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헌재 "필요땐 극약처방도 서슴지 말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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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경제위기 향후 2∼3개월 굉장히 중요"
"금융위원장.금감원장 한사람이 맡아야"

(서울=연합뉴스) 김종수 이준서 장하나 기자 =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는 28일 경제 위기에 대처하기 위한 핵심 처방으로 "시장의 불확실성과 불안정성을 확실하고 단호하게 제거하라"고 주문했다.
아울러 정부의 현 위기대응 방식이 초동대응 미숙으로 남대문 화재의 초기 진화 실패를 떠올리게 한다며 필요하면 극약처방도 주저하지 말라고 강조했다.
특히 현재의 경제위기는 진행형으로 앞으로 2∼3달이 굉장히 중요하다며 정책대응에 실패하면 경제파국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외환위기때 금융감독위원장으로 기업.금융 구조조정을 주도했던 이 전 부총리는 이날 오후 서울대학교 국제대학원에서 열린 이 대학 금융경제연구원(원장 정운찬) 주최 강연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이 전 부총리는 우선 현 상황에 대해 "1997년 위기는 과잉투자, 과다차입으로 대기업 유동성이 문제였지만 지금은 중소 수출기업, 건설사, 가계 등이 어려움에 처하고 저축은행, 카드사 등이 연계돼 있어 구조조정 대상의 수가 크게 확대됐다"며 "신속하고 도덕적 해이를 일으키지 않는 확고한 처리방법을 강구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부문별로는 ▲건설회사와 주택금융 문제 ▲키코(통화옵션 파생상품) 문제 ▲은행의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 문제 ▲얼어붙은 부동산 거래의 정상화 환경 조성 등의 과제를 시급히 해결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 전 부총리는 "시장 실패가 발생하면 지체하지 않고 정부가 개입해야 하며 사회적 논란을 두려워하거나 명분을 축적하기 위해 시간을 끌면 사태가 악화된다"면서 "요즈음 사태 진행추이는 초기 진화에 실패한 남대문 화재의 참상이 재현되는 것이 아닌가하는 걱정마저 든다"고 우려했다.
그는 "정책수단의 강도에서 상황을 압도할 정도로 단호하고 충분한 정책수단을 동원해야 하고 필요하면 극약처방도 서슴지 말아야 하며, 정책은 가능하다면 패키지 형태로 쏟아부으라"고 촉구했다.
이와 함께 위기에 더욱 큰 고통을 겪는 서민생활의 안정지원에 정책의 최우선 순위를 둘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소규모 개방경제인 한국의 경쟁력에 대한 우려를 불식하기 위해서는 수출경쟁력 강화 등을 통한 경상수지 흑자 유도, 위기 대책의 원활한 수행을 위한 금융감독체제의 기능 정비, 정부와 중앙은행의 역할 정립, 정부 부처간의 관계정비가 있어야 한다고 충고했다.
이 전 부총리는 현 정부의 경기부양 정책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우선 감세보다는 재정지출 확대가 더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정부 조직과 관련해서는 "평상시 견제와 균형을 위해 마련된 조직들이 비상시에는 작동하지 못하고 걸림돌이 된다"면서 "현재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으로 2원화된 감독조직은 문제가 있기 때문에 법 개정을 기다릴 필요도 없이 금융위원장과 금융감독원장을 한 사람이 맡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글로벌 기존질서 재편과정에서 새 정책의 과감한 도입이 가능한 점 ▲주요 수출시장인 중국과 결코 작지 않은 내수가 있다는 점 ▲정부의 탄력적 지원이 가능한 점을 한국이 처한 유리한 조건으로 꼽으며 "내년 상반기까지 과감한 위기관리와 미래에 대한 준비가 가능하다면 그 이후 재도약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 전 부총리는 중국 고전 한비자에 나오는 處多事之時(처다사지시) 用寡事之器(용과사지기) 非智者備也(비지자비야)(복잡한 시대에 일이 적던 시절의 수단을 쓰는 것은 지혜로운 사람의 준비가 아니다) 구절을 인용하며 "명분과 이념 편향을 지양하고 현실적, 실용적 대안을 추구해야 한다"고 발상의 전환을 당부했다.
jsking@yna.co.kr
hanajang@yna.co.kr
(영상취재.편집:임주현 기자)
mortar60@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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