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여곡절끝 예산안 처리..힘겨웠던 이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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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과 몸싸움 극심한 진통..합의시한 하루 넘겨
민주, 경제위기 시중여론 의식한듯 원천봉쇄는 자제

(서울=연합뉴스) 송수경 조성미 기자 = 내년도 예산안 확정을 위한 여야 협상이 끝내 결렬되면서 새해 예산안은 결국 여야가 합의한 처리시한(12일)을 하루 넘긴 13일 오전 민주당과의 합의 없이 처리됐다.

그러나 민주당이 본회의장 내에서 거세게 항의, 고성과 몸싸움이 오가는 등 극심한 진통을 겪었다.

또한 국회 예결특위 계수조정소위와 전체회의가 초스피드로 `뚝딱 예산 심사를 해치우는 등 올해도 어김없이 졸속.부실 심사가 재연됐다.

한나라당은 전날 밤 11시 본회의를 소집, 예산부수법안인 감세법안을 직권상정으로 처리하는 등 예산안 강행처리 절차에 들어갔다. 민주당은 예결특위 회의장 앞에서 "반민주적 폭거", 졸속 날치기"라고 반발하며 농성을 벌였지만 물리력으로 저지하지는 않았다.

당초 새벽 3시30분∼4시께 예산안 처리가 끝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지만 계수조정소위가 오전 6시에야 열리는 등 전체 일정은 예정보다 늘어졌다.

정무위와 행정안전위, 기획재정위와 국토해양위 등은 이날 새벽 들어 부랴부랴 새 비목 설치에 따른 상임위 동의절차를 밟느라 분주하게 움직였고, 기획재정부는 예산 심의자료의 수치 오차를 바로잡기 위해 오전 5시 넘어서까지 수정에 수정을 거듭했다. 여기에 컴퓨터 바이러스로 작업은 더 늦어졌다.

국회의사당 6층 계수소정소위 회의실 앞에는 한나라당 의원.보좌진과 경위들이 만약의 사태에 대비, 진을 치면서 한때 긴장감이 감돌았지만 민주당측은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계수조정소위가 시작되자 민주당 계수조정 소위원들은 잠시 회의장에 들어갔다 "12.12 쿠데타에 못지 않은 예산 폭거"라고 거칠게 항의한 뒤 곧바로 퇴장했다.

곧이어 민주당이 불참한 가운데 예산 심사 작업이 일사천리로 진행돼 1천쪽에 가까운 예산 자료에 대한 검토는 불과 1시간30분만에 끝났다.

이한구 예결특위원장은 심사 후 "(민주당의) 정치적 악용으로 쓸데없이 지연됐지만 굉장히 충실히 심의됐다"고 자평했다.

그러나 이 와중에도 의원들의 지역구 챙기기 관행은 재연됐고 이날 새벽까지 예결특위원장실 주변에는 지역 예산 민원을 위해 찾아온 의원들로 붐비는 모습이었다.

이어 예결특위는 오전 9시15분께 역시 민주당의 불참 속에 전체회의를 열어 단숨에 예산안을 처리, 단 8분만인 9시23분 산회를 선포했다. 기획재정부에서는 강만수 장관 대신 배국환 차관이 참석했다.

민주당은 한나라당의 예산안 단독 처리에 반발, 이날 오전 7시께 예결특위 전체회의장 앞에서 점거농성을 재개하고 정문을 가로막았지만 한나라당의 옆문 입장을 사실상 용인했다.

100년에 한 번 올까말까한 전대미문의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예산안 조기 처리가 바람직하다는 일부 시중 여론을 의식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는 배경이다.

앞서 여야는 전날 4차례에 걸쳐 극적 타결을 시도했으나 협상은 결렬됐으며 각 당이 대기령을 내리면서 의원들은 삼삼오오 국회 주변에서 밤샘 대기했다.

예산안 처리를 앞두고 민주당 의원들이 맞은편 예결특위 회의장 앞 농성을 풀고 본회의장으로 입장하면서 일순 전운이 감돌았다.

원혜영 원내대표와 송영길 최고위원 등 민주당 의원 30여명은 단상 주변에 빙 둘러서서 `일자리.서민 예산 증액, `형님.대운하 예산 삭감이라고 쓰여진 현수막과 피켓을 들고 항의농성을 벌였다.

김형오 국회의장이 오전 9시54분 속개 선언과 함께 "국회법상 의사진행에 방해되는 물품은 반입할 수 없다"며 교통정리에 나서자 민주당 의원들이 "반성하고 사퇴하라", 국회법 운운할 자격이 없다"고 맞서면서 회의장은 아수라장이 됐다.

곧이어 이한구 예결특위 위원장이 예산안과 기금운영 계획안 심의 결과 보고를 위해 단상에 오르자 "무효다", "그만 지껄여라", "위원장 자격 없다"는 민주당의 야유와 "잘했어"라는 한나라당의 격려가 엇갈렸다.

이어 한나라당 5명, 민주당 5명, 선진당 1명 등 무려 11명의 의원이 마이크를 잡고 예산안 찬반토론을 벌였고 이 과정에서도 야유와 고성은 이어졌다.

민주당은 "12.12 쿠데타를 연상하는 예산 쿠데타", "의회 민주주의를 유린한 군사작전", "날치기" 등의 원색적 표현을 써가며 4대강 정비사업 및 포항 관련 예산의 원안 통과를 문제 삼았다.

또한 예산안 처리의 키를 쥔 이한구 위원장을 향해서도 "어디로 잠적했었느냐", "날치기의 주역", "독단적 위원회 운영으로 야당을 협박했다"는 성토가 집중됐다.

반면 한나라당 이사철 의원은 "8년만에 국회에 다시 들어왔는데 떼쓰고 단상 점거하는 것은 하나도 변하지 않았다. 이런 행태 때문에 정권도 잃은 것"이라고 직격탄을 날렸고, 호남 출신의 이정현 의원은 "민주당이 호남인의 오랜 소망인 호남고속철 예산 삭감안을 내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고 비꼬았다.

선진당 박선영 의원은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밀실 야합한 결과가 이 난장판이냐. 국민 보기 창피하다"고 지적한 뒤 "선진당을 협상당사자로 인정하지 않은 민주당 원내대표는 창피한 줄 알아야 하며, 4대강 사업 예산 삭감 약속을 지키지 않은 한나라당 원내대표와 예결특위원장도 분명히 해명하라"며 한나라당과 민주당을 싸잡아 비판했다.

민주당 의원들이 구호 제창과 함께 퇴장한 뒤 속전속결로 이뤄진 예산안은 11시17분 재석 188명, 찬성 184명, 반대 3명, 기권 1명으로 처리됐으며 1분 뒤에 기금운영계획안도 반대 2명, 기권 2명을 제외한 184명의 찬성으로 통과됐다.

2개월 이상 여야간 정쟁으로 끌어온 새해 예산안이 파행 속에 확정되는 순간이었다. 이날 오전 5시57분 계수조정소위가 시작된 뒤 불과 4시간21분만이다.

김 의장은 "이런 식으로 헌법이 지켜지지 않고 국회법이 무용지물이 된다면 국회가 왜 존재해야 하는가"면서 "선진국 어디서도 볼 수 없는 볼썽사나운 모습을 국민에게 보여 얼굴을 들 수 없다. 뼈를 깎는 노력과 자기반성이 있어야 한다"는 마무리 발언으로 본회의를 마무리했다.

한편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도 이날 새벽 4시까지 의원회관에서 대기하다 귀가했으며 오전 9시30분께 본회의장에 모습을 보였다.
hanksong@yna.co.kr

촬영 : 김성수 VJ, 편집 : 전수일 기자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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