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이지2010뮤지컬 오! 당신이... 연출가 장유정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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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강일중 편집위원 = 야무지다. 당차기도 하다. 뭔가 일을 낼 것 같은 생각도 든다. 서울 대학로 예술마당에서 오픈런(종료시기를 정해 놓지 않고 공연을 하는) 방식으로 공연중인 인기뮤지컬 오! 당신이 잠든 사이의 연출가 장유정 씨를 보면서 받은 느낌이다.

이달초부터 장 연출은 7명의 출연배우 전원을 교체해 새로운 모습의 오! 당신이...를 선보였다.

"배우들이 보통 아무리 길게 해도 7개월 이상 할 수 없습니다. 매너리즘에 빠지기도 하고, 다른 공연을 하고 싶은 마음도 있겠구요. 오디션을 통해 (뮤지컬) 지하철 1호선, 모스키토 등에서 김민기 선생님과 함께 작업했던 3명을 포함해 4차팀 7명을 모두 새로 뽑았어요. 기본기가 아주 탄탄한 배우들이죠."

잦은 함박웃음의 장 연출은 이번 4차팀 배우들의 팀워크에 대해 매우 만족해 하는 표정이다. 오! 당신이...는 지하철 1호선 처럼 개인기 보다는 앙상블이 중요한 작품이다. 작품 자체가 어느 특정 배우의 역이 두드러지는 것이 아니라 극이 진행되면서 주역이 계속 바뀌어나간다.

이 작품의 대본과 노랫말 까지 쓴 장 연출은 현장을 매우 중요하게 여긴다. "취재를 워낙 좋아하고 취재만이 살 길이라는 점을 일찍 터득했어요. 글은 발로 쓰는 것이지 머리로 쓰는 것이 아니더라구요."

오! 당신이... 얘기도 충북 음성의 꽃동네에서 자원봉사 생활을 한 경험이 토대가 됐다.

"작품 소재를 얻기 위해 자원봉사를 간 건 아니었어요. 정신적으로 꽤 힘들었던 때가 있었는데 마침 동생이 꽃동네에 한 번 가보라 하더라구요. 원래는 일주일만 있으려 갔는데 자원봉사 인력이 달려서 그만 발목이 잡혔어요. 결국 한 달 정도 있었죠."

그는 나중에 봉사가 다시 하고 싶어 꽃동네에 가보려 하던 차에 다리가 부러지는 사고를 당한다. 하릴없이 집에서 빈둥대다 작품구상을 하게 된 거라는 것이 그의 얘기다.

그렇지만 그는 뮤지컬 오! 당신이...에 표현된 꽃동네 중환자실의 모습은 실제와는 너무 다르다고 한다.

"거의 죽어가는 사람들 하루종일 시중을 들어야 해요. 그런 사람들은 기름칠 안해주면 거의 타요. 욕창이 생기지 않도록 환자의 허리를 들어주어야 하고... 다른 데 병원의 환자 보다 아픔이 훨씬 더 깊어요." 극중에서는 한 방에 환자가 3명 있지만 실제 자신이 자원봉사를 했던 곳은 넓지 않은 공간에 침대가 여덟개가 있었고 침대 가운데에 6명이 이부자리를 깔고 자는 등 모두 14명의 환자가 있었다고 한다.

국내건 해외건 1년에 한 번씩은 꼭 가는 긴 여행 역시 작가로서의 상상력에 불을 지피는 역할을 톡톡히 한다.

"몽골에 갔다가 사막에서 고립된 적이 있었어요. 프랑스 사람 2명 한국 사람 3명 몽골인 2명 인도인 한 명이 있었는데 사막에서 모닥불을 피어놓고 서로들 많은 얘기를 했죠. 그 때의 얘기가 나중에 사막이라는 연극 대본으로 만들어졌어요."

오! 당신이...와 마찬가지로 그가 쓰고 연출해 큰 인기를 끌고 있는 김종욱 찾기 역시 인도여행 때 경험을 작품화했다.

"개인적으로 동유럽이 제 취향인 것 같아요. 한 번은 슬로바키아에 갔다가 한국까지 비행기를 안 타고 혼자 왔어요." 슬로바키아에서 라트비아, 폴란드, 에스토니아, 러시아, 몽골, 중국을 거쳐 한국에 왔다는 거다. "버스나 기차를 타고 국경을 넘어다녔죠. 몽골에서는 중국 국경을 말을 타고 통과했어요. 중국에서는 한국으로 배타고 왔죠." 그가 얼마나 모험끼가 있는 지 금방 느낌이 온다.

지금은 끼를 많이 억누르고 평범하게 사는 편이라는 것이 웃으면서 하는 본인의 얘기다.

그의 작품을 수십번 씩 보는 관객도 있다고 한다. 그런 사람들을 의식해 작품을 늘 새롭게 해야 하는 부담이 있지 않느냐는 물음에 그는 자신이 관객들에게 친절한 연출자는 아니다라고 말한다.

"제 생각으로는 배우가 진정 잘 노는 것은 관객이 있는지 없는지 모르고 노는 거예요. 관객이 이렇게 하니까 울더라 또는 웃더라는 것을 알고 여우 처럼 연기를 하면 그때부터는 변질이 돼요. 관객을 따라가면 시대를 뛰어넘는 작품을 만들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관객을 뛰어넘지는 못하더라도 최소한 시대와 발을 맞추고 싶지, 쫓아가고 싶지는 않아요."

이번에 새 배우들과 함께 오! 당신이...를 연습할 때도 그의 이런 생각은 그대로 반영됐다.

"4차팀 배우들이 3차팀이 연습한 것을 본 거예요. 이렇게 하면 관객들이 웃고 저렇게 하면 관객들이 운다는 답안지를 먼저 봐 버린거죠. 그러다보니 3차팀과 똑같이 하려는 거예요. 그래서 대본을 던져놓고 즉흥적으로 연습하도록 했어요."

지난 12일 목요일 저녁. 황사가 들어있는 비가 30㎜까지 내릴테니 되도록이면 외출을 삼가라는 일기예보가 방송을 통해 전날부터 귀따갑게 들리던 날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날 예술마당 4관 오! 당신이... 공연장은 관객들로 가득채워졌다. 영상촬영을 위해 확보해 두었던 자리 마저 밀려들어오는 유료관객에게 내어줘야 했다.

극 중 닥터리의 대사가 문득 생각난다. "상처는 깊이만 있지 크기가 없어서 누구 것이 더 큰 지 비교할 수가 없대요." "드레싱 해드릴까요? 당신의 슬픈 상처 당신의 오랜 아픔, 드레싱 해드릴까요?"

◇ 연출가 장유정은

▲1976년생. 조선대학 국문과를 졸업한 후 한국예술종합대학교 연극원에서 연극을 전공했다. 극작은 2002년에 쓴 송산야화가 데뷔작. 연출데뷔작은 저기 소리없이라는 연우무대 워크숍 작품이지만 본격적인 연출작품은 자신이 대본과 노랫말을 쓴 김종욱 찾기가 처음. 장 연출의 표현을 빌리면 그동안 쓴 작품이 무대에 올리지 않은 작품은 있어도 실패한 작품은 없다. 운이 좋았기 때문이라는 것이 그의 말이다. 오! 당신이..,와 김종욱 찾기는 오픈런방식으로 공연이 이뤄지고 있다. 일 외에 현재 가장 하고 싶은 일은 남미 콜롬비아로 여행 떠나는 일. 장래에는 물랑루즈 같은 멋진 뮤지컬영화를 만들어보는 것이 꿈이다. 현재는 멜로드라마라는 타이틀의 작품을 쓰고 있다. 지난 2월 컴퓨터시스템엔지니어로 미국계회사의 한국지사에 근무하는 이형봉(32) 씨와 결혼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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