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덕 "판타지 결합된 행복한 영화 만들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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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번째 작품 숨 내달 19일 개봉

(서울=연합뉴스) 홍성록 기자 = 김기덕(47) 감독이 영화 숨(제작 김기덕 필름)으로 돌아왔다.

지난해 영화 시간을 개봉하면서 "관객 20만 명을 동원하지 못하면 앞으로 국내에서 작품을 개봉하지 않겠다"고 선언했고, 괴물 폄훼 발언으로 은퇴 의사까지 밝혔던 그였지만 다시 국내 관객과 작품으로 만나겠다고 결심한 것.

그는 1월 열린 숨 현장공개 행사에서 "시간을 통해 열렬한 지지를 보내준 3만 관객의 소중함을 깨달았다"면서 숨의 국내 개봉 의사를 밝혔다.

김 감독의 14번째 영화 숨은 형 집행을 앞둔 사형수와 남편의 외도를 목격하고 실의의 빠진 여자와의 러브 스토리. 리안(李安) 감독의 와호장룡으로 국내에 널리 이름을 알린 대만스타 장전(張震)이 사형수 장진 역을, 해안선 봄여름가을겨울 그리고 봄에 출연한 박지아가 여자 주인공 연을 각각 연기했다. 연의 남편 정 역은 용서받지 못한 자 시간 구미호 가족 등을 통해 주목받는 배우로 성장한 하정우가 맡았다.
30일 오후 서울 종로 스폰지하우스(시네코아)에서 진행된 숨 기자시사회에 김 감독은 이례적으로 선글라스를 끼지 않은 채 참가했다. 부드러워진 말투와 유머로 기자간담회를 이끌기도 했다.
그는 지난해 은퇴 발언 등과 관련해 "우리는 인생을 살아가면서 많은 것을 배운다. 그 동안의 시간은 내게 어둠이 밝음이었고 밝음이 어둠이었다는 역설적인 철학을 배우는 시기였다"고 고백했다.
다음은 기자들과의 일문일답.
--장전은 대사가 없는 역할이다. 언어문제 때문인가.
▲그런 면도 없지 않다. 영화를 하면서 함께 작업한 배우ㆍ스태프를 잊지 않는다. 악어 때 인연 맺은 촬영기사를 섬에서 촬영감독으로 썼다. 배우도 마찬가지다. 5년 전 베니스 영화제에서 만나 장전과 영화 출연 얘기를 했고 이번에 그 약속을 지켰다. 장전 이외에도 많은 외국 배우가 기다리고 있다. 한국 영화는 언어문제가 해결돼야 하기 때문에 외국 배우들의 출연이 쉽지 않다.
장전의 대사가 없는 것은 언어적 문제 때문이기도 하지만 본질적으로는 대사를 없애는 것이 캐릭터를 구축하는 데 더 효과적이라는 판단에서였다. 침묵과 웃음이라는 대사를 통해 더 깊은 감정을 끌어낼 수 있다고 믿었다.
--이번에도 교도소 보안과장 역으로 출연했다.
▲내 영화는 우발적으로 시작해서 우발적인 결말로 끝을 맺는다. 그렇다고 우발적으로 출연하는 것은 아니다(웃음). 봄여름가을겨울 그리고 봄에 20분 등장했는데 그때 연출부 투표에서 60%의 지지를 얻었다.
이번에도 연출부에서 선정한 것이다. 스태프들이 "감독님이 하시면 좋을 것 같다"고 해서 "그래야 되겠지"라며 응했다(웃음). 영화에서 보안과장이 모니터를 통해 면회실에서 남녀 주인공이 만나는 장면을 지켜보는데, 인생의 무대를 본다는 생각으로 촬영했다. 보안과장은 갈등과 오해, 이해의 반복을 지켜보는 시선이다.
--같은 배우와 여러 작품을 함께 한다.
▲배우에게 애정이 많다. 조재현 씨와 다섯 편을 했는데 훌륭한 배우라고 생각한다. 좋은 배우를 만나면 놓치고 싶지 않다는 욕심이 생긴다. 다른 감독이 배우의 숨겨진 이미지를 먼저 훔쳐버리면 아깝지 않겠나. 하정우 씨와는 이번이 두 번째 작업인데 주인공이 아니라 출연을 제의하기가 쉽지 않았다. 믿을 수 있는 배우라 어렵게 제의했고 출연에 응해줘서 고마울 따름이다.
--지난해보다 많이 부드러워진 느낌이다. 심경의 변화가 있었나.
▲우리는 인생을 살아가면서 많은 것을 배운다. 어둠이 밝음이었고 밝음이 어둠이었다는 역설적인 철학을 배우는 그런 시기였다.
지난해 "내 영화가 관객 20만 명을 넘기지 못하면 앞으로 국내에서 개봉하지 않겠다"라는 발언은 관객에 대한 물리적인 욕심보다는 한국 영화의 다양성 문제에 초점이 맞춰진 말이었다. 1천만 관객 중 50분의 1의 관객이 다른 길(영화)로 가는 것도 흥미롭지 않겠나.
--숨은 어떤 영화인가.
▲개인적으로는 어렵게 찍은 작품이다. 일본 투자가 막혀 내 작품의 해외판매 회사인 시네클릭아시아와 배급을 맡은 스폰지, 그리고 개인 돈을 합쳐 총 3억7천만 원으로 완성한 영화다. 9회차에 촬영을 마쳤다. 숨을 통해 많은 실험을 했다. 어렵지만 저예산으로 영화를 찍는 방법을 터득했고 이에 대한 자신감도 얻었다. 제작비를 줄이는 것이 한국 영화가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작품에서 시간이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어떻게 해석해야 하나.
▲물리적 시간을 길게 늘림으로써 심리적 시간을 보여주고 있다. 100원으로 살 수 있는 물건은 거의 없지만 100원을 감정을 가지고 환산하면 엄청난 가치가 생긴다. 우리에게 판타지가 없다면 굉장히 불행할 것이다. 심리적인 세계는 우리에게 행복을 준다. 내 영화는 리얼리즘과 판타지를 결합한 영화이고 앞으로도 계속 이런 유형의 영화를 찍을 생각이다. 시놉시스 형태로 갖고 있는 작품이 10여 편 되는데 모두 영화화하고 싶다.
영화 숨은 내달 19일 개봉된다.
sunglok@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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