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伊강진 진앙지 마을들 초토화

2009-04-09 アップロード · 46 視聴

평화롭던 중산간 마을들이 폐허로

(라킬라이탈리아=연합뉴스) 이 유 특파원.전순섭 통신원 = 이탈리아 중부 산간지역을 강타한 지진으로 인해 라킬라의 중세 문화유적들이 크게 훼손되고 인명 피해도 가장 많았지만, 이번 강진의 진앙지 바로 위에 자리잡은 파가니카와 온나 두 마을은 그야말로 초토화됐다.

파가니카와 온나 두 마을은 아브루초주(州)의 주도인 라킬라에서 동쪽으로 각각 10㎞와 13㎞ 떨어진 아주 평화로운 산간 마을이었다.

파가니카에 들어서자 조그만 광장의 중심에 중앙교회가 포탄을 맞은 듯 곳곳이 무너졌거나 뻥 뚫려 있었으며 교회 상단 중앙에 위치한 성모마리아상도 언제 떨어질지 모를 정도로 위태롭게 보였다. 마을에는 인적이 끊겼고 소방구급대원과 경찰관, 자원봉사자들만 오갔다.

지진 소식을 접하자 마자 6일 오전 200㎞를 달려 맨 먼저 파가니카에 도착했다는 시에나 소방구급대 팀원 9명이 사흘째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팀원 중 한 명인 마르코는 "추가로 붕괴될 위험성이 있으니 처마가 있는 건물 곁으로 접근하지 말라"고 취재팀에게 주의를 주었다.

마르코는 8일 "우리가 제일 먼저 여기에 도착했을 때는 진입로가 막혀 있어서 주택 2채를 부수고 들어올 수 밖에 없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만 이틀동안 우리 대원들은 4시간도 채 잠을 자지 못했다"면서 "너무 어려웠던 점이 많았다"고 털어 놓았다.

땀과 먼지로 뒤범벅이 된 유니폼을 입은 시에나 소방구급대 팀원들은 초여름 처럼 무더운 날씨가 견디기 힘겨운 듯 지쳐 보였다.

이들의 안내를 받아 일반인 통제구역내의 마을 골목길에 들어서자 주택들 가운데 성한 것이 거의 없었고 어떤 주택은 붕괴되는 것을 막기 위해 여러 개의 각재로 버티어 놓기도 했다. 주민들이 소개되어 괴기함이 감도는 가운데, `주인 없는 빨래들만 먼지 바람에 나부꼈다.

하늘에서 `돌 포탄을 맞은 듯 골목길 옆에 세워져 있던 승용차들은 돌무더기에 덮인 채 완전히 폐차가 된 채 방치되어 있었다.

다른 대원인 죠르지오는 "이 곳에서는 6명이 숨졌다"고 말하고 "주민들 얘기로는 한 달전부터 지진이 계속 이어져 경계를 하고 있었으나, 정작 언제 큰 것이 올지를 몰랐다고 했다"고 전했다.

파가니카 마을을 막 빠져나와 조금 달리자 도로변에 자리 잡은 한 공장의 대형 원통 설비들 일부가 기울어져 지진의 위력을 실감케 했다.

파가니카 마을에서 3㎞ 떨어진 온나는 그 피해가 더욱 심했다. 아직 겨울 눈이 녹지 않은 아름다운 산봉우리들과 능선을 배경으로 제법 널찍한 들을 지닌 중산간 마을인 온나는 마을 입구에서부터 시작해 온 동네가 그야말로 폭삭 주저 앉은 모습이었다.

구조작업을 하던 한 대원은 "온나의 주택들은 거의 모두 돌로 지어서 지진에 특히 취약함을 드러낸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대원은 "이 작은 마을인 온나에서만 어린이 16명을 포함해 49명이 사망했다"면서 지진 초기 당시 처참했던 상황을 설명했다.

지진 발생 사흘째를 맞아서인지 군용 트럭과 크레인, 각종 복구 장비들이 동원되어 무너지 건물더미 제거 작업이 한창이었고, 온 동네가 먼지로 뒤덮이기도 했다. 건물 옆 공터에는 3∼4대의 승용차들이 휴지처럼 구겨진 채 버려져 있었고 일부 주민은 삶의 희망을 잃은 듯 무표정했다.

이 곳에도 천막으로 임시 대피소가 마련돼 있었고, 대피소 입구에서는 자원봉사대원들이 지진 피해자 자선기금 마련을 위해 헌 옷가지들을 기증받아 판매하고 있었다. 동네 청소년 몇몇은 풀이 죽은 채 멍허니 폐허가 된 자기 마을을 쳐다보기도 해 안쓰러움을 느끼게 했다.

담장이 완전히 무너져 내린 한 주택의 정원에는 꽃들이 화사함을 뽐내는 가운데 졸음에 겨운 개가 주인 없는 집을 지키고 있었다.

온나를 뒤로 하고 주도인 라킬라로 왔던 길을 되집어 가는 과정에서 경찰관들이 차량을 막아 그 내막을 알아보니 몇 시간전에 지나왔던 도로의 지반이 내려 앉는 것으로 확인돼 긴급 통행제한을 실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라킬라 시내로 들어와 가장 피해가 컸던 언덕 위의 역사 유적지를 가보려고 했지만, 전날에 이어 이날도 통행제한이 풀리지 않았다.

구조 및 복구 작업이 계속되면서 도시 상가가 철시 중인 가운데, 라킬라 시내 길가의 한 간이 잡화점이 막 문을 열어 눈길을 끌었다.

50대 초반으로 보이는 주인 부부는 "팔릴 것이라고 생각은 하지 않지만, 몸이 성하니까 일을 시작해야 할 것 같아서.."라고 말했다.

주인 부부는 "다음 달 3일 언덕 위의 교회에서 딸의 결혼식이 진행될 예정이었으나 그 교회가 제일 먼저 무너졌다"고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악몽이 빨리 지나갔으면 한다"는 부인 빈첸치나는 "우리가 죄를 지은 것도 없는데 왜 이런 재난을 당해야 하느냐"며 눈시울을 붉혔다.

라킬라 시내 스포츠 운동장에 마련된 임시 대피소는 천막들이 지속적으로 세워지면서 더 이상 공간이 없을 정도로 천막으로 덮였다.

여고생인 사라 쟘마리아(17)는 자신의 임시 거처인 파란 천막 앞에 앉아 슬픈 표정으로 자신의 애완견인 에나나를 쓰다듬고 있었다.

사태 당시 자기의 방 침대에서 에나나와 함께 자다가 벽이 무너지면서 부모와 함께 간편한 옷가지들만을 챙겨 집을 빠져 나왔다는 쟘마리아는 "에나나가 그 충격 때문인 듯 사흘째가 되도록 계속 떨고 있다"고 안타까워 했다.

지진으로 각급 학교들도 다 휴교 상태인 가운데, 쟘마리아는 "내년에나 학교를 다니 다닐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녀의 할아버지인 피에트로(68)는 "딸의 집에 세를 들어 있던 대학생 2명이 집이 무너지면서 세상을 떠났다"고 안타까워 하면서도 "이런 극한적 상황에서도 천막이기는 하지만 이렇게나마 살 수 있는 것에 너무 감사하다"고 말했다.

약 270명의 희생자를 낳은 이탈리아 강진의 현장들은 자연의 앞에 선 인간의 무력함과 인간의 강인함을 동시에 느끼게 했다.
lye@yna.co.kr

영상취재:이유 특파원(제네바), 편집:조싱글 VJ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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