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만화 조선왕조실록 박시백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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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권 선조실록 출간..대장정 반환점 돌아

(서울=연합뉴스) 현윤경 기자 = "스포츠 중계처럼 역사를 중계하자는 기분으로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대하역사만화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휴머니스트)이 10권 선조실록 출간과 함께 대장정의 반환점을 돌았다.

유네스코가 선정한 세계기록문화유산 조선왕조실록을 원전으로 한 이 책은 2003년 7월 조선의 개국을 다룬 첫 권 발간을 시작으로 총 20권으로 기획된 시리즈.
꼼꼼한 연구로 조선 정사를 정면으로 다루면서도 재미와 박진감을 늦추지 않아 어린이 뿐 아니라 성인 독자까지 흡인하며 총 20여만권의 판매고를 올렸다.

작품을 처음 준비한 시점부터 따지자면 무려 7년이 걸려 마라톤의 절반 지점에 도달한 박시백(43) 화백은 9일 기자간담회에서 "이렇게 오래 걸릴 줄 알았으면 애초 시작을 않했을 것"이란 말로 외롭고 고된 작업이었음을 고백했다.

박 화백은 1996년부터 5년 간 한겨레신문에 따뜻함과 촌철살인이 공존하는 만평으로 인기를 끌었던 인물.

1990년대 후반 조선 시대를 그린 사극을 보면서 조선의 역사에 푹 빠진 뒤 2001년부터 만화 조선왕조실록 작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신문사를 그만둔 후 집에 틀어박혀 하루 12시간씩 조선왕조실록 국역 CD를 공부하고, 습작을 그리고 찢는 나날이 반복되다가 드디어 2003년 첫 출간의 기쁨을 맛봤고 이후 콘티부터 그림과 채색까지 모든 공정을 혼자서 해내는 고된 작업을 계속하고 있다.

"기존 드라마나 만화는 정사보다는 야사에 의존하고 있거든요. 조선 정치사를 만화로 그리되 철저히 실록을 바탕으로 그리겠다는 결심으로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정사에 기반하고 있지만 캐릭터를 구축하는 작가의 탁월한 능력과 시사만평가다운 통찰력으로 재미 또한 기대 이상이다.

"스포츠 중계처럼 역사를 중계하자는 느낌으로 작업을 하고 있어요. 실록에서 확인된 사실들로 흐름을 잡되, 스포츠 중계처럼 사건의 의미나 해설을 곁들여 재미를 주자는 전략이지요."

철저히 역사적 사실에 기초하다 보니 만화속 인물들은 드라마를 통해 고정된 인물 이미지와 완전히 상반된 경우도 있어 눈길을 끈다.

가령 TV 드라마에서 주로 유동근이 맡았던 태종은 박시백의 만화에서는 깡마르고 왜소하게 그려졌다. 이는 양녕(태종의 큰 아들)은 나와 달리 키도 크고 얼굴이 잘생겨 제왕의 모습을 타고 났다는 태종의 발언을 적은 실록에 근거한 것이다.

한편 이번에 내놓은 선조실록-조선엔 이순신이 있었다는 평균 5개월보다 무려 3개월이 더 걸려 작품을 기다리는 독자들의 문의 전화가 출판사에 빗발쳤다고 한다.
"길고 긴 작업의 반환점인 10권을 눈앞에 두게 되니 정말 빨리 끝내고 싶더라고요. 하지만 아홉 수에 걸린 운동 선수처럼 뭔가 꼬이기 시작했지요."

과도한 작업량과 스트레스 때문에 온몸이 아파와 밥 먹듯이 병원을 출입해야 했고, 선조실록의 부실함도 큰 애를 먹였다.

이처럼 어느 때보다 큰 산고 끝에 탄생한 10권 선조실록은 임진왜란이라는 큰 사건을 축으로 열정적 정치개혁가 이이, 작가가 하늘이 내린 인물이라고 표현하는 이순신, 자주 부화뇌동하는 의외의 면모를 보이는 류성룡 등의 인물이 등장한다.

"9권까지는 개인적인 감정이 별로 없었는데, 이번에는 개인적인 감정이 많이 개입됐습니다. 싸움 현장에서 오로지 나라만 알고 모든 것을 바친 사람이 있는 반면 그들에 대해 고마움을 느끼지 못하고 비난만 일삼는 대신들도 있어 분노가 치밀더군요."

약 500년의 조선왕조를 절반 가까이 조명한 그의 조선왕조, 조선 사회에 대한 평가가 궁금했다.

"현대를 포함하더라도 조선만큼 비판과 토론이 활성화된 시기가 없어요. 조선 전반의 세종, 세조 치세까지만 하더라도 백성의 삶에도 큰 관심을 기울이며 굉장히 건강한 시대를 구가했다고 봅니다."

현 시대의 시도자들이 모범으로 삼아야할 리더십의 표본으로는 세종대왕을 꼽았다.

"세종은 참으로 토론을 좋아했던 토론군주였어요. 10년, 20년 앞을 내다보는 구상을 하고, 토론을 통해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이끌어가는 탁월한 지도자였지요."

반환점을 돈 그는 앞으로도 몇 년 간은 수도승처럼 외로운 작업을 묵묵히 수행해야 한다.

"지금같은 속도라면 2011년 쯤 완간될 것으로 예상합니다. 이 정도로 길어질 줄 알았으면 애초 시작도 안했을 거여요(웃음)."

그는 "이제 조선 후기로 넘어가면서 굴욕적인 사건도 많아지고 더 분개할 일도 많을 것"이라면서 "감정 조절을 잘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힘들고 외로운 작업이지만 이 책이 조선왕조실록이 갖는 중요성을 일깨우고, 조선 역사에 대한 교양을 쌓는데 길잡이가 될 수 있다면 그걸로 만족합니다."
ykhyun14@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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