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고교 강단에 선 소설가 이문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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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연합뉴스) 김계환 특파원 = 미국 하버드대학에서 연수중인 소설가 이문열씨가 29일(현지시각) 뉴저지주 사립학교인 페닝턴스쿨에서 자신의 작품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에 대해 학생들과 토론의 시간을 가졌다.

이씨는 이날 특별 초청수업에서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을 통해 4.13 호헌 조치에 대한 한국 지식인들의 황당함과 당혹스러움을 묘사함으로써 한국 사회가 갖고 있는 진실의 모퉁이를 보여주고 싶었다고 설명하면서 작품에 대한 학생들의 질문에 응했다.

학생들은 어떻게 이 소설의 아이디어를 처음 구상하게 되었는지, 지금 이 소설을 다시 쓴다면 어떤 부분을 바꿀 생각인지, 당시에 출판에 문제가 없었는지 소설 속 인물인 엄석대와 담임선생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이냐, 지금 시점에서도 이 작품이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느냐 등 다양한 질문들을 쏟아내 이씨 작품에 높은 관심을 나타냈다.

이에 대해 이씨는 권선징악으로 소설을 마무리한 것은 교훈을 주기 위한 것이 아니라 당시 한국 지식인의 황당함을 있는 그대로 절실하게 표현하기 위한 것이었다면서 소설을 다시 쓴다고 해도 결론부분은 바꾸지 않겠지만 현재 한국 상황에 비춰 다시 소설을 쓴다면 낙관적으로 쓰고 싶다고 말했다.

이씨의 수업을 들은 11학년생 그레시아 르네라 양은 책을 읽으면서 궁금한 점이 많았는데 원작자로부터 모든 대답을 들을 수 있어서 매우 유익한 시간이었다며 고마움을 표시했다.

담당교사 마이클 키오는 친구의 소개로 이씨의 작품을 교재로 선택했는데 학생들이 많은 관심을 보였다면서 학생들이 작가와 작품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됐다고 말했다.

이씨는 수업을 끝낸 뒤 미국 고등학교 학생들의 수업을 참관한다는 가벼운 마음으로 학교측의 요청에 응했으나 학생들이 인물을 설정한 배경과 숨겨놓은 관념을 정확히 알고 있어 놀랐다면서 수준이 뜻밖이어서 상당히 충격을 받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날 수업은 학생들이 미리 준비한 5개의 질문에 이씨가 대답하는 형식으로 40여분간 진행될 예정이었지만 학생들의 질문이 쏟아지면서 예정시간을 넘겨 한시간여 동안 이뤄졌다.

한편 하버드대 한국학연구소에서 연구 중인 이씨는 내년 말까지 체류허가를 받았지만 귀국일정에 대해서는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면서 앞으로 나올 작품의 밑천 마련을 위해 체류기간을 연장할 지 아니면 올 연말 귀국할 지 고민하고 있으며 9월쯤이면 결론이 나올 것이라고 밝혔다.

이씨는 그러나 국내 정치상황에 대한 질문에 "그런 질문에 대답 안 하려고 멀리 와 있는 것"이라면서 국내 정치에 별로 관심이 없다고 말했다.

이씨를 초청한 페닝턴스쿨은 1838년 뉴저지 남부에 세워진 역사 깊은 사립 중고등학교로 이씨의 작품을 이번 학기 동아시아 문학 교재로 채택해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kp@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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