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만에 연극 시련 연출 윤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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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이주영 기자 = "뮤지컬에서 느끼지 못했던 연극의 맛을 다시 느끼고 이를 좋은 배우들과 매일 나누고 있어서 참 행복합니다."

아일랜드 세일즈맨의 죽음 등 많은 화제작을 연출한 연극계의 거장 윤호진(59.극단 에이콤 대표)씨가 15년 만에 연극 무대로 복귀한다.

92년 신의 아그네스를 끝으로 연극 무대를 떠나 명성황후 아가씨와 건달들 등 뮤지컬 제작에 힘썼던 그가 복귀작으로 들고 온 것은 아서 밀러의 시련. 11일-29일 예술의전당 토월극장에서 관객들을 만난다.

1692년 미국 매사추세츠주 세일럼에서 실제 있었던 마녀 재판을 토대로 한 시련(1953)은 1950년대 미국에 몰아친 매카시즘의 집단적 광기와 개인의 인권유린을 비판한 작품이다.

엄격한 청교도 마을인 세일럼에서 발가벗은 채 춤추고 혼령을 불러내는 어린 소녀들의 놀이로 촉발된 사람들의 광기는 마녀 색출이라는 명목 하에 죄없는 사람들을 처형시키는 도구로 사용된다.

정의와 신념을 대표하는 중심 인물 존 프락터는 TV와 드라마를 오가며 선 굵은 연기를 펼치고 있는 김명수가, 비극의 발단을 주도한 아비게일 윌리엄즈는 격정만리와 마리화나 등에서 인상 깊은 연기를 펼친 이승비가 맡았다.

그에게 이번 작품은 조금 특별한 사연이 있다. 1970년대 말 유신 체제 하의 인권문제를 다뤄보고 싶어서 시련을 준비하다 10.26 사태가 벌어지는 바람에 중단해야 했기 때문이다. 5공 군사 정권 때도 당국의 견제로 무대에 올려지지 못했다.

30여 년이 지난 만큼 한국 사회의 정치적 상황이 달라졌지만 그는 전달하려는 메시지의 본질은 변한 것이 없다고 말했다.

"양심의 문제는 오히려 지금이 더 심각하다고 생각해요. 나만 잘 살아보자는 생각이 문제점을 야기하고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권력에
희생당하고 있습니다. 대선 정국과도 맞물려 생각해볼 수 있죠. 미래 지도자가 프락터(정의와 신념을 대표하는 인물)와 같은 정신을 갖고 있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그는 "생각 같아서는 법조인과 대선 후보, 인혁당 사건 피해자 등이 첫날 공연을 함께 봤으면 좋겠다"라면서 "판ㆍ검사 임용 전에 필수 교양 과목으로 이 연극을 보면 앞으로 더 좋은 판결을 내리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번 작품은 연극의 진지함과 연극의 상상력을 관객들에게 제대로 보여주기 위해 무엇보다 배우들의 연기에 초점을 맞췄다. 또 프롤로그 등 몇 장면을 제외하고는 원작을 그대로 가져와 순수 공연 시간만 3시간 5분에 이른다.

"원작의 강렬한 느낌을 잘 살린다면 관객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줄 수 있을 것 같아요. 1977년 연극 아일랜드 초연 때 관객들이 충격 때문에 연극이 끝나도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거든요. 이번에도 제대로만 간다면 관객들이 쉽게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하지 않겠느냐는 생각이 듭니다."

뮤지컬 쏠림 현상이 보이는 최근 공연계에 연극의 바람을 일으키고 싶다는 윤씨는 앞으로 매년 1편 정도의 연극을 선보이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그간 극단 에이콤 빚 갚느라 힘들어서 빚만 갚으면 연극해야지 했는데 그게 15년이 걸렸네요.(웃음) 내년에는 카프카의 심판과 같은 작품을 해보고 싶어요. 시련이 연극계가 다시 살아날 수 있는 전환점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제작 예술의전당. 원작 아서 밀러. 번역 김윤철. 출연 김명수 이승비 정수영 정동환 권성덕 김진태 손봉숙 등. 평일 오후 7시30분ㆍ주말 오후 3시.(월요일 공연 없음) 1만5천-3만5천원. ☎02-580-1300.
nann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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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9.04 02:51共感(0)  |  お届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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