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라트비아 거시경제 전문가 빌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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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가라트비아=연합뉴스) 김영묵 특파원 = "외부환경과 내재한 구조적 문제로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지만, 국가 채무불이행까지는 가지 않을 것으로 봅니다."

전 세계적 금융위기와 경기침체 속에 채무불이행(default) 위기에 직면한 라트비아 경제의 앞날에 대해 이 나라 최대 은행인 SEB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안드리스 빌크스는 최악의 상황은 오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빌크스는 24일 연합뉴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특히 노사정 모두 고통을 감내할 각오를 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국제통화기금(IMF) 등의 구제금융과 뼈를 깎는 개혁으로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고 낙관론을 폈다.

그러나 이날 신용평가회사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가 라트비아 국채의 신용등급을 정크본드 수준으로 강등함에 따라 빌크스의 낙관론에도 불구하고 라트비아 경제의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은 더욱 커졌다.

SEB 라트비아는 북유럽 최대 금융그룹인 스웨덴 SEB그룹의 라트비아 자회사며 빌크스는 정부 경제정책에 직, 간접적으로 자문하는 거시경제 전문가다.

다음은 빌크스 수석 이코노미스트와의 일문일답.

-- 라트비아가 리투아니아, 에스토니아와 함께 발틱 호랑이로 불리고 그 가운데서도 가장 두각을 나타낼 수 있었던 요인은 무엇인가.

▲여러 요인이 있다. 우선 러시아로부터 독립하면서 산업이 성장할 수 있는 공간이 창출됐고 유럽연합(EU)에 가입함으로써 동쪽(러시아)에 머물던 시장이 서쪽으로도 확대됐다.

여기에 세제 등 친(親) 기업적 정책을 편 점, 저임금으로 노동 측면에서 가격경쟁력을 가질 수 있었던 점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으며 특히 라트비아 국민의 근면성, 일을 하고자 하는 의욕은 높이 사야 한다.

-- EU 회원국 가운데 최고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하다가 최악의 상황을 맞게 됐다. 언제부터, 무엇이 잘못됐나.

▲작년 하반기에 폭발한 금융위기와 연이은 실물경제 침체가 직격탄이 됐지만 사실 2007년부터 외환문제 등 금융ㆍ경제시스템에 대한 문제가 심각하게 논의됐었다.

하지만 당시에는 정부, 기업, 가계 모두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했고 대책 마련에 소홀히 했던 게 사실이다.

특히 내재한 구조적 문제로는 경제가 급성장하면서 임금이 상승하고 이와 함께 물가도 상승하는 악순환 고리에 빠져들었고 신용 팽창으로 자산가치도 부풀려지는 결과가 야기됐다.

이런 와중에 금융위기와 경기침체라는 외생변수가 뇌관에 불을 붙인 것이다.

-- 많은 사람이 국가 채무불이행 사태를 우려한다. 이에 대한 견해는 어떠한가.

▲라트비아가 국제통화기금(IMF)과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등의 구제가 필요할 정도로 상황이 심각한 것은 사실이다.

IMF는 구제금융의 조건으로 재정적자를 국내총생산(GDP)의 5% 이내로 유지할 것을 제시했다. 이 기준선이 7~8%로 완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데 어떻든 현 수준에서 라트비아 경제가 관리할 수 있다고 본다.

이미 정부는 공무원 임금 삭감 등 경상비 절감 등 허리띠를 졸라매기로 했고 기업과 근로자들도 고통을 감내하겠다는 각오를 하고 있다.

국제기관들이 제시한 조건을 충족할 것이고 구제금융을 받아 채무불이행이라는 최악의 상황은 피할 수 있을 것이다.

-- 하지만 외환위기는 계속되고 있지 않은가.

▲외환 문제도 2년 전부터 제기됐던 이슈인데 외생변수가 예상보다 빨리, 심각하게 악화함으로써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또 수출 확대를 통해 외환 보유고를 늘려야 하지만 전 세계 경제여건상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도 부정적 변수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라트비아 경제는 유로존(유로화 사용 16개국)에 가입만 안 됐지 상당 부분 유로화(化)한 상태여서 밖에서 보는 것보다는 심각성이 덜하다고 생각한다.

다만, 라트비아가 외환위기의 나락으로 떨어지느냐는 유로화에 연계한 페그제를 지키느냐, 못 지키느냐에 달렸는데 정부는 어떠한 일이 있어도 페그제를 지키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 너무 낙관적인 것 아닌가. EU 차원의 정치적 해결도 고려하는 것 아닌가.

▲EU가 라트비아의 경제적 붕괴를, 아니 발트해 연안국의 경제적 붕괴를 용인하지 않을 것이라는 일각의 관측에 동의한다.

발트해 연안국들은 스웨덴, 덴마크 경제와 깊이 연동돼 있는데 이들은 EU 회원국이지만 유로존 국가가 아니다. 발트해 경제가 무너지면 비(非) 유로존 국가인 스웨덴과 덴마크도 심각한 영향을 받게 된다.

스웨덴, 덴마크까지 어려워지면 EU 전체의 문제가 된다. 이 때문에 EU 집행위가 전에 없이 발트해 연안국 경제위기에 관심을 두는 것이다.

-- 라트비아 국민의 근면성과 일하고자 하는 의욕을 언급했는데, 그러한 점에서 실업률의 상승은 사회적 불안을 심화할 우려가 있다고 보는데.

▲맞는 지적이다. 따라서 정부와 기업, 근로자는 더는 일자리가 사라지지 않도록 하는데 회생의 주안점을 둬야 할 것이다. 기존의 일자리를 유지하는데 그치지 말고 새로운 재화, 새로운 서비스,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재화, 서비스, 일자리 창출이 경제를 다시 달구는 시작점이 돼야 하며 이는 IMF, EU 집행위와 협의가 된 사항이 아니라 라트비아가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생각한다.

물론 예상보다 국제 경제여건의 악화가 심각해 도전적 과제이기는 하지만 거듭 강조하건대 정부, 기업, 가계가 모두 경제 체질을 개선하기 위해 뼈를 깎는 고통을 감내하겠다는 각오를 보이고 있어 위기를 극복할 것으로 믿는다.

economan@yna.co.kr

영상취재: 김영묵 특파원 (브뤼셀), 편집: 김지민VJ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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