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망산업현장 - ㈜에이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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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연합뉴스) 김병조 기자 = "하나의 기술에서 끊임없는 창조를"
열전도 기술인 `히트파이프(heat pipe)를 개발한 연구원 3명이 의기투합해 세운 회사가 창업 8년 만에 연매출 100억 원을 웃도는 중견기업으로 성장했다.
대전 유성구 화암동 대덕연구단지에 자리한 냉각장치 생산업체인 ㈜에이팩은 직원 100여명이 국내는 물론 일본과 미국, 프랑스, 네덜란드 등 세계 각국을 무대로 지난해 154억원의 매출 실적을 쌓았다.
특히 에이팩의 핵심기술인 `히트파이프는 컴퓨터와 프린터의 핵심기술로 자리잡고 있다.
송규섭(50) 대표이사는 "오는 2010년에는 매출액 1천억 원을 달성해 세계 최고의 냉각장치 전문기업으로 성장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 기술로 승부 = 연구단지 내 5천 평 부지에 본관과 생산공장 등 건물 3동을 갖춘 어엿한 중견기업으로 성장한 에이팩은 1999년 7월 대전 KAIST 벤처창업센터의 좁은 사무실에서 출발했다.
당시 정보통신부, 한국전자통신연구소 등이 추진하던 전자제품 냉각장치 개발프로젝트가 참여기업의 사정으로 중단되자 송규섭 대표 등 연구원 3명이 `우리가 관련 기술을 개발하자고 의기투합해 회사를 설립한 것이다.
송 대표 등이 보유하고 있던 기술은 동파이프 안에 작동유체라는 액체를 주입함으로써 한쪽 끝에서 가해진 열이 손실 없이 순식간에 반대쪽 끝까지 전달되는 `히트파이프(heat pipe) 기술이었다.
에이팩은 이 기술을 활용해 컴퓨터 작동과정에서 발생하는 열기를 히트파이프를 이용해 밖으로 빼낸 뒤 쿨링팬(cooling pan)에서 공급하는 바람으로 식혀주는 방식의 냉각장치를 개발했다.
1990년대 중반 일본에서 이 히트파이프 기술을 활용해 노트북 컴퓨터의 냉각장치를 개발했지만 데스크톱 컴퓨터에 히트파이프 기술을 적용하고 이를 상용화한 것은 2001년 에이팩이 처음이었다.
송 대표는 "컴퓨터 사양이 높아지면서 처리속도가 빨라졌고 열도 많이 발생했기 때문에 이 열을 어떻게 식히느냐가 관건이었는데 해결책을 내 놓은 것이 바로 히트파이프였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에이팩은 창업 2년여 만인 2001년 10월 드디어 냉각장치를 본격적으로 생산하게 됐으며, 이후 5년여만에 국내 컴퓨터 냉각장치 시장의 절반 가량을 점유하게 된다.
◇ 삼성과 `합작으로 도약 = 히트파이프 기술은 단지 컴퓨터 냉각장치에만 쓰이는 것이 아니었다. 열을 손실 없이 순식간에 전체로 골고루 전달할 수 있다는 히트파이프의 특성은 곧 프린터에도 적용됐다.
프린터의 원리는 인쇄용 가루를 종이에 뿌린 뒤 롤러로 다리미질 하듯 고열로 압착해 종이에 인쇄하는 것으로, 압착기능을 하는 롤러(roller)가 종이 전체에 얼마나 균일한 온도로 고열을 가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었다.
에이팩은 2000년 한 학회에서 `히트파이프 원리를 설명하는 자리를 가졌다. 당시 새로운 프린터 개발에 주력하던 삼성 측 관계자들이 이들의 발표를 관심 있게 지켜봤고 즉각 에이팩 관계자에 면담을 요청했다.
송 대표는 "대표인 나도 못 들어오게 한 채 삼성 관계자들이 우리 측 핵심 연구개발자 2명과 회의실에 들어가더니 한나절 동안 면담을 하더군요. 결국 삼성은 우리와 함께 새로운 프린터용 롤러를 개발하자는 뜻을 밝혔고 본격적인 사업에 추진됐다"라고 당시 상황을 소개했다.
삼성은 아예 직원 1명을 에이팩에 파견하고 프린터 전용 생산설비까지 설치해줬다. 이들은 2년여에 걸친 제품개발과 안정성 테스트를 거쳐 드디어 2002년 히트파이프 기술을 적용한 프린터용 롤러 개발에 성공했다.
◇ 해외시장 개척 = 독자기술로 제품개발에 잇따라 성공한 에이팩은 해외시장으로 눈을 돌렸다.
물론 해외시장 개척은 쉽지 않았다. 해외에서 열리는 각종 신제품 전시회를 찾아다니며 컴퓨터 냉각장치 홍보에 주력했으나 외국 구매자들의 반응은 냉담했다.
그러나 에이팩은 좌절하지 않았다. 에이팩은 삼성과 LG 등 국내업체 납품을 늘려 실적을 쌓는 한편 해외홍보도 꾸준히 진행해 마침내 2004년 세계적인 전자장비업체인 미국의 Sanmina사에 컴퓨터 냉각장치를 납품하는데 성공했다.
한번 세계적 기업에 납품한 경력이 쌓이자 해외판로는 쉽게 열렸고 일본과 중국, 홍콩, 대만 등 아시아권 국가는 물론 유럽시장까지도 차츰 발을 넓혔다. 지난해 4월에는 인텔사가 직접 에이팩에 300만 달러를 투자하기에 이르렀다.
송 대표는 "세계시장에서 중소기업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세계적인 유수회사와 거래한다는 브랜드파워가 필요한데 Sanmina사와 인텔과의 거래는 우리에게 큰 보증수표가 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 끊없는 도전 = 연매출 20억 원에도 미치지 못했던 2001년 어느 날 송 대표는 직원들과 회식을 하면서 "매출 100억 원을 달성하면 우리 모두 백두산에 가자"고 선언했다.
그리고 4년 만인 2005년 드디어 매출 115억 원을 달성하자 송 대표는 당시 회식자리에 함께 있었던 직원들에게 백두산 여행을 다녀오게 해주었다.
"앞으로 2010년에는 연매출 1천억 원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그때는 지금 일하고 있는 100여 명 전 직원과 함께 백두산을 가보려 합니다"
1999년 창업 및 냉각장치 개발착수, 2000년 프린터용 롤러 개발착수, 2001년 컴퓨터 냉각장치 상용화, 2002년 프린터용 롤러 상용화.
창업이래 끊임없이 새로운 과제에 도전해온 에이팩은 히트파이프를 이용한 또다른 도전을 시작했다. 바로 히트파이프 원리를 이용한 `진공관형 태양열 집열기 개발이다.
송 대표는 "차세대 에너지원으로서, 또 차세대 주력상품으로서 태양열 집열기는 충분히 승산이 있다"며 "특히 태양열 집열기 개발이 중요한 도전과제"라고 말했다.
그는 "연구를 해오던 사람은 일을 멈출수 없는 모양입니다. 연구단지에 있는 다른 회사들도 마찬가지죠. 작은 성공보다는 알 수 없는 미래를 향한 새로운 도전이 더욱 매력적이니까요"라며 환하게 웃었다.
kbj@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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