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탐방 나이 잊고 일에 취한 어르신들

2009-02-12 アップロード · 97 視聴


(서울=연합뉴스) 오전 10시를 조금 넘긴 시각, 택시 한 대가 회사 차고지로 들어옵니다.
올해 75세로 전국 최고령 할머니 영업 택시기사인 곽윤옥 할머니 택시입니다.
오전 6시에 나와 이미 서울 시내 한 바퀴를 돌고 들어오는 길입니다.

인터뷰) 곽윤옥 / 75세, 최고령 할머니 택시기사
"세차하러 들어오곤 해요. 집에서 밥 먹고 들어온다고…. 밥 먹고 여기 와서 세차하고 또 나간다고요."

날씨가 궂은 탓에 오늘은 세차 없이 곧바로 다시 손님을 태우러 나갑니다.
서울 시내 전역이 곽 할머니의 일터지만 무리하지 않으려고 웬만하면 장거리는 피하는 편.
주로 회사에서 멀지 않은 지역을 돌며 손님들을 태웁니다.

현장음) "어디 가세요? 예. 우회전해주세요."

그러다 보니 기본요금에서 조금 더 나오는 손님들이 많은 편입니다.
35살에 혼자가 된 곽 할머니가 운전대를 잡은 것은 1972년 면허증을 따고 2년 뒤 영업 택시기사를 시작하면서부터입니다.

인터뷰) 곽윤옥 / 75세, 최고령 할머니 택시기사
"처음부터 이게 그렇게 하고 싶더라고. 그러니까 나이 38살에 배워서 40살부터 했으니까 늦게 시작했다고 그러는데 벌써 35년이 됐으니..."

젊은이들도 하기 어렵다는 영업택시 운전이다 보니 승객들은 어머니같이 연세 지긋한 곽 할머니를 보고 종종 놀라기도 합니다.

현장음) "어디 가세요? 아이고! 으메! 가만있어 봐요. 왜요? 으메! 우리 어머니네...
연세가 어떻게 되세요. 어머니? 75살입니다. 어휴 우리 어머니보다 3살 젊으신데 과연 이렇게 하실 수 있다니…."

현장음) "처음 봤어요. 글쎄 저희 엄마도 집에 계시는데, 일하시는 모습 보면 멋지죠. 이렇게 하기가 쉽지 않은데…."

35년째 택시를 몰고 있지만, 요즘은 빈 차로 다닐 때가 더 많습니다.
취재진이 1시간 반 정도 곽 할머니를 따라 다녀봤지만 태운 손님은 고작 3명이 전부.
그러다 보니 오후 4시까지 하루 10시간 운전대를 잡아도 납입금 8만 9천 원을 못 채우는 날이 더 많습니다.

인터뷰) 곽윤옥 / 75세, 최고령 할머니 택시기사
"어휴. 뭐 그러려니 해야죠. 욕심부리면 한이 없고…."

한 푼이라도 아끼려고 아침과 점심 모두 보통 집에서 해결하지만 피치 못할 경우 늘 이용하는 기사식당을 찾습니다.
처음엔 창피해서 못 들어간 식당도 어느덧 10년 가까운 단골로 지내면서 이제는 할머니 택시 기사로 통합니다.

인터뷰) 이선화 / 기사식당 종업원
"저 연세에 일하시는 게 너무 부럽고 저도 저 연세에 저렇게 있을 할 수 있을까 진짜…."

점심을 끝내기 무섭게 다시 운전대를 잡습니다.
몸은 좀 피곤해도 이 나이에 뭔가 할 수 있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곽 할머니는 행복감을 느낍니다.

인터뷰) 곽윤옥 / 75세. 최고령 할머니 택시기사
"내가 아직 이 나이에 노인정이고 뭐 그런 데를 안 가봐서 모르겠는데 될 수 있으면 일거리 찾아서 일하는 게 나는 제일 좋다고 보고…."

어르신들의 또 다른 취업 현장인 서울의 한 종합사회복지관.
겉으로 보기엔 평범한 커피 전문점이지만 앞치마를 두르고 일하는 직원 모두가 60, 70대 퇴직 노인들인 일명 어르신 바리스타들입니다.
주문을 받고 원두를 갈아서 커피를 뽑는 일까지 전문가 못지않게 척척 알아서 잘해냅니다.

인터뷰) 김희자 / 67세, 커피 전문점 직원
"일을 하던 습관이 있어서 그런지 커피 만드는 데 있어서 아주 재미있고 앞으로 더 많이 배우고 싶어서 정말 최고의 바리스타가 되고 싶어요."

이곳에서 일하는 노인은 모두 7명, 전직 공무원에서 일반기업 회사원, 주부 모델까지 하던 일도 다양합니다.
퇴직 후 새로운 삶을 찾던 이들이 작년 12월부터 서울시가 시행한 고령자기업 육성 지원사업의 하나로 이 커피 전문점이 생기면서 지금의 일자리를 갖게 됐습니다.

인터뷰) 추종국 / 65세, 커피 전문점 직원
"정년퇴임 하고서 여태껏 한 7, 8년을 놀다가 어떻게 이 자리로 오게 되어서 들어보지도 못한 이탈리아어로 된 커피 이름을 많이 배우고 그래서 상당히 흥미를 느끼면서 일을 하고 있습니다."

이곳에서 판매하는 커피는 저개발국의 가난한 노동자들에게 정당한 대가를 지급하는 ‘공정무역을 통해 거래되는 것으로 그 종류만도 50여 가지나 됩니다.
나이를 떠나 얼굴에 늘 웃음을 띤 채 온 정성을 쏟는 모습이 알려지면서 지역 주민의 반응도 매우 긍정적입니다.

인터뷰) 곽민경 / 지역 주민
"점점 이런 것이 많이 되면 어르신들도 무척 삶에 의욕이 있을 것 같고 또 이렇게 소일거리지만 상당히 보람 있을 것 같고 그래서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관련 통계에 따르면 어르신 바리스타처럼 퇴직 후 재취업으로 이어지는 65세 이상 고령자의 취업률은 30.5%에 불과합니다.

인터뷰) 한상춘 / 월곡종합사회복지관 지역복지팀장
"이제 근로를 할 수 있는 나이는 점점 높아져 가는 데 사회적으로 빨리 은퇴하시잖아요. 이제 그런 허탈감, 우울감 등이 찾아올 수 있는데 아무래도 일을 다시 하시면서 자기에 대한 자아존중감이 향상되고 또 근로를 함으로써 정신적, 신체적 건강이 더 좋아지는 걸 저희가 볼 수 있습니다."

이제 인생은 예순부터가 아닌 일흔부터라는 말이 있습니다.
앞으로 더 많은 할머니 택시기사, 할아버지 바리스타가 탄생하길 기대해 봅니다.

내레이션 - 조수현, 취재·편집 - 김건태, 촬영 - 김영훈
kgt1014@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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