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위폐 논란 가열…부실대응 도마

2009-02-18 アップロード · 77 視聴


경찰 위폐공개..`위조방지 기능無, 거무스름, 매끈한 감촉

매뉴얼 없이 작전수행, 2차 피해에 `무대책

(서울=연합뉴스) 전성훈 기자 = 지난 10일 발생한 제과점 여주인 납치 사건의 범인이 경찰로부터 건네받은 수사용 모조지폐 가운데 일부를 유통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경찰의 위폐 사용에 대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위폐 사용의 매뉴얼(지침)은 물론 실제 유통될 가능성을 고려한 대책을 전혀 마련하지 않은 채 성급하게 외국의 수사기법을 모방해 위폐 사용 결정을 한 것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 베일 벗은 위폐 = 사건이 불거진 이후 수사용 모조지폐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자 서울 양천경찰서는 18일 납치범 검거를 위해 사용한 위폐를 전격 공개했다.
취재진이 직접 확인한 위폐는 정교한 편은 못됐지만 일반인들이 진폐와 구별하지 못할 가능성은 충분해 보였다.
위폐는 알려진대로 진폐가 가진 위조방지 기능, 즉 각도에 따라 모양이 변하는 무지갯빛의 홀로그램과 빛에 비췄을 때 왼쪽 면에 나타나는 세종대왕 그림, 오른쪽 면의 은색 띠 등을 전혀 갖추지 않았다.
또 전체적인 색상이 발권된 지 수십 년은 돼 보일 만큼 지나치게 거무스름하고 홀로그램이 짙은 회색이어서 관심 있게 보면 단번에 위폐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특히 결정적인 차이는 감촉이었다. 꺼칠꺼칠한 느낌이 그대로 전달돼 오는 진폐와는 달리 위폐는 복사용지보다 더 매끈해 누구나 만져보면 위폐라는 것을 금방 알 수 있을 정도였다.
경찰이 사건 발생 뒤 브리핑에서 "수사용 모조지폐는 진폐와 확실히 구별된다"고 강조한 것도 바로 이러한 감촉의 차이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특징에도 불구하고 일반인들의 경우 관심을 갖고 보지 않으면 육안식별이 쉽지 않다는 점이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실제 도피중인 납치범 정승희(32)씨가 17일 오후 6시께 박모(31)씨에게 700만원 상당의 위폐를 건네주고 오토바이를 구입할 수 있었던 것도 순간적인 눈속임을 이용했기 때문이라는게 경찰 관계자의 설명이다.
경찰에 따르면 정씨는 어스름이 내려 돈의 상태를 정확히 분간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위폐를 건네고 시험 운전을 하겠다며 열쇠를 건네받고는 그대로 도주했다.
얼떨결에 오토바이를 빼앗긴 박씨는 돈의 일련번호가 EC1195348A로 모두 같고 모양과 색깔이 진폐와 약간 다른 점을 확인하고 경찰에 신고했지만 이미 범인은 멀리 달아난 뒤였다.
◇ 경찰, 유통에 무대책 = 경찰은 위폐 유통이 현실화되면서 곤혹스런 상황에 빠졌지만 그렇다고 뚜렷한 대책을 내놓지도 못하고 있다.
수사용 모조지폐가 처음 만들어진 것은 2005년 8월께. 경찰은 당시 부녀자를 상대로 활개치던 인질강도범을 검거하기 위한 수단으로 구권으로 12억원 상당의 1만원권 위폐를 만들었고 2년 뒤에 이를 신권으로 바꿨다.
경찰은 그러나 인질강도 대처 매뉴얼에 위폐를 사용할 수 있다는 규정만 만들었을 뿐 어떻게 사용할지와 유통될 경우의 대책 등에 관한 `위폐 매뉴얼은 전혀 마련하지 않았다.
이는 미국 등 선진국들이 수억원의 비용을 들여 위폐나 진폐 공작금을 사용할 수 있는 지침과 절차 수행 과정 등을 명시한 매뉴얼을 만들어 각종 사건에 대처하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에 대해 경찰은 "무수히 많은 상황이 발생하는 현장 수사관들에게 이런 매뉴얼은 사실상 무의미하다"고 해명하고 있지만, 최소한의 매뉴얼도 없는 상태에서 성급하게 작전을 벌였다는 비판은 피할 수 없다.
한 경찰대 교수는 "기본적으로 경찰에 위폐 사용을 포함해 사건 수사에 대한 매뉴얼은 없다고 봐야 한다"며 "모든 사건에 대한 절차를 상세히 기술한 매뉴얼을 가진 선진국들과 비교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고 문제점을 지적했다.
경찰은 위폐가 범인들의 손에 들어간 이후의 대응방식도 허술했다는 지적이다.
위폐를 주고도 범인들을 제때 검거하지 못한 것도 문제지만 실제 유통될 위험성에 대비해 위폐의 특징들을 공개하기는커녕 이를 숨기는데 급급해 2차 피해를 예방하지 못한 것은 큰 실책이라는 것이다.
아울러 애초 위폐를 제작을 할 때 한국은행과 협의가 없었다는 점도 사안의 중요성을 고려했을 때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경찰은 2005년 수사용 모조지폐를 제작할 때 협조 요청을 전혀 하지 않았고 이후 4년간 이를 보관하거나 사용하면서도 사전 협의가 전혀 없었다는 것이다.
경찰은 위폐가 범인들의 손에 넘어간 뒤에야 부랴부랴 한국은행에 연락해 수사용 위폐를 사용했다는 사실을 알리고 수사 협조를 요청했다.
사전에 위폐 사용 준비가 전혀 되지 않았음을 공개적으로 시인한 셈이다.
cielo78@yna.co.kr

영상취재: 전성훈 기자 (사회부), 편집: 김지민VJ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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