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佛신문개혁 입안자 베르나르 슈피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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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연합뉴스) 정주호 기자 = 프랑스 신문개혁의 틀을 입안한 베르나르 슈피츠 인쇄매체발전대책위원회 총괄조정관은 7일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신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슈피츠 조정관은 "모든게 변하고 있는 시대에 글로벌 미디어 기업은 고용창출 등의 경제적 효과와 함께 전세계에 한 국가의 문화와 생각을 전파할 수 있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프랑스 정부는 지난해 10월 위기에 빠진 신문산업의 근본적 구제방안을 마련하는 인쇄매체발전대책위원회를 발족시켰고 슈피츠 조정관은 이 위원회의 민간 부문 대표로 참여, 지난달 8일 `인쇄매체 활성화를 위한 전체회의 녹서를 마련했다.

르몽드 기자를 거쳐 현재 커뮤니케이션 전문 컨설팅 업체인 BS카운슬 대표를 지내고 있는 스피츠 조정관은 한국 기업과도 전략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등 한국과 오랜 인연을 갖고 있다.

다음은 슈피츠 조정관과 일문일답.

--공영방송법안의 남은 절차는.

▲공영방송법은 이제 헌법재판소의 위헌 심사만 남기고 모든 절차를 마무리했다. 현재 확정된 공영방송법안에 불만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전면적인 철폐나 개정 논의보다도 구체적인 재원 확보를 위해 정부당국과 논의를 시작하며 불만을 제기하는 수준에 그칠 것이다.

--프랑스의 미디어정책이 공영성을 강화하면서 글로벌 경쟁력도 높이자는 주장이 다소 모순적 것 같은데.

▲현재 어느 나라처럼 프랑스의 미디어산업도 경제적으로 위기상황이다. 일단 민영방송의 주수입원인 광고시장이 크게 위축됐고 디지털 미디어의 출범으로 채널이 많아지면서 시청자층이 분산되고 있다.

그래서 어려움에 처한 민영방송에게 공영방송의 재원을 나눠주자는게 법안의 기본 취지다. 이론적으로는 가능하지만 실제 공영방송의 광고매출분이 민영으로 흘러갈지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하다.

또 공영방송의 공공서비스가 존재하는지에 대한 문제도 있었다. 공영방송의 전체 시청률은 35%로 위축된 상태다. 결국 광고재원을 끌어오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시청률 위주의 편성정책으로 경쟁하게 됐다.

이로인해 공영과 민영의 차이에 대한 의문이 일기 시작했다. 시민들은 공영방송이 광고를 운영해 재정적 부담이 없는데도 세금을 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의아해했다.

공영방송의 공영성을 지키기 위해선 광고를 폐지해야 한다는게 좌파의 입장이었는데 사르코지 대통령은 좌파가 들고 나온 이 문제를 공.민영이 차별화돼야 한다는 논리로 실천으로 옮겼다.

--그렇다면 법안에 대해 아무런 반대도 없어야 하지 않나.

▲공영방송의 부족한 재원을 채우는데서 문제가 생겼다. 수신료는 분명한 목적성을 지니는 안정적 재원이었는데 법 성안 과정에서 국고나 신설 세금 등 불투명한 재원방안이 나와 이쪽 저쪽에서 반발을 샀다. 실제 공영방송측에선 수신료 재원은 환영했지만 다른데서 오는 재원은 반대했다. 그래서 파업에 들어갔던 것이다.

--그동안 왜 수신료를 올리지 못했나.

▲전체 유럽에서 수신료가 낮은 수준임에도 불구하고 사르코지 대통령의 대선공약 때문에 올릴 수가 없었다. 그러다 수정안을 통해 수신료 인상 부분이 들어갔다. 올해와 내년에 2유로씩 모두 4유로를 인상하는 것으로 최종 합의가 이뤄졌다.

결과적으로 공영방송이 지금보다 안정된 재원을 갖게 되면 민영방송보다 나은 콘텐츠, 공공성에 부합된 콘텐츠를 만들게 될 것이다. 매체들의 공영방송 콘텐츠에 대한 접근도 훨씬 용이해질 것이다.

--공영방송의 사장 선임권도 논란이 많은 대목인데.

▲이 문제는 공영방송의 독립성 훼손과 결부돼 있기 때문에 헌법재판소 판단의 중요한 요인이 될 것이다. 사장 선임권 문제에 대한 언급은 말하는 사람마다 다르고 위선적 요소가 많이 들어있다. 대통령 개인이 아니라 정부가 임명하는 것이라는 말도 있는데 이 말은 유머 수준 아니겠느냐. 어차피 정치적 의지에 따라 선임이 이뤄질 것으로 본다.

--방송산업과 신문산업 개혁의 차이는.

▲방송이나 신문 매체 모두 재정상황이 어려운 것은 마찬가지다. 프랑스는 공영 신문사는 없지만 신문과 잡지의 공영성도 중시한다. 공영방송 개혁은 사르코지 대통령이 먼저 총론을 정하고 각론을 논의하는 수순으로 진행됐다. 반면 신문산업 개혁은 사전 결론없이 오래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고민 과정에서 도출된 것이다. 신문 개혁논의는 50년전부터 있었지만 아무도 손 댄 사람이 없었다. 여러 계층의 논의와 조율을 거쳐 녹서를 발간하고 이를 대통령이 받아들이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내가 전체적인 조율을 담당했다.

--정부가 신문산업을 지원하는 목적과 배경은.

▲모든 정부가 신문을 지원해 왔다. 예컨대 우편배달에 혜택을 줬는데 우편요금을 책정하면 구독료가 비싸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지원 대상에 합당하면 극우 신문이든, 좌파 신문이든 모두 지원을 받는다.

--신문을 한번 지원하게 되면 계속 지원해야 할텐데.

▲어떤 사람은 반대 의견을 내놓기도 한다. `신문산업이 계속 지원을 받아왔기 때문에 위기가 왔다고. 결국 구조적 문제일 수 있다. 일간지의 경우 생산비용이 다른 나라보다 30%가 더 든다. 과거 강성 노조와의 계약 관계에서 기인한 측면도 있지만 충분한 배급 유통망을 갖추지 못한 이유도 있다. 공동배급망이 영국은 10만개인데 반해 프랑스는 3만개에 불과하다. 결국 비싸고 비효율적인 신문이 나오게 됐다.

전세계 공통적 현상이지만 인터넷, 무가지의 등장에 따른 콘텐츠 변화 환경에 적응치 못했고 작년부터 시작된 세계적 경제위기도 물론 한 원인이 될 수 있다.

그래서 신문 콘텐츠의 생산시스템을 바꾸고 18세 이하 청소년들에게 신문을 무료 구독토록 지원하는 방안이 나왔다. 젊은층은 신문값이 너무 비싼데다 자신들에게 관심을 두지 않는다는 점에 불만을 갖고 있다. 신문으로선 젊은층에 집중하게 되면 기존 독자층을 잃을 수 있는 딜레마에 빠져있다.

--프랑스 신문의 미래를 전망한다면.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신문이 필요하다. 인쇄매체는 민주주의의 한 축이기 때문에 지원을 하는 것이다. 힘의 균형이나 지도자 선출 뿐 아니라 공론의 장을 형성해주는 것도 민주주의의 주요한 기능이다. 인터넷은 즉발적이고 감정적이지만 인쇄매체는 거리감을 가진 이성적인 미디어다. 신문은 단순 언론을 넘어서 진화된 형태로 발전했다. 르몽드와 피가로가 없어진 프랑스 민주주의를 생각할 수 없다.

특히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계가 무너져 가는 시점에 신문이 연착륙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필요하다. 신문은 뭔가가 다른 특수상품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전세계에 한 국가의 생각을 전파할 수 있는 매체이기도 하다.

jooho@yna.co.kr

취재:정주호 기자(IT미디어부),편집:박언국 VJ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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