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초대석 윤정숙 아름다운재단 상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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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난 불구 소액 기부자들은 늘어나"
"이웃 생각 마음 있으면 누구나 가능"
"부자들의 기부와 유산 기부 늘어나야"

(서울=연합뉴스) 홍성완 편집위원 = 연말연시다. 이맘때면 어려운 이웃을 돌아보게 되지만 올해는 모든 경제주체가 경제난으로 지갑을 열기를 꺼리는 터여서 나눔과 기부문화에도 적지 않은 타격이 우려된다. 아름다운재단의 윤정숙 상임이사를 만나 상황을 알아봤다.
아름다운재단은 1% 나눔운동을 펴면서 기부문화 확산에 앞장서는 시민단체로 올해로 설립된 지 8년이 된다. 종로구 가회동에 있는 사무실을 찾았을 때 윤 이사는 어떤 할머니와 만나고 있었다. 간호사 출신인 그 할머니는 온 가족의 저금통을 한데 모아서 가져왔는데 한 말씀 해달라고 부탁하자 저금통에다 기부가 나를 너무 기쁘게, 행복하게 했습니다.라고 써줬다고 한다.
이처럼 다양한 사람들이 아름다운재단을 찾아와 어려운 이웃에 희망의 콩 반쪽을 나누는 마음을 전하고 간다. 도움 주고 도움받는 사람들 사이에서 바쁘게 일하는 윤 이사는 매일 아름답고 감동적인 사연을 접해서인지 어려운 여건에서도 보람과 기쁨의 표정을 감추지 않는다.
그는 경제적 어려움에도 소액기부자들은 오히려 늘어났다면서 우리 사회의 기부문화도 이제는 나눔이 왜 필요하고 나누면 왜 행복한지 설명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발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부자들의 기부가 늘었으면 좋겠고 유산 일부를 기부하는 인식의 변화가 아쉽다고 덧붙였다.
윤정숙 상임이사는 2006년 초부터 아름다운재단에서 일하고 있으며 그 전에는 한국여성민우회 공동대표를 지내는 등 여성운동에 앞장섰다. 이화여대 사회학과를 졸업한 뒤 여성운동가로 17년간 일하면서 날카로운 비판과 주장을 펴며 관련 법.제도 개선 등을 위해 노력해왔다.
다음은 인터뷰 내용-
-- 경제난으로 기부가 줄어들지 않았습니까.
▲ 경기가 안 좋을 때 기부금도 줄어듭니다. 미국이나 영국 같은 나라도 그렇지요. 저희 예만 보더라고 올 가을부터 특히 기업들의 기부가 현저하게 줄었습니다.그러나 다행인 것은 아름다운재단에서 하는 1% 나눔 운동에 참여하는 소액기부자들은 오히려 증가했습니다.
아마 그분들이 살아가면서 어려웠던 경험들이 많아서 이 추운 겨울에 경기불황으로 어려움을 겪을 이웃에 대해, 그들의 아픔에 대해 잊지 않는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래서 1% 나눔에 참여하는 기부자 숫자도 늘었고 기부금도 작년하고 큰 폭의 차이는 없습니다.
-- 내년 1·4분기에도 경기가 어렵다고 하는데요.
▲ 더 안 좋다고들 예측하시는데 다소는 영향을 받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렇지만, 대체로 소액 개인기부는 큰 영향이 없을 것 같습니다.
-- 아름다운재단의 기부금 규모와 개인기부가 차지하는 비율은 어느 정도인지요.
▲ 작년 기준으로 연간 135억 원 규모입니다. 개인기부가 60% 정도이고요. 머지않아 개인기부가 70% 정도 될 것 같아요. 개인기부가 줄지 않는다면 내년도에 저희가 하고 싶은 일, 또 지원하고 싶은 사업들은 그대로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곳간에서 인심 난다고, 내 호주머니가 넉넉해야 주위를 돌아볼 수 있는 여유가 있는 것 아닐까요.
▲ 기부는 다른 사람을 위해서 한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기부하시는 분들 모두가 하시는 말씀은 자신을 위해 기부한다고 그러세요. 기부하는 사람들은 내가 기부한 돈으로 누군가에게 희망을 준다는 그 사실만으로도 굉장히 행복해진다고 합니다. 그래서 미국의 워런 버핏이 36조 원을 기부하고 나서 기자들이 왜 기부했느냐고 질문하자 "행복해지기 위해서…." 라는 짧은 한 마디로 답변했거든요. 기부라는 게 돈이 많아서 하는 것도 아니고요. 사실 돈이 많아서 기부를 하는 것이라면 우리나라의 그 많은 부자가 기부를 다해야 할 텐데 오히려 국내의 개인기부에서는 부자보다는 보통 시민의 기부가 훨씬 많거든요.
오히려 가난하고 적게 벌어도 그분들이 가진 작은 것이라도, 이웃의 어려움을 덜어주려는 마음만 있다면 기부는 언제나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기부는 지갑을 열기 전에 마음을 여는 것입니다. 결국, 돈이 많으냐 적으냐보다는 함께 아픔을 나눌 마음이 있느냐, 희망을 줄 만한 따뜻함이 있느냐에 따라서 기부하고 안 하고 차이가 있는 것이지요.
-- 경제가 좋아진다고 해서 반드시 기부 여력이 생기는 것은 아니라는 말씀이군요.
▲ 사람들이 삶의 의미를 어디에 두느냐, 우리 사회의 나눔의 가치와 문화가 얼마나 성숙했느냐가 관건이지요. 돈이 많고 적음을 떠나서 자기보다 더 어려운 사람들, 아픈 사람들에게 자기가 가진 것을 나누겠다는 연대와 배려의 마음이 더 중요하다는 거예요. 그 마음이 있으면 부자건 가난한 사람이건 간에 나눔을 할 수 있습니다. 이 세상에 나눌 수 없을 만큼 가난한 사람은 없다는 말이 있거든요. 저희 기부자들을 보면 500원부터 기부하시는 분도 있습니다. 장애연금을 기부하시는 장애인도 계세요. 그리고 몇만 원 월급 받는 군인도 계시고요. 그걸 보면 당연히 꼭 돈이 많은 사람만 기부하는 것도 아니고 주머니가 든든해야지만 남을 돕는 것은 아니지요.
-- 기부하는 분들이 어떤 분들인가요.
▲ 저희 재단은 보통 시민 기부자들이 많아요. 1% 기부하시는 분들인데요. 월급의 1%를, 또 아이를 낳거나 자녀가 입학했거나 결혼할 때나 승진했을 때, 심지어는 자신이 금연했다고 금연한 기념으로 기부하는 분들이 많으세요. 1만 원, 2만 원 기부하시는 분들이 다 사연을 갖고 있어요. 예쁜 사연이지요. 아름다운재단의 기빙코리아 조사에 의하면 지난 1년 동안 기부를 한번 이상이라도 해본 적이 있습니까 라는 질문에 55%가 기부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하셨어요.
전 국민의 반 이상은 한 번 이상의 기부를 한 경험이 있는 것이지요. 기부한 사람들의 1년 평균 액은 11만 원 정도 됩니다. 작년의 경우 기부자 숫자로서는 조금 줄었지만 1인당 기부액수는 증가했습니다.
우리나라 기부자들의 특징은 정기적으로 기부하시는 분들이 적으세요. TV 보고 불쌍해서 한 번, 길가다가 냄비에 한 번, 이런 식으로 비정기적으로 기부하시는 분들이 훨씬 많으세요. 정기적으로 꾸준히 매월 기부하시는 분은 전체 기부자의 20% 정도입니다. 기부문화가 성숙한 나라에서는 정기적으로 기부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 소액기부는 어떻게 하나요.
▲ 저희는 인터넷으로 하시는 분들이 많이 계시고요. 우리 재단의 특징은 내가 돕고 싶은 사람들, 지원하고 싶은 사업들이 홈페이지에 다 열거되어 있어서 선택할 수 있다는 게 강점인 것 같아요. 그래서 기부자가 내 돈 만 원이라도 이것을 장애인을 위해 기부하고 싶다면 장애인 프로그램에 클릭하면 되고 또 노인에게 국 배달해주는 사업에 넣고 싶다면 그리로 들어갈 수 있습니다. 기부자가 원하는 사업을 선택할 수가 있습니다.
기부하신 분들에게 재단이 많은데 아름다운 재단을 어떻게 선택했느냐고 꼭 여쭤봅니다. 그러면 제일 먼저 투명하기 때문이라고 그러세요. 저희는 모금한 돈과 지원한 내용을 매월 웹사이트에 전부 공개합니다. 그리고 1년에 한 번씩 책자로 만들어서 1원 단위까지 얼마만큼 모았고 어디어디다 썼는지 명세를 전부 공개해요. 나눔가계부를 만들어 기부자들께 우송해드리지요. 모든 것을 공개하는 투명한 운영입니다. 기부문화가 활성화되려면 모금기관의 투명성이 무엇보다 중요한 원칙이어야 한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됩니다.
-- 기부금을 어떤 기준으로 배분합니까.
▲ 저희가 하는 사업이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노인 장애인 여성가장 어린이와 청소년 등으로 크게 나뉘어 있습니다. 도서관에 책을 넣는다거나 어머니들 건강진단을 해준다거나 아이들에게 장학금을 준다거나 그런 사업이 많이 있습니다. 기부금을 배분하는 배분위원회가 따로 있습니다. 외부 인사들로 구성되어 있는데 매우 독립적이고 공정하고 투명하게 심사합니다.
-- 우리나라 기부문화에 어떤 변화가 있는지요.
▲ 지난 수년 동안 기부문화라는 게 생활 속에 많이 들어왔다고 생각합니다. 우선 기부자들이 생활 속에서 생애주기별로 기부하는 이유가 너무나 많아졌고 자연스러워졌습니다. 결혼축의금의 1%를 하신 분도 계시고요. 어떤 학생들은 스승의 날인데 포도주나 케이크를 선물하지 않고 돈 모아서 그것을 자기 선생님 이름으로 기부를 해요. 기부선물이라고 하거든요. 그러면 저희는 선생님 이름으로 감사카드와 영수증을 보내주는 거죠.
청년들 같은 경우는 내가 전국을 일주하면서 모금을 해서 기부하겠다. 이런 분도 계시고요. 복권 당첨됐다고 바로 은행 봉투에 넣어서 당첨된 돈을 가져오시는 분도 있습니다.
사람들이 나누면 내가 먼저 기쁘고 이웃이 행복해진다는 것을 누가 말하지 않더라도 경험적으로 알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재단이 지금 8년 됐는데 2000년 설립됐을 때는 나눔이나 기부, 모금 이런 말이 얼마나 생소했는지 몰라요. 그래서 저희가 길게 설명해야 했어요. 왜 나눔이 필요하고 나눔은 행복한가? 그러나 지금은 그런 설명이 전혀 필요 없습니다. 어떻게 나눌 것이냐, 또 이 돈을 사회적으로 어떻게 쓰는 것이 세상을 조금 더 따뜻하게 만들 것인가에 더 관심이 많아졌어요. 왜 기부하는가? 하는 설명은 더 이상은 필요 없게 된 것 같습니다.
-- 나눔이나 기부에 대한 의식수준이 높아진 이유나 배경은 어디에 있습니까.
▲ 우선은 많은 모금기관에서 나눔과 기부가 돈이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 누구든지 마음먹으면 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일이라는 메시지를 많이 전달한 것 같아요. 생활 속에서 편하고 쉽게 재미있게 할 수 있는 기부방법을 많이 개발했고요. 마음은 있지만, 기부방법을 몰라서, 혹은 기부가 돈 있는 사람만 할 것 같아서 망설였던 사람들이 마음을 열고 5천 원, 만 원 이렇게 기부하기 시작한 것이지요.
또 하나는 유명한 분들이 기부를 많이 하면서 자랑하지 않고 내가 행복하다, 이 돈으로 누군가 희망을 갖는다면 나는 더 바라지 않는다.는 식의 아름다운 나눔의 메시지를 많이 던져주시는 것 같아요. 유재석, 김장훈, 문근영 씨라든가 미국의 버핏 같은 사람들이 모두 그렇지요.
이런 사례들 또한 사람이 마음을 더 열게 만든 것은 아닐까 싶은데, 전보다 기부문화가 많이 진전된 것은 사실이지요.
-- 선진국보다 기부문화가 뒤처진 것은 역사적 문화적 배경 때문인가요.
▲ 서구의 모든 나라가 다 그런 것 같지는 않고요. 나라마다 역사적 사회적 배경에 따라 다소의 차이가 있습니다. 주로 미국 영국 캐나다 호주 이런 나라들은 기부문화가 많이 앞섰지요. 특히 미국은 기부문화의 선도 국가이지요. 100년 이상의 체계적인 기부 역사를 갖고 있으니까요. 그러면 한국은 왜 기부문화가 활발하지 않는가. 사람들이 특별히 이웃에 대한 따뜻한 마음이 없느냐 하면 저는 그렇지 않다고 봅니다. 우리에게도 분명히 십시일반의 문화라는 게 있고 또 두레 정신이라는 게 있었지요.
그런데 한국사람들의 그런 마음을 과학적으로 체계적으로 기부나 모금으로 연결해 주지 못했던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또 하나는 돈이 많은 사람이 억대의 돈을 내야만 기부다라는 고정관념이 있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지난 수년간 아름다운재단을 포함해 많은 모금기관에서 기부는 얼마이든 가진 것의 일부를 쉽게 나누는 아름다운 것이다. 마음을 여는 것이다. 기부는 당신의 삶을 향기롭게 만드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생활기부 메시지를 계속 던졌는데, 서서히 반향이 온 것이지요.
-- 가진 사람일수록 기부에 인색하지 않습니까.
▲ 우리나라에서는 그동안 돈을 많이 버는 것, 잘 버는 것에만 관심을 뒀던 것 같아요. 그런데 앞으로는 돈을 잘 쓰는 것이 어떤 것인가, 어떤 것이 아름다운 것인가에 더 관심 갖는 사회로 가야겠지요. 많이 가진 분들은 자신의 부(富)가 혼자 유능해서 만들어진 것이 아니란 것을, 그것을 이웃과 나눌 때 더 의미있고 존경받을 수 있다는 생각이 널리 확산되었으면 합니다. 빌 게이츠의 아버지는 늘 아들한테 너를 부자로 만든 세상을 잊지 말아라. 부자는 세상에 빚을 진 사람이다.라고 했다고 합니다. 물건을 사주고 노동을 제공해주는 많은 사람들이 있어서 부자가 된 것이지요. 부자분들이 자기를 부자로 만들어준 이 세상과 이웃, 사회에 대해서 책임감과 의무를 갖는 것이 필요하지요. 그게 서로 돌보는 성숙하고 건강한 사회라 생각합니다.
우리 사회에서 명문가문에 대해 얘기를 많이 하지만 저는 앞으로 명문가의 덕목은 사회적으로 나눌 줄 아는 사람인지 또는 그 가문이 나누면서 부자가 됐는지 이런 것들이 굉장히 중요한 항목이 될 것으로 봅니다. 적선지가 필유여경(積善之家 必有餘慶), 적선을 많이 한 집에는 반드시 경사가 따른다 그런 말이거든요. 이것은 경주 최씨 최 부자 집의 나눔의 정신을 얘기할 때 많이 쓰는 말인데요, 결국은 나누는 사람에게는 또 나누는 집에는 반드시 좋은 일들이 따라옵니다.
최근 홍콩배우 성룡이 전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면서 기부하면서 행복을 찾았다. 숟가락 하나 남기지 않고 가겠다고 했지요. 자식도 있는데 아무것도 안 물려줄 것이냐고 하자 내 자식이 유능하다면 내가 안 물려줘도 잘 살 것이고 내 자식이 무능하고 게으르다면 내가 다 물려줘도 탕진할 것이다.라고 했습니다. 또 카네기 같은 사람은 자식에게 재산을 물려주는 것은 자식이 자기 인생을 최선을 다해서 사는 길을 막는 것이다.라고 말했습니다. 모두가 나눔으로 인생의 새로운 의미를 찾은 지혜로운 사람들이라 생각합니다.
-- 기부란 무엇이고 왜 필요한가요.
▲ 국가도 있는데 왜 민간단체가 나서느냐는 얘기도 많이 들었고요. 법과 제도를 바꾸면 되지 뭐 그렇게 모금활동을 해서 하느냐는 얘기를 많이 합니다. 그런데 저는 세상을 사는데 사람들에게 필요한 그 많은 것을 국가가 다 해줄 수 없다고 생각하고요, 또 국가에 100% 기대하는 것도 옳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법과 제도는 인격이 아니므로 사람들이 일상에서 가진 아픔, 가난 이런 것을 다 모른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나누고 배려하는 가치가 한 사회의 지배적인 가치가 된다면 가난과 차별로 고통받는 사람이 적은 세상, 사람이 중심이 되는 사회가 되겠지요. 저는 나눔은 누군가에게 희망을 주는 일이며 자기에게는 삶의 의미를 키워가는 일이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나눔은 나누는 만큼 없어지는 게 아니라 2배, 3배 이상으로 커집니다. 뺄셈의 원리가 아니라 나눌수록 덧셈이 되고 곱셈이 되는 그런 것이 나눔의 원리가 아닌가 싶습니다.
-- 이명박 대통령이 앞서서 약속한 본인 재산의 사회환원 계획을 조만간 밝힐 예정인 것으로 보도됐는데 국가지도자의 기부행위를 어떻게 보시는지요.
▲ 굉장히 환영할 만한 일이지요. 지미 카터나 빌 클린턴 같은 경우도 대통령직에서 물러나고서 자선사업, 나누는 일에 헌신하고 있지 않습니까? 현직이든 전직이든 국가원수들의 기부와 나눔의 실천이 사회에 미치는 긍정적 영향은 상당하지요. 이 점에서 우리나라에서 현직 대통령이 거액의 재산을 자선사업에 내놓겠다는 것은 전례없는 일이며, 정말 환영할 만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이것이 어떻게 쓰여야 좋은지 또 얼마나 기부자인 대통령으로부터 독립적으로 잘 운영될 수 있을지가 중요합니다. 대통령의 인기관리나 일시적으로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 위한 것이 아니기를 바랍니다.
기부금이 우리 사회 정말 필요한 곳에 또 우리 사회를 변화시키는데 근본적으로 필요한 영역에 잘 쓰이기를 그리고 독립적이고 투명하고 공정하게 쓰이기를 바랍니다. 대통령의 나눔이나 기부는 전 국민의 생각을 바꿀 수도 있는 굉장히 좋은 기회인데, 필요한 곳에 잘 사용되어서 우리 사회의 기부문화가 업그레이드되는데 의미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 익명의 기부천사가 탤런트 문근영 씨로 밝혀지고 나서 악성 댓글에 시달리는 어이없는 일도 벌어졌는데요.
▲ 드러내지 않고 그렇게 오랫동안 기부한 사람에 대해서 악의적인 댓글을 다는 나라는 한국밖에 없지 않을까 싶습니다. 기부에는 정치도 이념도 없습니다. 그것은 누군가에게 희망을 주고 몸과 마음이 아픈 사람에게 쓰이기를 바라는 순수한 마음이었다고 봅니다. 처음부터 자기가 인기인이기 때문에 인기관리나 언론의 관심을 받기 위해 시작했다면 그렇게 익명으로 하지 않았겠지요.
어떤 기부에 대해서도 이념이나 정치적인 색깔을 입히는 것 자체는 의도적이며, 기부문화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사실은 처음에 악플이 좀 있었지만, 나중에는 누리꾼이 자연스럽게 문근영 씨의 기부행위에 대해 지지하고 칭찬하고 오히려 악플에 대해서 많이 방어해주었지요. 그만큼 우리 시민이 기부나 나눔 문화에 대해서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마음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문씨의 순수한 기부라는 것이 그대로 전해지고 오히려 더욱 감동을 주었을 것입니다..
-- 아름다운재단에서 하는 일과 앞으로 계획을 소개해주십시오.
▲ 아름다운재단이 올해 8년 됐습니다. 처음에 보통 기부자 4명으로 시작했거든요. 손바닥만한 월세 방에서 그러나 기부와 나눔의 가치가 세상을 변화시킬 것이라는 꿈으로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시작한 것이 아름다운재단의 브랜드인 1% 나눔운동입니다. 10%도 많습니다. 5%도 많습니다. 가진 것의 1%만 저희한테 주세요. 그 1%가 월급, 시간, 재능일 수도 있고 끼일 수도 있습니다. 그렇게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사람들이 엄청나게 반향을 보인 거예요. 그때까지만 해도 사람들이 기부는 돈이 있어야 해, 그리고 적어도 억대는 넘어야 해, 이런 고정관념이 있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마음만 있으면 지금 내 지갑에 있는 그 돈만으로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 도움이 되면 굉장히 행복하다는 것, 그 메시지는 많은 감동어린 사연과 함께 크게 공감을 얻었어요. 그래서 저희가 4명으로 시작한 기부자가 8년 동안에 4만 5천 명 가량 됐으니까요.
-- 국외에 계신 분도 계신가요.
▲ 물론입니다. 교포분도 계시고요. 미국에 있는 교포들이 뉴욕 아름다운재단, 북가주 아름다운재단을 만드셨어요. 교포들이 아름다운재단하고 똑같은 철학과 1% 나눔운동을 갖고 활동하고 있습니다. 저희가 소중하게 여기는 것은 보통 시민이 1%만 나누면 세상은 바뀐다, 그래서 1%가 세상을 바꾼다입니다. 자선을 넘어 변화는 저희의 모토입니다. 저희가 1% 기부자들의 기금으로 많은 일을 하고 있는데요. 제1의 원칙이 투명함, 두 번째는 사용에서 공정함, 세 번째는 공익적인 것 이것이 저희의 중요한 원칙입니다.
그 점에서는 많은 기부자들이 저희를 믿고 바로 그 점 때문에 기부를 계속 하시는 것 같습니다. 저희는 나눔은 동정이나 자선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나눔이라는 것은 서로 배려하고 책임져주는 아름다운 사회를 만드는 생활실천이자 참여라고 생각합니다.
이럴 때일수록 조금 더 가진 분들이 마음을 열고 그리고 작은 거라도 나누면 누군가에게 웃음을 되찾아줄 수 있습니다. 그런 마음을 잃지 않는다면 이 경제위기도 그렇게 춥거나 아프지 않게 넘어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 개인적 질문인데, 이 일을 왜 하시는지요.
▲ 나눔운동을 통해서 누군가가 행복해지고 있다는 사실이 저로서는 말할 수 없이 기쁘거든요. 내가 하는 일이 나와 이웃과 사회를 동시에 아름답게 한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리고 또 하나는 저는 아름다운 재단을 통해서 만나는 사람들에게 인생을 배웁니다. 연금을 쪼개서 기부하고 폐지를 팔아서 오시는 분도 계시고요, 익명으로 아이의 반지를 전해주고 가시는 분들도 계시고 그래서 저는 기부자를 통해서 세상에 희망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일을 하면서 저는 나눔을 중계하는 사람이죠. 그리고 기부해주는 돈으로 메마른 땅에 비를 만드는 사람, 레인메이커 역할을 하는 겁니다.
-- 앞으로 우리 사회의 기부문화가 어떻게 변화해나가야 할까요.
▲ 재단이 처음 설립될 때 하고 지금을 비교할 때 기부문화가 굉장히 발전한 것처럼 앞으로도 그럴 거라고 보는데요. 그러려면 몇 가지 전제가 있는데 첫 번째는 부자들의 기부가 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기부문화라는 것이 보통 시민의 문화뿐만 아니라 가진 사람들에게도 자연스러운 문화로 확산하기를 바랍니다.
부자 여러분이 1%만 사회를 위해서 기부한다고 하면 매우 많은 일을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일종의 고액기부가 될 거예요. 명문가의 덕목으로 이제는 사회적 책임을 갖고 나누는 가문, 나누는 집안, 나누는 부자, 이런 집안과 부자가 존경받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두 번째는 유산기부입니다. 미국과 영국만 하더라도 유산기부를 많이 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그냥 부를 대물림 하는 것이 부모의 책임이자 도리라고 보지만 유산 일부라도 우리 사회를 위해서 기부하는 문화가 이뤄지면 기부문화가 훨씬 더 발전할 것입니다. 작년에 조사한 바에 의하면 당신이 유산 일부라도 기부할 의향이 있느냐?고 물었을 때 20%만 있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돈 있는 분들이 기부할 때 세제혜택을 부여해야 합니다. 미국 영국 일본 등에 비해 그런 혜택이 많이 부족하기 때문에 법적인 개선이 시급히 필요합니다. 또한, 고액 기부한 분들을 나눔의 모델로 칭찬해주고 격려해주는 사회분위기가 갖춰져야 기부문화가 성장할 수 있다고 봅니다.
-- 소개해주실 나눔의 명문가문이 있나요.
▲ 아모레퍼시픽입니다. 몇 년 전 창업자께서 돌아가셨을 때 가족들이 자신들이 받은 유산 중에서 50억 원의 주식을 저희한테 주셨어요. 흔히 재벌가문에서 유산을 놓고 법정다툼을 하거나 분규가 있는 것과는 달리 가족들이 100% 동의하고, 선친의 뜻을 기리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해서 기부해주셨습니다. 그 기부금으로 여성가장들의 창업프로그램 사업을 합니다. 희망가게라는 이름으로 계속 늘고 있는데 2010년도가 되면 희망가게 100호점까지 갈 겁니다.
-- 일하시면서 가장 어려운 점은 무엇인지요.
▲ 역시 사람들이 마음 한가운데 있는 따뜻한 나눔의 마음, 이것을 구체적 실천으로 이어주는 것이 쉽지만은 않은데요. 그러려면 공감이 가는 캠페인도 만들어내야 되고 사람들이 재미있고 쉽게 기부할 수 있는 방법도 많이 개발해야 합니다. 늘 새로운 외국의 사례도 참고하면서 한국사회에서 보통시민이 자연스럽게 기부할 수 있게 만드는 방법이 뭔가를 늘 고민하는 게 저희의 가장 큰일이기도 하면서 때로는 어려운 일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머지않아 우리 사회에 기부의 생활화, 나눔의 사회화가 널리 확산되어 기부가 일회적 자선이 아니라 생활의 일부이자 아름다운 사회적 책임감으로 정착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jamieh@yna.co.kr

취재.편집: 조동옥 기자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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