여, 서로 다른 학문분야가 만나 융합연구가 이뤄지는 것이 가능해졌고, 인문ㆍ사회ㆍ예술ㆍIT 등 다양한 분야가 서로 만나는 범학문 통합연구소까지 생겼습니다. 과거에는 한 학과에 들어가면 전과하는 것이 고작이었는데 이제는 두 개 이상의 전공을 연계해서 택할 수 있는 연계전공이 신설되었고 내년부터 학생이 자유롭게 전공을 택하고 만들 수 있는 파격적인 자유전공학부가 신설됩니다.

-- 세계 10위권의 초일류 대학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더 요구된다고 보십니까.
▲ 지난달 미 예일대 레빈 총장과 대담을 나눈 적이 있습니다. 최고의 대학이 되기 위해서, 그리고 최상의 교육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세계 정상급 석학들을 교수로 초빙하는 것이 우선 과제라는 점에서 의견을 모았습니다. 노벨상 수상자 등 뛰어난 외국인 학자들을 초빙해서 서울대의 촉망받는 젊은 학자들과 학생들을 교육시켜 세계적인 학자, 인재로 키워나가겠다는 큰 목표를 갖고 있습니다.
적극적인 글로벌 헤드헌팅을 통해 노벨상 수상자급의 해외 석학 등 외국인 교수 100명 신규 채용을 추진해오고 있습니다. 지난 9월 22명의 외국인 교수를 채용했으며 현재도 각 학문분야에서 지속적으로 접촉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수학의 노벨상이라는 필즈상 수상자인 히로나카 교수가 금년 1학기에 초빙 석좌교수로 임명되어 4개월 간 강의했고 노벨화학상 수상자인 독일 막스프랑크 연구소 폴 크루첸 박사도 자연과학대학 석좌교수로 초빙해 내년 1학기부터 교육과 연구활동을 하게 됩니다. 또한 교수들의 승진과 정년보장 강화, 그리고 전 교수 가운데 매년 평가를 통해서 우수 연구교수 상위 10%, 우수 강의 교수 상위 10%를 시상하고 인센티브를 주는 치열한 경쟁과 수월성에 대한 보상정책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교육과 연구에서 치열한 경쟁이 일어나게 하겠습니다. 그래서 차별화를 통해 우수한 사람에게 더 많은 혜택이 가게 하는 그런 제도로 우리 대학의 발전을 이뤄야 하겠습니다. 우수한 사람들이 더 우수해지도록 뒷받침하는 이런 것이 세계 정상권의 대학으로 가는 길이라고 봅니다.

-- 서울대 법인화를 적극 추진하고 계신데 그 이유는 무엇입니까.
▲ 대학 간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고 세계환경이 급변하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대학은 기초적인 분야는 그대로 잘 유지해야 하겠지만 급변하는 외부환경에 맞춰서 교육 연구체제가 빠르게 변해야 합니다. 지금의 국립대학 체제는 굉장히 경직되어 있습니다. 예를 들어 교수를 채용할 때도 교육과학기술부에 요청을 하고, 행정안전부와 기획재정부 승인을 받은 뒤 국회의 승인을 받는 복잡한 시스템을 갖고 있습니다. 금년에도 저희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을 설립하며 교수 증원을 요청해서 할당을 받았습니다. 다른 분야를 포함하여 30명이 증원되기로 했는데 갑자기 정부에서 공무원 동결 얘기가 나오면서 그냥 없어져버렸습니다.
그러니까 예산이 있어도 교수를 증원하지 못합니다. 사립대와는 다르지요. 대학이나 학과를 하나 만들고 폐지하는 경우도 매번 여러 정부 부처를 거쳐서 하기 때문에 굉장히 더딥니다. 일본의 한 대학 총장으로부터 들은 얘기인데 자기 대학의 공과대학 분교를 만드는 데 1년 만에 했다고 합니다. 법인화했기 때문인데 옛날 체제 같으면 10년은 걸렸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대학의 유연성과 자율성을 위해서는 이제 국립대학이 갖는 존재 이유, 즉 형태나 기능은 유지하되 정부 기관이 아닌 국립대학법인으로 하자는 얘기입니다. 이에 대해 많은 분들은 사립대학으로 변하는 것이라고 생각하시는데, 그렇지 않습니다. 정부의 지원도 똑같이 받는데 단지 형태가 국가기관이 아니며 교수와 직원이 공무원이 아니고 또 운영체계가 정부의 기관으로서 경직된 운영이 아니라는 것이죠.
이미 일본과 싱가포르는 상당히 성공적으로 갔습니다. 교육개혁에서 가장 더디다고 하는 유럽조차 독일이 법인화로 전환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법인화 형태가 일본이나 싱가포르와는 조금 달리 국립대학에 더 가까운 법인화를 했지만 어쨌든 재단형의 국립대학 법인을 이뤄가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핀란드가 국립대학을 법인화하면서 예산도 크게 증액해줬습니다. 법인화를 세계적인 경쟁력을 이루는 도약의 기회로 만들려는 핀란드의 국립대학 법인화는 세계 각국에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경비를 절감해서 대학을 오히려 구조조정하려는 법인화가 아니라 이것을 세계적인 대학으로 육성하고자하는 그런 방향의 법인화입니다. 법인화는 어떤 형태의 법인화이냐가 중요합니다. 자율권이 충분히 보장되고 초기에 잘 정착하고 세계적인 대학으로 도약하는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하는 법인화라야지, 인원이나 줄이고 예산절감하는 그런 방식의 법인화라면 성공할 수 없습니다.
지난 10여 년 간 서울대학교의 정부 예산은 2천여억원 수준에서 사실상 동결되어 왔습니다. 전략적 분야의 인재양성과 기술개발이라는 국립대의 책무를 한층 강화하기 위해서는 그동안 국립대학을 방기해온 체제를 더 이상 놔두지 말고 고등교육 체제의 변화가 필요합니다. 그래서 이제는 고등교육, 대학교육의 경쟁력을 위해서 정부와 대학이 머리를 맞대고 한번 새로운 체제를 찾아보자고 하는 것이 법인화의 취지입니다.

-- 법인화가 되면 학생들의 등록금도 올라갑니까.
▲ 일본의 경우를 보면 별로 올라가지 않았습니다. 그만큼 정부가 육성을 했다는 의미지요. 법인화로 갈 때에 이에 따르는 부담을 학생들에게 떠넘기겠다는 법인화는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 올해 과학분야 노벨상에서 일본이 두각을 나타냈습니다. 반면 우리는 경제력에 걸맞지 않게 과학분야의 노벨 수상자를 단 한 명도 배출하지 못하고 있는데 이유가 어디 있습니까.
▲ 잘 아시겠지만 노벨상을 수상한 분들이 업적을 내고 바로 받은 것이 아니고 대개 20년 후에 받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가 학문 특히 과학 분야에서 본격적인 연구를 시작한 시기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본격적인 연구는 해방 후 이뤄졌습니다. 또 지난 30-40년간 집중적으로 연구를 했지 그 전에는 연구다운 연구를 못하지 않았습니까. 그뿐만 아니라 아무리 독창적인 연구를 했다고 해도 그 결과가 세계에 알려져야 많은 분들이 추천을 해서 노벨상도 받게 되는데 사실 교육과 연구의 국제화는 최근 20년 사이에 이뤄진 것입니다.
외국인 교수들이 많이 한국에 오고 국내 대학 교수들이 외국에 나가서 연구활동을 하고 국제협력을 하고 한 것은 길어야 20-30년밖에 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그 동안에는 기회가 없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건국해서 60년밖에 안되는 짧은 기간에 눈부신 경제발전 산업발전을 이뤘고, 국제적인 위상도 상당히 높아졌습니다. 그리고 세계 100대 대학에 국내 두 개 대학이 들어가게 되고 서울대는 50위로 올랐습니다. 이런 여러 정황으로 볼 때 노벨상을 받을 확률이 상당히 높아졌다고 보고 있습니다.

-- 개교기념식에서 노벨상 프로젝트 발표하셨는데요.
▲ 사실 노벨상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상징성이 중요합니다. 최고의 학문수준에 올랐느냐 하는 의미이죠. 과학분야에서 노벨상을 받게 되면 이공계 학생들에게 큰 희망을 주게 됩니다. 그래서 굉장히 중요하다고 보는데요. 우리나라에서는 연구풍토가 단기적인 성과를 요구하는 분위기로 가고 있습니다. 모든 것이 1년, 2년 연구, 그리고 결과를 빨리 제출해야 하고 연구결과 논문수가 많아야 하고…. 이런 식의 풍조와 학풍이 만연해있습니다.
앞으로는 노벨상에 근접해 있다고 하는 교수님들과 막 올라오고 있는 소장학자들이 단기적 성과에 집착하지 않고 큰 꿈을 가지고 본질적인 연구, 장기적인 연구에 몰입하고 도전할 수 있도록 계속 지원해드리는 것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노벨상을 받은 크루첸 교수도 결과적으로 자기가 노벨상을 받게 된 것은 자유분방한 분위기에서 하고 싶은 연구를 마음껏 할 수 있는 그런 대학의 분위기, 그리고 그것을 장기적으로 지원해주는 대학의 체제, 또 기초학문을 중요시하는 국가와 사회의 분위기 이런 것이 노벨상을 받을 수 있는 힘이었다고 얘기했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그런 학풍 그런 대학의 분위기를 만들어 주고, 한편으로는 그분들이 외국에 나가서 독창적인 연구업적을 많이 알릴 수 있도록 지원체제를 구축해야 합니다. 해외 석학들이 서울대 학자들의 연구결과를 알 수 있도록 초빙교수로 오고 단기방문 등을 활성화하는 국제화, 연구의 국제화를 더 강화해서 그분들의 업적이 세계에 알려지고 노벨상을 받는 때가 빨리 올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 그럴려면 과학기술분야의 국가.사회적 관심이 중요한데 이공계 기피현상부터 불식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 1997년도 IMF사태 이후에는 연구개발 인력들이 많이 직장을 떠나고 하면서 이공계 기피현상이 생겼습니다. 사실 이공계에 그나마 많은 인력이 갔던 것은 비록 이공계가 배우는 것도 많고 힘든 과정이 있지만 졸업했을 때에 직장이 안정적이고 보수도 굉장히 높기 때문에 택했는데 IMF사태로 한때 무너지기도 했습니다. 또 한편으로는 의대와 법대 그쪽이 아무래도 오랫동안 자유로운 직업과 직장을 유지할수 있기 때문에 선호하는 현상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최근에는 산업이 비교적 활성화되고 하면서 이공계 기피현상도 많이 완화된 것으로 저는 파악하고 있습니다.
이공계 기피가 생기지 않으려면 산업이 활성화되어서 이공계 졸업생들이 회사에서 크게 활약할 수 있어야 하고 첨단기술을 가진 젊은이들이 나가서 창업을 해서 새로운 직장을 만들고 보람을 갖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한편으로는 역시 이공계 쪽이 공부가 어렵기 때문에 지금 정부가 하고 있듯이 이공계분야의 학생들에게는 장학금을 대폭적으로 늘려줘야 된다고 봅니다.
또 한국이 굉장히 잘했던 부분 중의 하나가 이공계분야의 우수한 인력에 대해서는 병역특례를 해준 것입니다. 이를 통해 많은 우수한 인력이 해외로 빠져나가지 않고 지난 10여 년 간에 대기업과 중소기업에 가서 훌륭한 기술을 많이 개발했습니다. 그리고 대학원에 진학해서 고급두뇌들이 많이 양산됐습니다. 이것은 일본이나 다른 나라가 옛날에는 했지만 요즘에는 하지 못하는 일이거든요. 그런데 이공계 인력에 대한 특별한 배려가 조금씩 약화되고 있는 조짐이 보이고 있습니다. 지금 금융위기를 맞은 시점에서 우리는 이공계의 우수한 인력을 많이 배출할 수 있도록 정부가 파격적인 지원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 입시 시즌인데 서울대가 학생선발에서 중요시하는 기준은 무엇입니까.
▲ 서울대는 학생 선발시 여러 형태의 선발방법과 기준을 통해 다양한 인재를 선발하고 있습니다. 수시 입학에서는 고교 학생부 성적에 의한 지역균형 선발과 특기와 인성을 고려한 심층 면접도 포함된 특기자 선발을 하고 있고 정시에서는 고교 성적과 논술과 수능으로 선발합니다. 또한 우수한 학생 확보와 함께 사회 경제적으로 소외된 학생들을 배려하는 입학정책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매년 서울대 입학생을 배출하는 고교가 크게 증가해서 금년에는 930여 개 고교에서 서울대에 진학하고 있습니다. 서울대는 다양한 능력과 창의성과 잠재력을 지닌 인재들을 선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 현행 입시제도 그대로 둬도 좋다고 보십니까.
▲ 현 제도에는 문제점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대학이 완전한 자율권을 확보한다면 점차 개선되어갈 것으로 생각합니다. 우리 대학들도 사회적 책무, 사회 안정성 같은 것도 생각하면서 입시제도를 개선해 나갈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서울대가 하고 있는 지역균형 선발이나 특기자 전형 그리고 정시에서도 입시부담이 줄어들면서도 획일적으로 어떤 한 가지 경쟁이 일어나지 않게 다면적으로 학생을 평가하게 하는, 궁극적으로는 입학사정관제와 같은 선진적인 입학제도로 서서히 가야 됩니다.

-- 대학졸업생 취업난이 심해지고 있습니다.
▲ 공동의장을 맡고 있는 코리아리더스포럼의 지난주 조찬모임에서 세계경제위기에 대한 발표와 토론이 있었습니다. 어떻든지 우리가 이를 극복해야 하는데 중요한 것은 이것이 위기이지만 위기를 기회로 삼아서 이때 미래에 유망하다고 생각되는 기술을 개발하고 투자도 많이 해서 일자리를 늘려야 한다는 얘기를 했습니다. 역발상으로 얘기하면 앞으로 2년 간은 투자의 기회라는 겁니다.
대학은 기업에서 요구하는 인재, 그리고 또 새로운 산업을 창출할 수 있는 인재를 양성하는 데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기업은 지금 경제위기를 이유로 인원을 대폭 감축하고 사업을 접고 R&D를 축소하고 하는 경향이 많은데 그보다는 조금 더 미래를 보면서 훌륭한 인재들이 사장되지 않게 해야 합니다. 인재가 일단 1년 동안 쉰다든지 하면, 다음에는 녹이 슬어 실력발휘를 못합니다. 우수한 인재들을 그래도 많이 받아들여야 하고 정부 기관과 학교는 일자리를 얻지 못하는 인재들이 취직이 되지 않더라도 뭔가 그 사람들이 희망을 가지고 계속 자기의 능력을 개발해나갈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야 합니다.
제가 1997년 서울공대 학장을 할 때 IMF가 일어났습니다. 그래서 98년도 초에 공과대학에 있는 모든 강의를 개방해서 그때 실직을 했지만 유망한 분들을 1년 반 동안 교육시켰거든요. 150여 명이 와서 강의를 듣고 난 후 재기해서 나중에 태국의 철강회사 사장도 되고 했습니다만 앞으로 그런 것뿐만 아니라 많은 부분들을 정부와 대학이 고민해야 된다고 봅니다.

-- 서울대 교수사회에도 철밥통을 깨는 변화가 있다고 들었습니다.
▲ 과거에는 교수로 승진할 때 교수승진과 더불어 정년보장을 많이 받았습니다만, 금년부터는 승진과 정년보장에서 상당히 엄격해졌습니다. 그래서 많은 교수들이 탈락했습니다. 대학에서는 교육의 수월성, 연구의 수월성이 중요하기 때문에 이런 것은 결과적으로 엄격한 평가와 그에 따른 보상이 있어야 한다고 본 것입니다.
막스 플랑크 연구소의 그로스 회장이 작년에 왔을 때 어떻게 막스 프랑크가 세계 최고의 연구기관이 되는가 물어봤더니 단 한 가지라고 했습니다. 즉, 차별화(differentiation) 평가를 해서 우수한 사람에게는 더 큰 인센티브를 주고 그렇지 못한 사람에 대해서는 약간의 불이익이 가도록 하는 그런 것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특히 평가라고 하는 것은 자체 평가뿐만 아니라 국제적 평가를 받아야 됩니다. 그것은 세계적 추세입니다. 그래서 저희도 교수만 평가받는 것이 아니라 학과들도 요즘은 해외평가를 많이 받고 있습니다.

-- 21세기 지식기반사회에서 대학의 기능과 역할이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 한때는 대학을 지식공장(knowledge factory)이라고 얘기했습니다만, 요즘에는 지식을 실험하고 그것을 생산해서 전파하는 소위 지식연구실(knowledge laboratory)의 개념까지도 포함됩니다.
지난달 서울대에서 예일대, 동경대 등 세계 9개 대학총장들이 모여서 대학의 미래에 대해서 논의를 했습니다. 결론은 역시 대학은 세계적 수준의 지식을 창출하는 데 서로 협력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지금까지 어떤 한 분야에만 영향을 미치는 지식을 개발했다면 앞으로는 인류사회에 큰 영향을 미치는 굉장히 복잡하고 포괄적인 지식을 개발하는 데 학문의 영역과 나라의 경계를 넘어서 협력이 활발하게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지요. 세계적인 범위와 수준에서 지식의 구축을 하는 데 공동의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것이 대학의 사명입니다.
두 번째는 대학은 세계 어느 곳에서나 인정을 받고 일할 수 있는 그런 능력을 갖춘 인재를 양성해야 합니다. 다른 나라의 문화와 다른 사람의 사고를 받아들일 수 있고 그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는 글로벌 탤런트를 양성해야 하겠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대학 간에 학생, 교수 교류와 공동학위제 등을 좀더 확대해야 합니다.
세 번째는 이제 대학은 학생 교육과 연구에만 관심이 있어서는 안되고 세계에 관심이 있어야 합니다. 인류가 당면한 본질적이고 장기적인 문제, 예를 들어 에너지와 환경, 재난, 빈부격차, 문명의 충돌 등과 같은 글로벌 이슈에 대해 좀더 관심을 가지고 주도적으로 참여해야 되겠다고 하는 것이 우리 대학의 나아갈 길입니다. 대학총장들이 모여 지속적으로 대화를 하다보니 공동의 아이디어가 나오더라구요.
jamieh@yna.co.kr
영상취재.편집:조동옥 기자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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