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김정일, 왼발 절며 등장..점차 호전양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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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우뇌이상 후유증 왼발 경미, 왼손 섬세동작 안돼"
北TV, 3개 동영상 차례로 공개해 주민들 충격 완화 시도

(서울=연합뉴스) 임주영 기자 =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9일 열린 북한의 최고인민회의 제12기 1차회의에서 왼쪽 다리를 가볍게 절긴 했으나 10보가량 걸어 등장하고 양팔을 들어 박수를 침으로써 지난해 8월 뇌혈관계 질환으로 쓰러졌다가 회복한 뒤 가장 `역동적인 모습을 보였다.

북한의 조선중앙TV가 이날 오후 녹화 방송한 화면에서 김 위원장은 회의 개막에 앞서 무대 오른쪽에서 등장, 주석단 중앙까지 약 10보 걸어 입장했다.

한때 마비가 왔던 것으로 알려진 왼쪽 다리를 약간 절었으며 와병 이전의 활보 모습은 사라졌으나 양팔을 비교적 자연스럽게 흔들면서 입장, 주석단에 선 채 양팔을 가슴께로 올려 왼손을 밑으로 해 오른손을 움직여 박수를 쳤다.

역시 한때 마비됐던 것으로 알려진 왼손은 다소 통통하게 부은 기가 있으며, 왼손으로는 손가락을 구부려 물건을 잡는 동작을 하지 않았다.

그는 탁자의 서류를 읽을 때도 오른손으로만 넘기고 왼손은 손가락을 움직이지 않은 채 주로 탁자 위에 올려놓은 장면이 많았다.

그는 회의 진행중 의자에 앉아 회의장을 둘러보면서도 시종일관 무표정한 모습이었고, 살이 많이 빠진 때문인지 나이(67세)에 비해 늙어 보였다.

이 영상을 본 김영인 강남성모병원 신경과 교수는 "오른쪽 대뇌가 왼쪽 팔, 다리의 움직임을 관장한다"며 "화면상으로 김 위원장은 우뇌쪽에 이상이 발생했었고 그 후유증으로 왼손과 왼발에 마비 증세가 있는 것이 분명해 보인다"고 진단했다.

그는 "왼발은 마비가 경미한 정도로 판단되지만 왼손은 단언할 수 없으나 왼발은 마비가 더 심해 보인다"며 "왼손이 섬세한 운동을 못하고 있고 손가락 기능이 별로 좋지 않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이 박수를 칠 때 왼손이 상당히 부자연스러운 점, 탁자 위의 서류를 왼손으로 당길 때 손가락을 움직여 잡지 않고 서류 위에 손을 얹어 끌어간 동작 등을 김 교수는 가리켰다.

그는 "양쪽 대뇌 중에선 왼쪽 대뇌가 우성 대뇌여서 언어, 인지 등을 주로 담당하고 오른쪽 대뇌는 보조적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보면 된다"며 "왼쪽 대뇌는 이상이 없는 만큼 통치하는 데는 별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문제는 오른쪽 대뇌의 어느 부분에 이상이 생겼던 것이냐는 것"이라며 "수술을 했다면 뇌출혈일 것 같고 수술을 안 했다면 뇌경색일 수 있다"고 말하고 "마비 정도를 봤을 때 출혈이라면 사이즈(크기)가 작았을 것이고, 경색이라면 경미하게 막혔을 가능성이 있다"고 추정했다.

다리를 저는 모습으로만 비교했을 땐 2005년 가벼운 뇌경색으로 쓰러졌던 WBC 한국 야구대표팀의 김인식 감독보다 후유증이 더 경미하다는 게 그의 평가다.

김 교수는 김 위원장의 왼손이 부은 데 대해선 "마비로 인해 왼손을 덜 움직이니까 손이 붓는 경향이 있다"며 뇌질환에 따른 마비 환자들에게서 흔히 볼 수 있는 현상이라고 말하고 "마비때문에 신경 기능에 제약이 생겨 혈액을 순환시키는 신경도 영향을 받아 붓기가 덜 빠지는 상태로도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회의에 앞서 북한의 조선중앙TV는 이날 오후 6시부터 약 40분동안 `위대한 령도자 김정일 동지께서 여러부문 사업을 현지에서 지도(주체 98.1)라는 제목의 기록영화를 통해 김 위원장의 올해 1월 현지지도 모습도 동영상으로 공개했다.

이 영화에서 김 위원장은 1월5일 원산청년발전소를 현지지도할 때 사무실에 들어가면서 3보가량 걷는 장면이 정면에서 잡혔는데, 여기에서도 그는 오른발을 디딜 때는 자연스러운 데 비해 왼쪽 다리는 곧게 편 채 옮겨 걸어 다소 부자연스런 모습을 나타냈다.

중앙TV는 지난 7일엔 김 위원장의 지난해 8월~12월 현지지도 모습을 담은 `위대한 령도자 김정일 동지께서 인민경제 여러부문 사업을 현지에서 지도(주체 97.8~12)라는 기록영화를 방영했으나, 이 영화에선 김 위원장이 걷는 모습이 등장하지 않는다.

중앙TV의 두 동영상은 김 위원장이 쓰러진 것으로 알려진 지난해 8월 중순 이전과 그 이후 병상에서 일어나 11월말 공개활동을 재개한 후 모습을 비교할 수 있도록 했다.

김 위원장은 와병 이전 8월초 화면에선 양팔을 휘두르다시피 활발하게 걷고 대화할 때도 양팔을 크게 움직였지만 8월 중순 이후엔 걷는 모습은 1월5일 원산청년발전소 현지지도 때 단 한 장면 나오며, 팔과 손도 주로 오른쪽을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이 두 편의 기록영화와 최고인민회의 제12기 1차회의 동영상을 보면 김 위원장의 왼쪽 손과 발의 동작이 시간이 흐를수록 조금씩 호전되는 양상이 드러난다.

북한 당국도 김 위원장이 이번 회의에 움직이는 모습을 드러내는 게 불가피하다고 보고 이들 동영상을 최근 집중 내보내 주민들이 김 위원장의 현재 모습에 익숙해지도록 한 것으로 추측된다.
zoo@yna.co.kr

편집 : 전수일 기자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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