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추기경과 마산교구..짧지만 각별한 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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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산=연합뉴스) 최병길 기자 = 16일 오후 향년 87세로 선종(善終)한 김수환(스테파노) 추기경은 생전에 자신의 주교 수품 40주년을 맞은 회고에서 "내가 가장 살고 싶었던 곳은 마산으로 처음 주교가 된 뒤 그렇게 순정을 갖고 내 모든 것을 다 바치는 마음으로 일했던 그때가 참으로 행복하고 기억에 남는다"고 적었다.

김 추기경과 천주교 마산교구(교구장 안명옥 프란치스코 하비에르)간의 짧지만 각별한 인연은 196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주간 가톨릭시보사(현 가톨릭신문사) 사장으로 재임하던 그는 교황 바오로 6세로부터 주교로 임명을 받게 되면서 그해 부산교구에서 분리된 천주교 마산교구로 초대 교구장으로 취임했다.

신부에서 주교가 되는 완전한 신품성사에 올리는 예식인 서품식(敍品式)과 주교가 교구장으로 취임하는 착좌식(着座式)은 마산 달동네에 위치한 현 성지여고 운동장에서 거행됐다.

이후 초대 교구장이 된 그는 경남지역 곳곳을 직접 찾아 나서는데 몸을 아끼지 않았다.

가난하고 소외받는 사람들을 위해 삶을 살겠다고 하느님께 맹세한 그는 직접 신자들을 만나고 대화하면서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가까이서 호흡하는 사목자로서의 삶을 온전히 실천했다.

신설교구 초석을 잡기 위해 그는 사제와 평신도 간에 대화창구를 만들기 위해 신자강습회를 열고 신자들에게도 평신도도 신부와 수녀처럼 똑같은 하느님 백성이라는 공의회 기본정신을 인식시켜 나갔다.

그가 교구장이 된 그해 10월11일 병인순교 100주년을 기념해 마산 상남동에 한국순교복자성당을 설립키로 했다.

당시 그는 각별히 순교신앙을 본받는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사제들에게 신자들의 신앙교육에 힘써줄 것을 당부하는 등 목숨까지 내놓았던 선조들의 강한 신앙정신을 교구민들에게 심는데 땀흘렸다.

2년 남짓한 햇병아리 막내 주교에다 이제 갓 설립된 초대 교구장을 지내며 교구의 기초를 다져가던 1968년 그에게는 엄청난 소식이 전해졌다.

그해 4월27일 시골 교구장인 그에게 우리나라 최고의 교구인 서울대교구장으로 전격 임명이 된 것이다.

훗날 그는 회고록을 통해 "하늘에서 난데없이 내리치는 벼락을 맞는 충격이다. 왜 하필 내가?"라고 힘겨워했던 심정을 그대로 드러냈지만 결국 무거운 십자가를 지기로 순명했다.

당시 그는 마산교구민들에 대한 작별인사를 통해 "여러분과 모든 이를 위해 이곳을 떠나게 됐는데 목자로서의 소임을 다하지 못한 것에 대해 깊이 사과를 청한다"며 "무엇보다도 많은 공소(신부가 거주하지 않는 시골오지 간이성당) 신자들을 한번도 방문하지 못한 것은 대단히 마음 아픈 일"이라고 안타까워했다.

하지만 그와의 짧은 만남을 가졌던 교구민들은 오히려 서울대교구장의 취임을 자랑스러워 했고 마산교구 설정 40주년 기념행사를 가졌던 2006년 추기경에게 큰 선물을 안겼다.

추기경이 당시 초대 교구장을 지냈던 마산교구는 신자수 2만8천여명, 성직자수 22명, 본당 21개소, 남녀 수도자수 45명에 불과했던 작고 초라한 교구에서 현재 신자수 15만5천명, 교구소속 사제수 148명, 본당수 72개소, 남녀 수도자수도 362명으로 발전했다.

이렇게 초대 교구장으로 모신 각별한 인연을 가진 천주교 마산교구는 17일 오후부터 고인을 추모하는 분향소를 마산시 오동동 교구청 대강당에 마련해 신자는 물론 비신자까지 조문객을 맞기로 했다.

또 분향소가 설치된 대강당에서는 매일 오전 10시30분, 오후 3시, 오후 7시30분 3차례 미사를 봉헌하며 각 본당에서도 매일 한차례씩 고인을 추모하는 위령미사를 봉헌하고 신자들에게 미사 전후 연도를 적극 바치도록 권했다.

마산교구는 고인의 발인날이자 장례미사가 열리는 오는 20일 오전 10시 마산교구 주교좌성당인 마산 양덕성당에서 교구 총대리 신부인 이형수(블라시오) 몬시뇰이 집전하는 미사를 함께 올린다.

천주교 마산교구 미디어국장 차광호(파스탈) 신부는 "김 추기경께서는 짧았지만 마산교구의 초석을 강건하게 세웠던 분"이라며 "장례기간 분향소에서 누구나 조문을 할 수 있으며 기도와 미사가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3년전 마산에서 직접 김 추기경을 만났던 김우매 씨는 "고인을 생각하면서 내면이 얼마나 아름다웠으면 이렇게 평화롭고 사랑스러운 모습으로 갈 수 있을까 반성했다"며 "개인적인 삶을 버리고 십자기만 지고 간 삶을 장례기간 내내 다시 한번 되새겨볼 것"이라고 말했다.
choi21@yna.co.kr

촬영:이정현 VJ(경남취재본부), 편집:조싱글 VJ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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