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이지2010 저승에서 내려온 설공찬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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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강일중 기자 = 그럴 듯 합니다. 이른 나이에 죽어 저승에 간 아들이 자신의 죽음으로 마음 아파하며 식음을 전폐한 아버지를 기쁘게 해드리기 위해 이승에서의 스무날을 얻어 내려온다는 설정 말입니다. 또 극중 설공침 역의 정재성 배우가 이승으로 내려와 자신의 몸 안으로 들어온 사촌형 귀신 설공찬 역까지 하며 기민하게 두 사람의 대사를 소화해내는 것도 그럴 듯 합니다.

서울 대학로의 정보소극장 무대 위에 올려지고 있는 연극 설공찬전은 조선 중종 때 금서가 됐던 소설 설공찬환혼전(還魂傳)을 각색해 만든 작품입니다. 원래 작가는 대사헌과 호조참판을 지낸 채수(蔡壽). 그의 소설은 귀신의 입을 빌려 현실사회의 불의를 신랄하게 비판한 것으로 당시 요망한 것이라 하여 모두 불태워진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설충란은 유배지에서 어린 나이에 죽은 아들, 공찬을 그리며 고통 속에 하루하루를 보냅니다. 충란은 세상과 말이 통하지 않는다며 입을 닫은 지 오래이지요. 현실적인 동생 설충수는 형이 마음을 돌려 조정에 들고 자신의 아들 공침도 관직을 얻었으면 하고 형을 설득합니다. 딸의 간택을 바라는 오매당 부인도 충수 편에 서서 충란이 마음을 고쳐먹도록 온갖 수단을 다 동원하게 되지요.

공찬은 일찍 죽은 자신의 불효로 식음을 끊은 아버지를 기쁘게 해 드리고자 이승에서의 스무날을 얻어 사촌동생 공침의 몸 안으로 들어갑니다. 이어 이승에서 관직을 얻기 위해 실력자 정익로 대감의 환심을 사기 위한 노력을 기울입니다. 그러나 곧 권력의 속성과 그로 인해 입을 닫은 아버지의 마음을 깨닫게 되지요. 그래서 이승 사람들의 이 몸 저 몸으로 옮겨다니며 부정과 불의를 질타합니다.

이 연극의 묘미는 영혼이 옮겨 붙는다는 뜻의 빙의(憑依)를 배우들이 무대 위에서 어떻게 연기로 표현하느냐를 보는 즐거움입니다. 특히 이승으로 내려온 공찬이 공침의 몸에 들어가면서 순간순간 바뀌는 두 형제의 역을 정재성 배우가 소화해 내는 것을 헷갈리는 듯한 느낌을 갖고 보는 재미가 있습니다. 설충수나 간택을 바라는 윤서임의 몸으로 공찬이 들어가면서 이들이 해대는 대사와 몸짓은 관객의 웃음을 자아내지요.

이 연극의 연출을 맡은 이해제(극단 신기루만화경 상임연출)가 선배 한 사람의 말을 인용해 한 얘기가 있습니다. "모든 것은 믿게끔 하는 것이다. 연기도, 이야기도 믿게끔 하기 위해서는 그럴 듯 해야 한다. 즉, 의심나는 대목이 없어야 한다는 말이다. 개연성이나 논리적 구조화, 인물의 타당성, 기타 등등은 결국 그 믿게끔 하기를 위한 필수 항목들이다."

연극 설공찬전의 이야기 전개나 배우들의 연기는 그 말 그대로 그럴 듯 합니다.

◇ 연극 설공찬전 = 2008년 서울문화재단 무대공연작품 제작지원사업 선정작이다. 또 극단 신기루만화경(대표 오달수)이 1월에 어느 날 문득, 네 개의 문과 함께 대학로에 동시에 내놓은 두 개의 작품 중 하나다. 스태프는 ▲미술총감독 전경란 ▲무대디자인 박정희 ▲의상디자인 임예진 ▲조명디자인 이장원 ▲분장 이룸. 출연배우는 임진순ㆍ정재성ㆍ김영은ㆍ최재섭ㆍ김은희ㆍ김로사ㆍ김태욱ㆍ이장원ㆍ황도연ㆍ이효진ㆍ하치성. 공연은 2월8일까지. 공연문의는 02-764-7462(바나나문프로젝트)

kangfam@yna.co.kr

취재 = 강일중 기자(편집위원실), 편집=이상정 VJ
pjinneum@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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