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篆侍)의 뜻을 아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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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편지 낱말 사전 편찬중인 고문서학자 하영휘 씨

(서울=연합뉴스) 김승욱 기자 = 전시(篆侍) 평안하십니까는 옛 선비들이 편지(간찰 簡札)를 주고 받을 때 일상적으로 사용한 표현이지만 오늘날 뜻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

전자 전(篆)은 본래 전서(篆書 중국 주ㆍ진 대의 한자체)를 뜻하는 한자지만 여기서는 지방관으로 나감을 의미한다. 또 모실 시(侍)는 전자 전(篆)과 함께 쓰일 때 모시는 대상을 부모님으로 한정한다.

즉 전시(篆侍) 평안하십니까는 지방관으로 임명돼 부모님을 모시는 중에 잘 지내십니까라는 뜻이 된다.

분명 한글임에도 인터넷 용어를 알지 못하면 젊은 세대의 표현을 이해하기 힘들 듯이 간찰에 쓰이는 단어의 용법을 모르면 한문학과 교수라 한들 뜻을 파악할 수 없다.

고문서학자 하영휘(52) 씨는 지인들과 함께 옛 편지 속에 담긴 단어의 용례를 해설ㆍ정리한 옛 편지 낱말 사전 편찬 작업을 진행 중이다.

"옛 편지, 즉 간찰은 격식에 얽매이지 않고 붓 가는 대로 쓴 글입니다. 그만큼 내용이 다양하고 풍부하지요.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뿐만 아니라 관혼상제, 의식주, 농사, 질병, 선물 등 모든 분야를 포괄해 생생하고 풍부한 어휘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하 씨는 10년째 사단법인 우리문화사랑에서 옛 편지를 주제로 강의하고 있다. 강의를 듣던 제자들이 하씨의 간찰 용어 해설을 정리한 노트를 건네며 "사전으로 엮으면 좋겠다"라고 권한 것이 계기가 돼 편찬작업에 나서게 됐다.

8명의 지인과 함께 온라인으로 연구성과를 올리고 2주에 한 번 만나 토론하는 작업을 벌인 지 올해로 3년째다.

하 씨는 옛 편지 낱말 사전을 현존하는 개인 편찬 자전(옥편) 가운데 가장 뛰어나다고 알려진 모로하시 대한화사전과 어깨를 견줄 수 있는 수준으로 펴낼 생각이다.

"함께 작업하는 연구자들끼리 앞으로 3년으로 선을 그었습니다. 3년 안에는 첫 결과물을 선보인다는 각오지요. 하지만 이런 작업은 거의 반영구적인 작업이지요. 기력이 다하는 날까지 사전을 손 볼 생각입니다."

하 씨가 간찰 연구에 매진할 수 있는 까닭은 그가 국내에서 초서(草書)를 해독하는 데 첫손가락에 꼽히는 실력자이기 때문이다.

간찰은 오늘날 필기체에 해당하는 초서로 쓴 경우가 대부분이다. 좋게 말해 개성이 강하지만 나쁘게 말하면 제 멋대로 휘갈긴 글자를 해독하지 못하면 연구 자체가 불가능하다.

하 씨는 개인문고인 아단문고에서 17년간 연구실장으로 근무하면서 수없이 많은 고문서를 접했다.

"초서 해석에는 딱히 왕도가 없습니다. 초서의 모양을 잘 기억하는 건 부수적인 요소고요. 그저 많이 접하는 방법뿐이지요. 그 후에는 옛 법도와 문서 양식 등에 대한 배경지식을 풍부하게 갖춰야지요."

2006년 아단문고를 사임한 하 씨는 16일 개인연구소로 사용하던 서재에 가회고문서연구소라는 현판을 붙이고 조촐한 현판식을 가질 예정이다.

"자유로운 몸이 됐으니 연구소에 이름 하나 정도는 붙여도 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스스로 나태해지는 것을 경계한다는 의미도 있고요. 공동작업을 하는 지인들과 함께 간다는 의미도 담았습니다."

하 씨는 가회(佳會)라는 동네 이름이 마음에 들었다고 말한다.

"아름다운 모임이라는 뜻이지 않습니까. 지인과 함께 아름다운 연구를 계속하라는 뜻으로 받아들였습니다."
kind3@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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