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 만에 공개석상에 나타난 김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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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연합뉴스) 민영규 기자 = 1987년 대한항공(KAL) 858기 폭파사건의 범인인 김현희(47) 씨가 12년 만에 처음으로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11일 오전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BEXCO)에서 북한에 의한 일본인 납치 피해자 다구치 야에코(田口八重子)씨 가족을 만나는 자리에서다.

1990년 사형 판결이 확정된 후 보름 만에 특별사면된 김현희 씨는 한때 책 집필이나 강연 등의 활동을 했으나 자신의 경호를 맡았던 전직 안전기획부(현재는 국가정보원) 직원과 결혼한 1997년부터 공식활동을 전면 중단했다.

그해 5월 강원도 용평에서 전국 공안검사들을 대상으로 한 특별강연이 외부에 알려진 마지막 공식활동이다.

김 씨는 특히 KAL기 폭파사건 조작설을 담은 소설이 출간되고, 이 소설에 대한 명예훼손 소송이 제기돼 검찰의 소환대상으로 거론되던 2003년 말부터 철저한 은둔생활을 해왔다.

2006년 8월 당시 대북 정보통으로 꼽히던 정형근 한나라당 최고위원이 "김현희 씨가 중학생 가량의 아들, 딸과 함께 서울과 경기도 서쪽 접경의 변두리에 거주하고 있다"고 주장했을 뿐 김 씨는 그야말로 베일에 가린 생활을 해왔다.

김 씨는 면담장 도착에서부터 출발까지 특급경호를 받았다.

오전 10시50분께 스타렉스 승합차를 타고 벡스코에 도착하자 건물 외곽에 대기하고 있던 사복차림의 경찰기동대 100여명이 2열로 늘어섰고, 승합차에 함께 타고 있던 경찰특공대원 3명의 근접호위를 받으며 면담장으로 들어섰다.

면담장에서도 다구치 씨 가족이 먼저 와 기다리다 김 씨를 맞이했고, 떠날 때는 김 씨가 자리를 뜬 뒤에야 취재진을 포함한 모든 참석자들의 이동이 허용됐다.

검은색 바지정장 차림으로 수많은 언론사 카메라 앞에 선 김 씨는 긴 생머리를 했던 예전과 달리 짧게 퍼머한 모습이었고, 살도 좀 빠진 듯했다.

발걸음이나 손놀림도 극도로 조심스러워 하고 있음을 느끼게 했다.

다구치 씨의 장남 이즈카 고이치로(飯塚耕一郞·32) 씨를 만날 때는 마치 오랫동안 만나지 못한 아들을 대하듯 애틋한 감정을 표시했고, 연방 손과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아내는 등 정이 많은 아줌마였다.

그러나 김 씨는 KAL기 폭파사건 조작설과 북한의 납치문제 등을 거론한 기자회견에서는 단호한 어조로 자신의 입장을 분명하게 밝혔다.

97년 결혼이후 공식활동을 중단한 이유에 대해 김 씨는 "사회와 거리를 둔 채 (KAL기 폭파사건으로) 돌아가신 분들 유가족의 아픈 마음을 헤아리기 위해 조용히 살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KAL기 폭파사건에 대해 "북한이 한 테러고, 저는 가짜가 아니다"고 말할 때는 목소리를 한층 높이기도 했다.

김 씨는 "북한에서 (저에게) 일본어를 가르친 다구치 씨 아들과 가족을 만난다고 생각하니 기쁘기도 하고, 감격스러워서 며칠전부터 잠을 이룰 수 없었다"면서 "한.일 정부가 인도적인 차원에서 다구치 씨 가족을 만나게 해줘 감사드린다"고 오랜만에 공식석상에 선 소회를 밝혔다.
youngkyu@yna.co.kr

촬영:노경민 VJ(부산취재본부), 편집:심지미 VJ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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