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 초대석 박명재 행정자치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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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이강원 기자 = 박명재 행정자치부 장관은 지난달 13일 취임 직후부터 `공무원연금 개혁이라는 결코 쉽지 않은 과제를 안고 업무를 시작했다.

특히 공무원연금제도발전위원회가 마련한 공무원연금 개혁시안이 여론의 저항에 맞닥뜨리면서 마음고생이 적지 않았다. 개혁시안이 정부의 최종안이 아닌데도 여론은 "벌써부터 개혁의지가 퇴색되는 것 아니냐"며 인정사정없이 그를 몰아세웠다.

그런 탓일까. 내로라하는 `행정의 달변가인 박 장관은 23일 연합뉴스와의 신년 초대석 인터뷰에선 평소의 그답지 않게 가급적 말을 아꼈다.

"당위성에 밀려 졸속으로 개혁할 수는 없지 않느냐"던 평소의 소신도 이날 인터뷰에서는 등장하지 않았다. `임계점에 다다른 여론을 의식한 탓이다. 그래선지 그는 공무원연금과 관련한 문답에선 원고없이 답변하는 평소의 스타일 대신 준비해온 메모와 답변서의 내용을 좀체로 벗어나지 않는 신중함을 보였다.

다만 연금 문제를 지나 인터뷰가 중반 이후로 넘어가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정부 조직규모를 둘러싼 논란, 서울시 공무원 고발 취하, 전자주민증 도입 문제 등 전통적인 행정분야에 대해서는 거침없이 소신을 쏟아냈다.

다음은 박 장관과의 일문일답 내용.

◇ "공무원연금 납입금 늘리고 수령액 줄일것"

"연금개혁위한 사회협약기구 구성 가능"

"공무원정년 연금개혁때 검토할 수도 있다"

-- `공무원연금제도발전위원회가 공무원연금 개혁시안을 정부에 제출했다. 이를 토대로 정부가 마련하고 있는 공무원연금 개혁안의 최종 방향은 무엇인가.

▲ 앞으로 의견을 수렴해 최종안을 만들어야 한다. 어떤 형태로든 기여금(납입금)은 더 올려야 하고, 보험료(연금수령액)는 장기적으로 국민연금 수준으로 낮춰서 같이 가야 한다. 보험료가 국민연금과 같이 간다면 퇴직수당도 민간기업 수준으로 가야 하는 것이 맞다. 국민, 공무원단체, 시민단체의 의견을 듣고 충분한 논의를 거쳐 국민과 공무원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안을 만들겠다.

-- 공무원연금의 연내개혁을 강조해왔는데 일각에선 결국 개혁하지 않겠다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표하고 있다. 국민적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개혁의 일정표를 구체적으로 밝히는게 좋지 않은가.

▲ 안타까운 것은 개혁의지가 후퇴해 정부가 개혁을 뒤로 미룬 것처럼 비춰진 것이다. 연금개혁과 관련된 모든 기관에 질문지를 보내 항목 하나하나에 대해 의견을 수렴하겠다. 2∼3개월간의 의견수렴을 거쳐 정부가 이를 하나하나 조정해야 한다. 이후에 노사간 교섭을 해야 한다. 따라서 일정을 못박을 수 없다. 시기도 중요하지만 공론화 과정도 중요하다.

-- 상반기에라도 정부안이 나와야 하는 것 아닌가.

▲ 상반기 내에 정부안을 마련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다.

-- `국민의 정부 출범 초기에 구성됐던 노사정위원회와 같은 방식으로 공무원연금 개혁을 위한 사회적 협약 기구를 만들 필요성은 없는가.

▲ 노사정위같은 위원회도 생각해 볼 수 있다. 그러나 공무원연금 개혁은 행자부가 주도적으로 할 수 밖에 없다. 주무부처로서 의견을 수렴하고 조정해나가겠다. 연금개혁을 위한 공론화 과정에서 필요하다면 사회적 협의체 구성 등 다양한 방법이 검토될 수 있을 것이다.

-- 공무원연금을 근본적으로 개혁하려면 수급연령 구조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 특히 저출산.고령화 추세에 맞춰 공무원 정년 조정 문제를 중장기 과제로 포함시켜 논의해야 할 필요성이 있지 않은가.

▲ 공무원연금제도발전위원회가 시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연금 수급 개시연령을 65세로 늘렸기 때문에 정년을 연장하는 것으로 오해받은 것 같다. 정년 연장은 두가지가 있다. 협의의 정년연장은 6급 이하 공무원의 정년을 60세로 끌어올리는 것이고, 광의의 연장은 모든 공무원의 정년을 연장하는 것이다. 후자는 공무원연금과 관계없이 고령화 추세에 대비하는 차원에서 임금피크제 등과 연계해 장기적으로 검토해야 할 문제이다. 공무원연금 개혁 과정에서 이런 얘기가 나온다면 검토할 수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개혁 후퇴라는 여론이 자꾸 나오는데 이를 제기하기는 힘들다고 본다.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인 연금개혁은 공무원은 물론 국민과 국가 전체에 봉사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드는 것이다. 정년연장 문제는 궁극적으로 사회적 합의를 거쳐야 하는 장기적 검토과제라고 생각한다.

-- 정부가 국회에 공무원연금 개혁안을 제출할 때 부대의견 등의 형식으로 `국회 국민-공무원 연금 개혁특위의 구성을 제안할 의향은 있는가.

▲ 정부가 제안할 생각은 없다. 연금제도 개혁은 행자부가 주도해 나가야 한다. 다만 국회가 자율적으로 판단해 특위를 설치해 논의한다면 적극적으로 협조하겠다.



◇ "서울시 공무원 고발 취하 전향 검토"

"불법단체 가입 공무원 자진탈퇴 유도"

-- 공무원연금 개혁은 공무원 노동단체와의 교섭사항인데 언제쯤 교섭이 이뤄질 것으로 보는가.

▲ 노동단체와의 협약 문제는 빨리 하자고 했다. 우선 공무원 노동단체의 창구 단일화가 필요하고 그 이전에 인사라도 나눠야 할 것이다. 필요하면 서로 워크숍도 하고 협상기법도 배운뒤에 서로 윈윈하는 노사협약이 되도록 하겠다.

-- 최대 공무원 노동조직인 `전국공무원노동조합(전공노) 산하단체들의 합법화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전공노측에 조속히 법의 테두리내로 들어오라고 권유할 생각은 없는가.

▲ 전공노가 제도권 안으로 들어온다면 언제든지 만날 수 있다. 법이 만들어져 있기 때문에 전공노도 그 테두리 속으로 들어와야 한다. 현재로서는 우리가 할 일이 별로 없다. 정부는 앞으로도 불법단체 가입 공무원에 대해서는 자진탈퇴 등 합법전환을 유도해나갈 생각이다.

-- 조만간 행자부와 서울시간 국장급 간부의 인사교류가 있는 것으로 안다. 지난해말 행자부가 감사문제로 서울시 감사관 등 3명을 형사고발했는데 인사교류를 계기로 고발을 취하할 의향은 있는가.

▲ 서울시와의 인사교류는 빨리 진행될 것이다. 서울시 감사관에 대한 고발건은 나도 안타깝다. 하지만 행자부가 지방자치 시대에 법이 허용하지 않는 감사를 하지는 않는다. 권한쟁의 심판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모르겠지만 법적으로 누가 승자가 되더라도 의미가 없다. 궁극적으로는 서울시민과 국민이 승자가 되어야 한다. 대승적 관점에서 좋은 조치를 취하려고 생각하고 있다. 조만간 좋은 결과가 나타날 것이다.



◇ "불법 사금융.대부업 3월까지 집중단속"

-- 행자부와 금융감독위원회, 법무부가 합동으로 대부업체에 대한 첫 일제조사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아는데.

▲ 사금융과 대부업의 문제는 무분별한 난립, 수많은 미등록 업체, 살인적인 이자, 채권 추심과정에서의 인권유린 등이다. 정부의 부동산 대책으로 인해 대출이 제한된 서민들이 사금융 쪽으로 몰릴 가능성도 있다. 대부업의 주무부처는 재정경제부이지만 업무 소관을 떠나 서민 보호 차원에서 재경부, 행자부, 법무부가 `대부업 유관기관 협의체를 만들었다. 제도의 주관은 재경부가 하지만 실태 조사는 행자부, 단속은 법무부가 중심이 돼서 하기로 했다. 2월까지 실태조사를 하고 2∼3월에 집중적인 단속을 벌일 것이다. 피해 금융사례가 나오면 이를 토대로 제도적인 개선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 "한미FTA, 5단계 자동차세제 단순화"

"주행세로 지방세수 보전"

--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의 주요 쟁점중의 하나가 자동차 세제 문제다. 미국은 배기량을 기준으로 한 현세제를 폐지하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자동차세는 지방세수와 연관된 문제여서 쉽지 않은데 정부의 협상 방침은 무엇인가.

▲ 자동차세제 문제는 국익과 관련한 문제이므로 말하기가 매우 조심스럽다. 미국을 제외한 대부분의 선진국들은 배기량을 기준으로 한 자동차 세제를 채택하고 있다. 다만 배기량을 기준으로 5단계로 돼 있는 현행 세제를 단순화하려고 한다. 특히 자치단체에는 자동차세가 매우 중요하므로 국세로 보전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주행세 등으로 보전하는 방법이 있을 것이다.



◇ "불법시위 단체 지원금지 법제화"

-- 불법.폭력 시위단체에게는 정부보조금을 지원하지 못하도록 명시하거나 목적외에 사용된 자금은 반드시 환수하라는 규정을 법에 명시할 계획은 있는가.

▲ 불법시위와 관련된 민간단체에 대해서는 법에 관련 규정이 명시돼있지 않은 만큼 법령 제정을 검토하고 있다. 현재 국회에는 이상배 의원이 `불법시위에 참여하면 3년간 지원금을 주지 않는다는 법안을 내놨고 전여옥 의원은 해당단체가 처벌받으면 지원금을 안준다는 의견을 냈다. 단체가 처벌받는 경우는 없지만 어쨌든 불법.폭력 시위 및 이들 단체에 대한 지원 문제에 대한 법령 제정이 필요하다고 본다.

-- 정부의 이러한 조치가 합법적인 시위활동까지 위축시킬 수 있지 않은가.

▲ 합법시위는 괜찮다. 다만 정부 지원금이 합법시위와 관련한 식사비, 교통비 등에 쓰인 경우라면 허용되지 않는다.



◇ "전자주민증 도입 새정부가 처리할 과제"

"대선까지 2단계로 공직감찰 벌일 계획"

-- `참여정부들어 오히려 정부기구가 비대해졌다는 지적이 있다. 이런 가운데 법무부는 검사장 인력의 증원을 요구하고 있는데.

▲ 정부기구 조정 문제는 수단일 뿐 목적이 아니다. 19세기에는 야경정부, 값싼 정부, 기능과 조직이 작은 정부가 최고였다. 20세기 초반에는 거대정부론이 대두했다. 20세기 중반에는 다시 작은 정부로 발전했다. 우리나라도 문민정부 이후 정부조직을 축소하는게 추세였다. 하지만 국민의 욕구가 다양하게 분출되면서 뉴질랜드, 영국 등은 오히려 정부기구를 확대했다. 요즘은 능력있는 정부, 일 잘하는 정부가 중요해졌다. 현재 우리정부는 공무원수 대 국민수가 1대 45로 미국, 영국 등에 비해 아직 적다. 중요한 것은 새로운 행정수요가 생길 때마다 새로운 조직과 인력을 만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기존 조직을 최대한 활용하는게 중요하다.

검사장 정원과 관련해선 법원의 고등법원 부장판사 이상 고위직이 늘어나면서 검사장급 직위 신설 요청이 있었지만 검사장급 직위를 신설할 수 없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다만 합리적인 선에서 검사장급 대우를 받는 검사의 범위를 두자릿수가 아닌 한자릿수 내에서 늘릴 예정이다.

--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무엇보다 공직기강 확립이 중요하다고 보는데 이에 대한 정부의 복안은.

▲ 1단계와 2단계로 나눠 우선 1단계인 8월까지는 민원처리 지연, 선심성 행정위주, 주민불편 방치 등 행정누수 여부에 대한 감찰활동을 벌일 계획이다. 2단계인 9월 이후부터는 공직자의 선거캠프와 유세장 방문, 행정기밀 유출, 특정 후보자 홍보 등 공무원의 선거개입 방지에 초점을 맞춰 감찰활동을 실시할 계획이다.

-- 현행 주민등록증을 대체할 전자주민증 사업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가.

▲ 전자주민증 도입은 현정부 차원에서는 올해 모델 연구작업을 마치려고 한다. 전자주민증 사업과 관련해선 당초 5천억원의 예산을 요청했지만 올해 예산에 반영되지 않았다. 결국 전자주민증 도입 문제는 새정부가 처리해야 할 문제다. 연구작업을 거쳐 제시된 발전모델에 대한 기술적 타당성 검증과 전문가 의견수렴 등을 통해 합리적인 개선 방안을 마련한 뒤 2008년 이후 정부정책으로 결정해 추진할 문제다.

gija007@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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