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名人 - 가야금 제작자 고수환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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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연합뉴스) 김종량 기자 = "거문고가 남자를 상징하는 악기라면 가야금은 여자를 상징하는 악기라고 할 수 있죠. 여자(악기)에 미쳐 지난 40여 년 세월을 다 바쳤습니다"
가야금 제작 분야 전북도 지정 무형문화재 제12-4호인 고수환(高壽煥.57.전주시 덕진구 전미동)씨는 너털웃음을 지으면서 농담 한마디를 던졌다.
전주시에서 완주군 삼례읍으로 나가는 길 목 농촌마을에 자리 잡은 고씨의 작업장 겸 가야금 연구소(전주국악기)는 나무를 켜는 여느 목재소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말이 가야금 연구소이지 농가주택을 개조한 창고형 작업장이었다.
마당 한쪽에는 재료로 쓸 40-50년 된 재래종 오동나무 원목이 쌓여 있었으며, 그 옆에는 가야금을 만들 수 있는 크기로 절단된 널빤지(울림판)가 바람을 쐬며 하나의 악기로 태어날 날을 기다리고 있었다.
바닥에는 널빤지를 대패질 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대팻밥이 어지럽게 널려 있었고, 주변에는 톱과 대패, 줄자 등 작업 도구가 여기 저기 놓여 있었다.
고씨는 지난 수년 간 이 곳에서 국내 최고의 명품 가야금을 만들고 있다.
전북 정읍이 고향인 고씨는 열다섯 살 때 가야금 분야의 대가인 조정삼 선생의 공방에 들렀다 가야금 소리에 매료돼 악기장의 길로 들어섰다. 그 이후로 고씨는 한눈을 팔지 않았다. 그리고 후회도 하지 않았단다.
"제가 어린시절부터 나무 깎는 것을 좋아했습니다. 그러니 가야금 만드는 일이 힘들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즐거워습니다. 내가 아름다운 소리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사실에 보람도 느끼고요"
어릴적부터 손재주가 뛰어난 고씨지만 하나의 악기를 완성하는 데는 최소 5년이 걸린다.
"가야금도 사람과 같아요. 사랑과 정성을 쏟지 않으면 금방 음색이 변해요"
그래서 그는 지금도 좋은 재료를 구입하고 좋은 솜씨를 유지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다.
고씨는 양질의 재료를 구입하기 위해 재래종 오동나무가 자랄만한 지리산 깊은 산속 마을과 사찰을 자주 찾는다.
오동나무는 춥고 척박한 땅에서 자란 것이 좋다. 재질이 단단하고 좀이 슬지 않고 음색이 곱기 때문이다. 나무도 아무때나 베지 않는다. 겨울 잠에 들어가기 전인 입동(立冬)전에 베어 3년정도 진빼기를 한다. 이어 잘 마른 나무를 크기별로 자른 후 1년 이상 눈.비를 맞히며 또 다시 묵혀야 한다.
비틀어짐 현상이 나타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선 나무를 오래 묵힐수록 좋다. 이 같은 과정을 거쳐야 비로소 가야금 재료로서 가치를 지닌다.
가야금은 울림통과 밑판, 줄(현), 안족 등으로 구성되는데, 소리를 내는 울림통은 길게 절단된 오동나무 속을 일정한 두께로 파내 만들고 가야금의 뒷면을 덮는 밑판은 밤나무로 만든다.
가야금 줄은 생사를 삶은 후 꼬아서 만드는데 굵기가 달라야 음의 높낮이가 생긴다.
현을 퉁기거나 뜯었을 때 그 떨림을 울림통으로 전하는 매개체 역할을 하는 것이 `안족이다. 12개의 안족은 기계의 힘을 빌리지 않고 사람의 손에 의해 똑같이 다듬어져야 한다. 그래야 음이 흩어지지 않는다. 고씨는 울림판의 소리만 듣고도 판의 두께를 알 정도로 이 분야에서는 달인이 다 됐다.
고씨가 만든 가야금은 음색이 맑고 몇 년이 지나도 음이 변하지 않는게 특징이다.
악기의 생명은 음에 있다. 소리는 악기의 재료 선정에서부터 공정에 이르기 까지 함수관계를 갖고 있어 많은 경험이 필요하다.
"고등학교 때 가야금을 사간 학생이 어른이 돼 또다시 악기를 구입하러 찾아 왔을 때 가장 보람을 느껴요. 그만큼 저의 실력을 인정해 주는 거니까요"
고씨는 2003년에는 전설의 악기로 알려진 공후를 복원하기도 했다.
공후는 정확한 제작 연대를 알 수 없지만 국내 문학사상 가장 오래된 가요로 알려진 공무도하가(公無渡河歌)에 등장하는 악기다.
당시 고씨가 재현한 공후는 중국의 쟁과 우리의 전통 악기인 양금의 현을 합쳐 만든 23줄의 현악기로 한국적인 곡선미가 돋보이는 공명통과 소리를 조율할 수 있는 조음대, 전통 버선모양을 형상화 한 받침대 등으로 구성돼 있다.
이 공후는 당시 한 방송사의 공중파를 타고 전국에 방송돼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
고씨에게도 고민이 있다. 이수자를 정해 기술을 물려줘야 하지만 벌이가 되지 않고 정부 지원금도 한 달에 고작 10만원에 불과해 기술을 배우겠다고 나서는 사람이 없다.
"현대 악기에 밀려 언제 사라질지 모르는 우리의 전통악기의 명맥을 누가 이을지 걱정이 앞선다"고 고씨는 한숨을 쉬었다.
고씨는 40여년간 현악기 제작에 전념하면서 목재 마름질, 줄 꼬우기 등 악기 제작 전 과정에 걸쳐 전승되는 제작기능을 보유하고 있다. 이 같은 공로로 1997년 전라북도 무형문화재 제12호 악기장으로 지정됐으며 각종 공예대전에서 금상을 수상하는 등 수상경력도 화려하다.
1994년부터 3년간 한국국악협회 전북지부 부지부장을 맡아 국악발전에도 기여했으며 현재는 전북전승공예연구회 예맥 회장과 전북공예품경진대회 심사위원, 전주국악사를 운영하면서 전통국악기 제작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고씨는 "앞으로도 제가 할 일, 할 수 있는 일은 오로지 가야금을 만드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욕심내지 않고 천천히 우리 소리의 멋을 알리는 데 최선을 다하려고 한다"면서 가야금 산조 한 대목을 연주했다.
jr@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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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8.31 09:40共感(0)  |  お届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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