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초대석 박대원 KOICA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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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경제성장 본받으려는 개도국 적극 도와야"

"정부의 녹색성장 취지 따라 녹색 원조 지향할 것"

"내년 OECD 개발원조委 가입..명실상부한 선진국 진입"

(서울=연합뉴스) 홍성완 한민족센터 본부장 = "해외 무상원조를 전담하는 기관장으로 1년을 지내보니 아시아 빈곤국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알게 됐습니다. 그들이 원하는 것은 단순히 돈이나 물질적 지원을 해주는 것이 아닙니다. 이들이 한국처럼 돼 보겠다는 희망을 이루도록 가난했던 시절의 우리 경험과 경제 발전을 이룩하면서 터득한 노하우를 전해줘야 합니다."

정부의 무상원조 전담 기관인 한국국제협력단(KOICA) 수장으로 1년을 보낸 박대원(62) 이사장을 1일 KOICA 본부에서 만나 KOICA 창단 18년의 성과와 그의 포부와 비전을 들었다.

한국이 어려운 경제 여건 속에서도 대외 원조에 적극 나서야 하는 이유를 묻자 그는 "무상원조를 통해 지구촌 빈곤과 질병을 퇴치하는 일은 가난했던 시절 우리가 받았던 도움을 국제사회에 돌려 주는 것"이라며 "개발도상국들이 한국에 바라는 경험과 노하우를 전수함으로써 한국을 적은 예산으로 지구촌에서 가장 효율적으로 남의 나라를 돕는 원조 공여국으로 만들어 보겠다"고 말했다.

실제로 아시아와 중남미, 아프리카 개발도상국들은 한국이 짧은 기간에 경제 발전을 이룩한 나라라고 인식하면서 어떻게 하면 한국처럼 될 수 있는지를 배우려 하고 있고 원조수혜국 주민들과 함께 사업하는 한국식 원조를 받고 싶어한다고 그는 강조했다.

"과거 선진국들은 현금성 원조에 치중하면서 잉여농산물 처리를 위해 과거 식민지 국가 위주로 지원했습니다. 아프리카 사람들이 현물성 원조만 받다보니 스스로 자립할 수 있는 능력을 잃어버렸습니다. 물고기 잡는 법을 안 가르치고 먹을 것을 주기만 했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의타성만 키우는 원조가 아니라 새마을운동을 전수하고 농어민 소득 증대 사업을 추진하는 등 우리가 경험으로 터득했던 것을 가르쳐 줌으로써 스스로 잘 살려는 노력을 기울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짧은 기간에 우리가 경제발전을 이룩한 것은 민족성과 교육열, 리더십이 결합된 결과로 개발도상국에 이런 우리 경험을 전해줄 수 있겠느냐고 묻자 그는 베트남의 성공 사례를 예로 들었다.

베트남은 지난해까지 3년 연속 8%의 고도성장을 이룩했고 2005년부터는 한국의 새마을운동을 본받으려 하고 있다.

박 이사장은 또 아프리카 코리안 빌리지 조성 사업을 설명하면서 "이 사업이 성공하면 아프리카 전역에 우리도 할 수 있다는 희망을 심어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코리안 빌리지 사업은 탄자니아와 우간다에서 벌이는 일종의 새마을운동으로 KOICA가 650만 달러를 대고 제프리 삭스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가 회장인 비정부기구(NGO) 밀레니엄 프로미스(Millennium Promise)와 유엔개발계획(UNDP) 및 경상북도가 함께 벌이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도 1일 제주도 서귀포시 국제컨벤션센터(ICC)에서 개막된 한-아세안(ASEAN.동남아국가연합) 특별정상회의에서 한국의 지원을 요청한 부아손 부파반 라오스 총리에게 "한국의 개발 경험을 공유함으로써 라오스의 경제발전에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며 한국의 경험을 강조했다.

"돈이나 물자만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떠나도 그들 스스로 자립할 수 있도록 소득 증대의 기반을 만들어 주자는 것입니다."

우리나라가 내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개발원조위원회(DAC)에 가입하기 위해 대외 원조를 늘리는 문제로 화제를 돌렸다.

DAC에 가입하면 무엇이 달라지고 그에 따른 원조 비용 증가가 예상되는데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겠느냐고 물었다.

박 이사장은 "1996년 OECD 회원국이 됐지만 당시에는 우리가 다른 나라를 원조할 형편이 안돼 여러 산하 위원회에 가입하면서도 DAC에는 들지 못했다"면서 "내년에 DAC 회원국이 되면 우리는 명실상부한 선진국 대열에 들어서게 된다"고 밝혔다.

DAC 가입 후 달라지는 것은 DAC의 원조 가이드라인에 따라 원조를 제공할 때 조건을 붙이거나 원조에 따른 반대 급부를 바랄 수 없게 된다고 그는 설명했다.

예를 들어 학교나 병원을 지어주면서 한국 기업들이 공사를 맡게 할 수는 없으며 모든 사업을 국제입찰에 붙여야 한다는 것이다. 대신 우리 기업들도 경쟁력만 있다면 연간 1천억 달러에 달하는 원조 시장에 입찰할 수 있는 기회를 잡는 등 경제적 효과도 적지 않다.

그는 또 "우리는 이미 DAC 가입 요건인 연간 대외 원조액 1억 달러를 넘어선 지 오래기 때문에(2009년 3억 달러) DAC 가입에 따라 국민이 부담해야 할 원조 예산 증가도 그리 크지 않다"고 말했다.

다만 우리 정부가 원조액을 2015년까지 국민총소득(GNI) 대비 0.25%(현재 0.09%)로 높이기로 해 현재 국민소득 2만 달러로 계산하면 국민 1인당 연간 5천원 가량을 부담하게 된다는 설명이다.

"한국 1인당 국민총소득 대비 공적개발원조(ODA) 지원 비율이 현재 OECD 최하위입니다. 이명박 대통령께서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기조연설 때 아시아 개도국들에 대한 ODA를 2배로 늘리겠다고 밝힌 것은 대단히 고무적인 일입니다."

이 대통령은 특별정상회의 모두 발언을 통해 "아세안 국가와 개발 경험을 공유하기 위해 역내 개발 격차를 고려한 맞춤형 지원을 제공해 나가고자 한다"면서 "2015년까지 아세안 ODA를 2008년의 2배인 4억 달러로 증액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2015년까지 총 7천명의 아세안 연수생을 국내에 초청하고 정부 파견 해외봉사단 통합브랜드인 월드 프렌즈 코리아(World Friends Korea) 프로그램을 통해 IT분야 등을 중심으로 1만 명의 해외봉사단을 파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이 대통령은 작년 7월 일본 홋카이도 도야코에서 열린 G8 확대정상회의에서 동아시아 기후파트너십을 제창, 2012년까지 동아시아 저탄소 정책 지원 등에 2억 달러의 예산을 투입하겠다고 선언하고 올해 4천만 달러의 집행을 KOICA에 위임했다.

이에 대한 구체적인 사업 계획을 묻자 그는 "4천만 달러의 재원이 KOICA에 들어와 있다"면서 "각국 공관을 통해 저탄소 녹색성장 사업과 관련한 아시아 개도국 정부의 구상과 그들의 의견을 타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사업을 추진하기 앞서 지원 대상국들의 희망사항을 청취하고 있는 단계이다.

"다만 지난달 초순 중국 사막화 방지 사업 현장을 방문하고 나서 전력 생산을 위해 디젤유 등을 쓰는 대신 태양광이나 풍력을 이용한 에너지 공급 방식의 원조가 필요하다는 점을 깨달았습니다. 에티오피아나 르완다 등 에너지가 필요한 여러 개도국들이 이런 시스템을 도입하면 한국의 관련 기업들이 진출할 기회도 생길 것입니다."

최근 정부가 지향하는 경제 개발 방식인 녹색 성장 취지에 맞춰 녹색원조(Green Aid)를 추진하겠다는 말이다.

그에게 "어떤 기준에 따라 지원 대상국을 정하느냐"고 물었다.

"작년 KOICA 이사장 취임 후 무상원조의 네 가지 기준을 명확히 정립했습니다. 첫째, 한국이 은혜를 갚을 줄 아는 나라라는 인식을 심어주기 위해 우리가 어려웠을 때 우리를 도와준 나라, 특히 6.25에 참전했던 나라들 가운데 경제발전이 뒤쳐진 나라를 돕고 있습니다."

아프리카의 에티오피아와 남미 콜롬비아, 아시아 필리핀 등 3국이 이에 해당한다. 얼마전 콜롬비아에 새로 KOICA 사무소가 문을 열었다.

"이런 나라들을 좀 더 신경 써 도와줌으로써 한국이 은혜를 갚는 국가라는 인식이 확산되면 국가브랜드를 올리는 데도 도움이 될 것입니다."

KOICA 무상원조의 두 번째 원칙은 아시아를 돕자는 것이다.

"이 대통령께서 오래 전부터 얘기해 온 것이 아시아는 한국의 앞마당이라는 것입니다. 아시아 국가들이 다 잘 살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죠."

무상원조의 세 번째 원칙은 국민 혈세로 외국을 도움으로써 우리 세원에도 보탬이 될 수 있도록 자원 있는 나라를 도와주자는 것이고 네 번째는 전쟁으로 관계를 맺은 베트남 등 외교전략 차원에서 원조 대상국을 정하자는 것이다.

최근 국정의 화두인 국가브랜드를 높이는 문제로 화제를 돌려 국가 브랜드를 높이기 위해서는 어떤 변화와 노력이 필요한가를 물었다.

"대한민국 경제력은 세계 13위인데 국가브랜드 순위는 33위에 머물고 있습니다. 경제력과 괴리가 있지만 앞으로 따라잡을 것입니다. 우리 경제가 너무 급속하게 발전하면서 국가브랜드가 미처 못 따라왔을 뿐입니다. 양질의 물건을 생산해 파는 것도 중요하지만 한국 국민들이 신사의 나라, 점잖고 교양있는 국민이라는 인식을 심어줘야 합니다."

그는 "한국의 자원봉사자들이 브라질 아마존 밀림까지 가서 활동하고 있다"면서 KOICA의 무상원조 사업이야말로 국격(國格)을 높이는 중요한 사업임을 강조했다.

KOICA가 병원과 학교를 지어주고 농어촌 소득증대 사업을 전수함으로써 한국의 국가 이미지를 높이고 있다는 것이다.

박 이사장은 "해외에 살고 있는 한국민들이나 관광객들이 세계 오지 어디를 가도 한국 병원이나 직업훈련원 등을 볼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한국의 위상을 알리는 한국 인지 사업에도 힘쓰겠다는 말이다.

그러면서 그는 △페루 마추픽추 가는 길목 코라오의 한국도자기마을 △페루 수도 리마의 빈민촌인 파차쿠텍에 지은 병원 △중국 베이징 부근 만리장성에 조성된 한-중 우의림 △이집트의 세계적인 휴양지 룩소르에 지은 중등기술학교 △세계문화유산의 하나인 캄보디아 앙코르와트 사원 외곽의 우회도로 건설 등을 실례로 들었다.

이들 현장의 기념비에는 태극기와 원조수혜국 국기가 나란히 새겨져 있다. 박 이사장은 지난달 중국 방문 때도 기념비에 태극기와 오성홍기를 새겨줄 것을 요청했고 중국 정부도 동의했다.

한국의 젊은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을 청하자 박 이사장은 "해외 원조사업과 자원봉사에 대한 젊은이들의 인식이 많이 달라졌고 동참하려는 이들이 많다"면서 "해외 봉사는 새로운 블루 오션으로 이 분야에 헌신함으로써 세계관을 넓히고 세계무대로 나아가는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이사장은 무상원조 전담 기관장으로서 큰 보람을 느끼고 있었다.

"58개국 사업 현장에 국민들이 낸 세금으로 학교와 병원, IT센터 등을 지어주면서 30년 외교관 생활에 느끼지 못했던 보람을 느낍니다. 캄보디아 제방 사업으로 3모작을 가능케 했고 페루 리마 파차쿠텍 빈민촌에 병원을 지어 모자사망률을 크게 낮췄으며 페루에 도자기마을을 지어 한국을 알리고 주민들의 소득을 높여준 것은 참 잘 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박대원 KOICA 이사장 프로필

1947년 경북 포항 출생. 1974년 연세대 정외과를 졸업하고 그 해 외무고시(8회)에 합격했다. 외교부 경제협력 1과장과 경제국 심의관,캐나다 토론토 총영사 등을 지냈고 알제리 대사를 끝으로 외교관 생활을 마감했다. 알제리 대사 시절인 2005년 불어로 알제리 2028, 부자나라 부자국민(LAlgerie en 2028, Le Defi Relev)을 내 알제리 최고 저술상을 받았다.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 시장으로 재직할 때 서울특별시 국제관계 자문대사를 지냈다. 이 대통령이 한나라당의 대선 후보였을 때 선거 캠프에 합류했고 이 대통령 당선인 시절에는 의전팀장으로 일했다. 지난해 5월 외교통상부 산하 기관인 KOICA의 제8대 총재(현재 이사장)에 임명됐다.(정리=강진욱 기자)

jamieh@yna.co.kr

kjw@yna.co.kr

촬영.편집: 김영훈 VJ, 지용훈 VJ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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