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인호 KDB 헝가리 은행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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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다페스트=연합뉴스) 권혁창 특파원 = "헝가리가 국가 디폴트(채무 불이행) 상황을 맞을 수 있는 가장 위험한 나라는 아닙니다."
KDB 헝가리 은행의 인호 행장은 23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거시경제적 지표로 볼때 헝가리 경제가 위기에 처한 것은 사실이지만 우크라이나나 라트비아에 비해 상대적으로 발빠르게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구제금융을 받았고 추가 지원 요청도 하고 있는 상태"라며, 다른 동유럽 국가들에 비해 헝가리가 처한 상황이 비관적이지 않다고 강조했다.
인 행장은 "헝가리에 있는 30여개 상업 금융기관들의 대부분이 서유럽계 은행들로, 이 은행들은 동유럽에서 내는 수익이 전체의 50∼80%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크다"면서 만의 하나 헝가리가 디폴트 위기 상황에 몰릴 경우 서유럽 각국 정부는 이 은행들의 부실을 막기 위해 막대한 자금 지원이 필요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최근 금융위기로 자동차와 주택 금융의 부실률이 높아지는 상황이라며, "소매 금융의 부실률을 최대한 줄이는 것이 올해의 목표"라고 말했다.
산업은행이 헝가리에 세운 현지법인인 KDB 헝가리 은행은 2002년부터 영업을 시작, 헝가리내 30여개 은행 중 중위권 규모로 8억달러의 자산 총액 중 대출자산은 6억 달러에 달한다.
다음은 인 행장과의 일문일답.
--현재 헝가리 금융위기의 배경은 무엇인가
▲ 2007년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인한 국제 금융위기 상황에서 선진국들은 정부가 재정을 투입, 금융기관들을 먼저 살리고 위기가 기업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고 있는데 반해 헝가리를 비롯한 동유럽 국가들은 모기지 파생상품들에 노출되지 않아 작년 상반기까지만 해도 위기감을 느끼지 못했었다. 그러나 이들 국가들은 재정적자가 많고 외환 보유고가 적으며, 경제 성장률이 예상 외로 낮게 나타나는 등 거시경제적 지표들이 1997년 아시아의 경제 위기 때와 같은 상황을 연출하고 있다.
--동유럽의 금융위기가 서유럽으로 확산될 수 있다고 보나
▲ 헝가리에서 상업 목적의 제1금융기관 30개 중 대부분이 서유럽계다. 은행 순위 1위인 OTP 은행 만이 과거 헝가리 국립은행이 민영화한 것일 뿐 2위부터는 대부분 오스트리아, 독일, 이탈리아계 은행들의 자회사들이다. 작년 상반기까지만 해도 이들 외국계 은행은 외화 자금을 본사에서 지원받아 활발한 영업을 했지만 국제금융위기로 모은행들이 유동성 위기에 빠지면서 지원을 받지 못하게 됐다. 더욱이 이들 은행은 동유럽 발생 수익이 전체의 50∼80%를 차지하고 있어 전체적인 수익 구조에도 큰 타격을 입고 있다.
--헝가리의 위기 상황은 언제부터 예상됐나
▲ 표면적으로는 지난해 10월부터 드러났지만 사실 2007년 12월에 IMF 보고서는 동유럽 국가들의 경제위기 가능성을 이미 제시한 바 있다. 그러나 당시에는 헝가리 금융이 제대로 돌아가고 있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이 같은 상황이 현실화되리라고는 생각지 않았다.
--헝가리의 국가 디폴트 가능성을 어떻게 보나
▲ 최근 동유럽 국가들의 디폴트 우려가 많이 제기되는데 헝가리가 특히 국가 부도의 가능성이 높다고 보지는 않는다. 헝가리는 작년 10월 발빠르게 IMF 구제금융을 받았고, 현재 추가 자금지원도 요청하고 있다. 외환 보유고도 조금씩 늘고 있다. 우크라이나나 라트비아 등은 IMF가 요구하는 조건도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헝가리에 진출한 외국계 은행들의 부실률이 높아지고 자금이 대거 유출될 경우 국가 부도 위기가 올 수도 있겠지만 그 가능성이 그리 높다고는 볼 수 없다.
--포린트화 약세가 어떤 수준까지 갈 것이라고 보나
▲ 포린트화의 급격한 약세 때문에 채무 불이행 가능성 우려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포린트화 가치는 최근 1개월 사이 작년 말과 비교해서 20∼25% 가량 폭락했다. 이는 헝가리의 외국인 투자자들이 주식 및 채권 시장에서 대거 빠져나갔기 때문이다. 정확한 전망은 어렵지만 유로화 대비 환율이 350포린트까지 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런 자국통화 약세 현상은 다른 동유럽 국가들도 마찬가지다.
--금융 위기 상황에서는 조속히 유로존에 가입해야 한다는 의견에 찬반이 엇갈리고 있는데
▲ 유로존 회원국들은 유동성 위기 상황에서 공동으로 대처할 방어벽을 가지고 있다. 올해 1월 유로존에 가입한 슬로바키아가 유동성 위기를 맞을 경우 회원국들은 공동개입해서 문제를 해결할 의무가 있다. 그러나 유로존 가입을 위해서는 재정적자와 인플레 등을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뜨려야 하는 조건이 있는데 이를 이행하는 과정에서 적자를 줄이기 위한 긴축 재정 정책을 사용하게 되며, 긴축이 경기 침체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게 반대 주장의 요지다.
--KDB 헝가리 은행은 문제가 없나
▲ KDB는 기업 대출의 경우 동유럽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을 주로 대상으로 하고 있고 주택, 자동차, 개인 등에 대한 소매 금융의 수익률이 높은 편이다. 최근 금융위기로 자동차와 주택 금융의 부실률이 높아지고 있지만 아직 큰 문제는 없다. 부실률을 줄이는 것을 올해 목표로 삼고 있다. 작년 10월 일부 언론에서 한국의 위기 가능성을 거론하자 중국인 고객들의 예금 인출사태가 있었지만 "KDB는 한국 정부가 주주인 안정성 높은 은행"이라는 홍보를 통해 위기를 넘겼다. 당시 일주일간 지속된 예금인출 사태에서 회복하는데 두 달이 걸렸다.
--최근 부실률이 높아진 소매 금융의 향후 운영 방침은
▲ 지난해 4.4분기 이후 헝가리 주요 은행들이 자동차 금융을 중단하거나 축소했으며 우리도 신규 대출을 늘릴 계획이 없다. 다른 은행들에 따르면 헝가리의 자동차 딜러 가운데 40%가 부실화할 것이라는 말도 나오고 있다. 금융과 기업 사이에 신뢰도가 떨어지면 자금 순환이 어려워진다.
faith@yna.co.kr

영상취재: 권혁창 특파원 (부다페스트), 편집: 김지민VJ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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