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몸 속 살육의 기억을 깨우다

2009-02-11 アップロード · 347 視聴


김기택 시집 껌 출간



(서울=연합뉴스) 고미혜 기자 = "누군가 씹다 버린 껌 / 이빨자국이 선명하게 남아 있는 껌. / 이미 찍힌 이빨자국 위에 / 다시 찍히고 찍히고 무수히 찍힌 이빨자국들을 / 하나도 버리거나 지우지 않고 / 작은 몸속에 겹겹이 구겨넣어 / 작고 동그란 덩어리로 뭉쳐놓은 껌."(껌 중)

김기택(52) 시인이 다섯 번째 신작 시집 껌(창비 펴냄)을 출간했다.

소 이후 4년 만에 나온 이번 시집에서도 일상의 풍경을 꿰뚫는 시인의 날카로운 시선은 강렬하게 독자를 사로잡는다.

표제작 껌을 비롯해 이번 시집 속에는 유난히 씹히고, 깔리는 것들이 많이 등장한다.

"씹을 때마다 용수철처럼 경쾌하게 이빨을 튕겨내는 탄력. 꿈틀거림과 짓이겨짐 사이에 살아 있는 죽음과 죽어있는 삶이 쌘드위치처럼 겹겹이 층을 이루고 있는 탄력. 한번에 다 죽지 않고 여러번 촘촘하게 나누어진 죽음의 푹신푹신한 탄력."(산낙지 먹기 중)

"야생동물들을 잡아먹는 것은, 이미 오래전부터, / 호랑이나 사자의 이빨과 발톱이 아니라 / 잇몸처럼 부드러운 타이어라는 걸 알 리 없는 어린 고양이였다."(고양이 죽이기 중)

씹을수록 더해지는 탄력으로 씹는 이의 몸 속에 오래 전 자리잡았던 살육의 본능을 일깨우는 껌이나 산낙지, 이미 그 단맛으로 우리를 길들여버린 무서운 속도에 희생 당한 고양이는 시인에게 나와 타인의 몸에 대한 관심과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다.

"교통사고로 죽거나 / 불행하게도 죽지는 않아서 엉덩이에 휠체어 바퀴가 달리거나 / 아니면 더욱 불행하게도 / 사람을 바퀴로 으깨 죽이기 전까지는"(죽거나 죽이거나 엉덩이에 뿔나거나 중) 쉽게 포기할 수 없는 이 속도와 살육의 본성을 시인은 살아움직이는 듯한 생생한 시어로 담아냈다.

전작들에서와 마찬가지로 시인은 자신의 감상은 꼭꼭 감춘 채 철저하게 관찰자적 입장을 취한다. 명징한 이미지를 제시할 뿐 그에 대한 해석은 독자의 몫으로 남겨둔다.

시인은 "내 안의 감정이나 정서의 에너지는 시를 쓰는 과정에서 작용하게 하고, 작품에서는 감정은 떨쳐버린 채 쇠덩이로 된 폭발물의 형태로 독자들에게 전달하려고 한다"며 "물기도 없고 체온도 없는 상태에서 전달해서 거기에서 격렬한 작용을 일으키게 하고 싶다"고 말했다.

20년간 대기업에 근무하며 사무원 겸 시인으로 살았던 시인은 4년 전 오랜 직장 생활을 마치고 흔히들 반백수라고 하는 전업 시인의 길로 들어섰다.

"사무원일 때도 직장생활에 대한 작품보다는 주변의 일상을 관찰하고 시를 써왔기 때문에 직장을 그만 둔 후 작품세계의 변화는 크지 않습니다. 시간 여유는 생겼는데, 그게 다작으로는 이어지지 않고 한 작품에 들이는 시간이 더 길어진 것 같습니다. 요즘에는 다소 전보다 사회적인 관심이 깊어졌는데, 앞으로 그런 관심이 반영된 시를 더 쓰게 될 것 같네요."

126쪽. 7천원.

mihye@yna.co.kr

촬영,편집;박언국 VJ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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