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세계경제:전문가 전망 손성원 美캘리포니아주립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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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반기 회복 기대..과감한 선제정책으로 디플레 우려 불식 필요

한국경제 0-2% 성장..연초 환율 오를수도..장기 1천-1천100원선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최재석 특파원 = "지금 세계 경제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어려운 시기이지만 내년 하반기부터 빛이 보이면서 조금씩 좋아질 것으로 봅니다."

미국 경제전문가인 손성원 캘리포니아주립대 석좌교수는 23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2009년 세계 경제에 대해 `낙관적으로 본다면이라는 단서를 달면서 이같이 전망했다.

손 교수는 이날 미국 로스앤젤레스(LA)의 한인 의류체인점 `포에버21 사무실에서 진행된 인터뷰를 통해 "세계 각국 정부들이 공격적이고 파격적인 경기부양책을 쓰기 때문에 내년 하반기쯤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그는 포에버21의 부회장직도 맡고 있다.

그는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저금리정책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한국을 비롯해 각국 통화 당국도 과감한 저금리 정책으로 디플레나 공황 같은 큰 불을 미리 끌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손 교수는 내년 한국경제 전망과 관련, 한국은 수출 의존도가 높아서 세계적인 경기침체의 타격을 크게 받을 수밖에 없다면서 "경제성장률은 낙관적으로 보면 최대 2% 정도 예상할 수 있으나 0%까지 갈 수도 있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미 피츠버그대 경제학과와 하버드 경영대학원을 졸업한 손 교수는 백악관 경제자문위원, 웰스파고은행 부행장에 이어 2006년 1월부터 2년간 LA 한미은행장을 역임했다. 2006년엔 월스트리트저널(WSJ)로부터 미국에서 가장 정확한 경제 전망치를 내놓는 이코노미스트라는 평가를 받았다.

다음은 손 교수와의 일문일답이다.

-- 내년 세계경제를 포괄적으로 전망한다면.

▲ 세계은행은 내년에 세계경제가 0.9% 성장한다고 했는데 너무나 낙관적으로 보는 것 같다. 내 생각으론 세계경제 성장률이 0%에서 -1% 정도까지 내려가지 않을까 생각한다.

왜냐하면 글로벌 경기 침체가 미국에서 시작됐고 지금 세계 여러 곳으로 퍼지고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미국과 아시아 경제는 달랐고 미국 경제가 나빠진다고 해서 아시아가 금방 나빠지지는 않았다. 그러나 지금은 미국이 나빠지면 다른 국가들에 금방 영향이 온다.

특히 국제 금융은 거미줄같이 붙어있어서 한쪽이 흔들리면 모두가 흔들린다. 그러니까 지금은 세계 경제가 다 같이 움직인다고 보면 된다. 한번 경제가 나빠지기 시작하면 이를 막기가 옛날보다 더 어려워지는 것이다.

지난 10년간 세계 경제가 잘된 이유 중의 하나는 미국이 소비를 많이 했기 때문이다. 소득보다 소비가 많았고 소득과 소비의 차액만큼 하루에 20억 달러 정도를 외국에서 빌려왔다.

그러나 내년에는 미국 소비자들이 지출을 줄일 것이다. 그만큼 미국의 상품 수입이 줄고 그러면 중국의 대미수출이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이고, 중국의 경제사정이 좋지 않으면 중국에 원자재를 수출했던 국가들이 영향을 받고 한국의 중국 수출길도 막힌다. 이처럼 연쇄적으로 경제가 나빠져 세계경제 성장률이 낮아질 수 있다.

-- 미국 경제가 세계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는 상황에서 미 연방 당국이 제로 금리 정책을 쓰고 있는데 금융위기 발생 후 지금까지의 금리정책을 평가한다면.

▲ 잘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가장 큰 불을 우선 끄자는 정책이었다. 통화는 많은데 잘 돌아가지 않는 것이 문제였다. 사람들이 집을 사고 자동차를 살려도 돈을 빌리기가 어렵다. 그래서 저금리로 유동성을 늘리는 정책을 쓴 것이다. 유동성이 늘어나면 은행들이 돈을 빌려줄 가능성이 커진다.

FRB는 가장 큰 불인 디플레나 공황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선제적으로 제로 금리로 유동성을 늘리고 모기지나 채권을 직접 사들인 것이다.

-- 미국 주택시장은 좀 변화가 예상되는가.

▲ 주택시장은 금융시장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현금으로 집을 사는 사람은 없다. 지금 미국 전체 주택가격은 최고점에서 18% 떨어져 있다. 2006년 가을이 최고점이었다. 앞으로 집값이 25∼30%까지 계속 떨어질 것으로 본다. 하지만 언제가 최저점이 될지는 쉽게 단언할 수 없다.

이렇게 보는 이유는 실업이 증가하고 돈이 안 돌아가고 있는데다 경제회복에 대한 신뢰도가 낮아서 사람들이 선뜻 집을 사지 않는다는 데 있다. 그동안 미국인들이 서브프라임을 통해 무리하게 집을 많이 샀다.

-- 내년에는 전혀 경기 상승 전망이 없는가.

▲ 경기를 전망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지표는 주택가격이라고 생각한다. 집값이 내려가지 않고 안정되면 경제와 금융에 도움될 것이다.

현재 집값이 내려가 조금씩 집을 사기 시작했고 특히 모기지 금리가 내려가니까 집을 사려는 사람들이 더 늘고 있다. 그래서 아주 낙관적으로 보면 내년 중순부터 집값이 안정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주택시장이 안정되면 미국 경제도 하반기부터 회복될 수 있을 것이다. 그간 미국 경제가 세계 경제를 선행해 왔기 때문에 세계 경제는 2010년에나 좋아질 수 있다. 그런데 이는 모두 낙관적인 전망이다.

-- 미국 주식시장은 조금씩 살아나는 기미가 나타나고 있는데 내년 시장을 점친다면.

▲ 미국 경제가 내년 하반기 정도에 바닥을 치면서 조금씩 정말 조금씩 회복된다고 본다면 주가가 경기를 선행하는 만큼 주식시장은 4∼6개월 전부터 좋아질 수 있다. 올해 11월을 주가의 최저점으로 보는 사람들도 있다.

비관적으로 보면 지금의 약세장이 `지속하는 약세장이 될 수도 있다. 지난 100년간 지속하는 약세장이 세 번 있었다. 1907년과 1929년, 1972년에 약세장이 시작돼 오랜 시간 계속됐다. 한국의 주식시장도 큰 흐름에서 미국 시장과 같이 갈 것이다.

-- 한국 경제는 어떻게 보는가.

▲ 지금 국제 `경제 쓰나미가 생겼으니까 한국도 세계 경제 흐름과 같이 가면서 어려울 수밖에 없다. 특히 한국은 수출 의존도가 높아서 세계적인 경기 침체의 큰 타격을 받는다.

내수 면에도 가계 빚이 많은데다 경제가 좋아질 것이라고 보는 신뢰도마저 낮아서 소비자들이 자동차나 주택, 세탁기 등 비싼 소비재의 구매를 꺼리게 된다.

따라서 내년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낙관적으로 보면 최대 2% 정도 예상할 수 있다. 제로까지 갈 수도 있지 않나 생각한다.

-- 원ㆍ달러 환율 전망은.

▲ 연말은 달러로 계산되는 각종 국제통계지표가 마감되는 시점이니까 한국 정부가 적극적으로 시장에 개입해 환율을 안정시킨 측면도 있다. 그래서 내년초가 되면 환율이 다시 올라갈 수도 있다. 그러나 원ㆍ달러 환율이 최고 1천500원 선까지 갔지만, 장기적으로는 1천∼1천100원 선이 될 것으로 보는데 그 시점을 예측하기는 어렵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이번 국제 금융위기가 미국발이었는데도 세계 투자자들이 한국이나 중국 등에서 달러를 빼내 미국으로 들여오고 있다는 점이다. 세계 경제가 안 좋으니까 미국이 그래도 경제 규모 등으로 봐서 상대적으로 안정돼 보이니까 달러가 미국으로 모이는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 오바마 미 행정부가 경제를 살리고자 어떤 정책적 수단을 동원할 것으로 보는가. 그리고 지금 거론되는 경기부양책의 효과를 점친다면.

▲ 오바마 대통령 당선인이 이미 `미니 뉴딜로 불리는 경기부양책을 내놓았고 앞으로 감세 정책과 중소기업 지급보증 확대 정책 등이 나올 것이다.

경기부양책은 효과를 장담할 수 없다. 일본은 `잃어버린 10년 동안 각종 인프라 사업에 천문학적인 돈을 사용했지만 큰 도움이 안 됐고 오히려 낭비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장기적으로 국가의 경쟁력과 생산력을 높이는 데 필요한 인프라 사업에 돈을 투자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FRB의 역할이 중요하다. 현재 상황에서는 통화정책이 굉장히 중요하고 통화정책은 시기가 관건이기 때문에 의회의 승인 없이 발권과 대출을 할 수 있는 FRB의 신속한 정책수단이 큰 효과를 낼 수 있는 것이다.

-- 한국의 정책당국에게 하고 싶은 말은.

▲ 한국은행이 적절한 시기에 선제적으로 금리정책을 쓸 필요가 있다. 미국처럼 공격적이고 파격적인 정책이 있어야 한다. 인플레를 우려해 보수적으로 금리정책을 펴야 한다는 주장도 있지만 그렇게 했다가 디플레가 오면 오히려 더 큰 비용이 든다.

과감한 저금리 정책으로 디플레나 공황 같은 큰 불을 미리 끌 필요가 있다. 설령 몇년 후 디플레가 오지 않더라도 비용과 리스크를 고려할 때 선제적 정책이 더 낫다.
bondong@yna.co.kr

영상취재:최재석 특파원(로스앤젤레스), 편집:심지미 VJ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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